설교 주님이 보시기에 좋은 편 (눅 10:38~42)

38저희가 길 갈 때에 예수께서 한 촌에 들어가시매 마르다라 이름하는 한 여자가 자기 집으로 영접하더라

39그에게 마리아라 하는 동생이 있어 주의 발 아래 앉아 그의 말씀을 듣더니

40마르다는 준비하는 일이 많아 마음이 분주한지라 예수께 나아가 가로되 주여 내 동생이 나 혼자 일하게 두는 것을 생각지 아니하시나이까 저를 명하사 나를 도와주라 하소서

41주께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마르다야 마르다야 네가 많은 일로 염려하고 근심하나

42그러나 몇 가지만 하든지 혹 한 가지만이라도 족하니라 마리아는 이 좋은 편을 택하였으니 빼앗기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

누군가가 여러분 집에 찾아 오셨을 때 제일 힘든 일은 음식을 접대하는 일일 것입니다. 음식을 대접할 때 손님이 어떤 음식을 좋아할까? 내 음식 솜씨를 좋아할까, 안할까 무척 신경이 쓰일 것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아예 집에서 대접 안하고 돈 만들고 나가면 됩니다. 음식이 맛이 없어도 그 음식점 탓이고, 이런 저런 수고도 안하고, 밖에서 대접하는 일이 가장 좋은 이유는 무엇인지 아십니까? 설거지 안해서 제일 좋답니다. 

예수님이 어느 날 예루살렘에서 3Km 떨어진 베다니 마을에 들어가셨습니다. 그런데 그 동네에 사는 마르다가 예수님이 동네에 오셨음을 알고 얼른 나와 예수님을 자기 집에 초청하여 모셔 갔습니다. 마르다는 너무도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과 제자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기 위하여 온 정성을 다 쏟았습니다. 그런데 여자라곤 동생 마리아와 자기와 둘인데 마리아는 음식을 준비하는 것을 돕지 아니하고, 예수님 발 앞에 바짝 붙어 말씀만 듣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언니 마르다는 속이 좀 상했습니다. 혼자서 음식을 준비하니 시간은 가고 마음은 조급해지고 일손은 없고 너무 힘들었습니다.

아마도 여자 성도님들은 누구나 한 두 번은 겪어 봄직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명절 때 시누이들이 방에서 뒹굴며 시어머니와 이야기하면서 부엌일은 거들떠보지도 않으면 열불이 납니다. 게다가 “언니 미안하지만 나 시원한 물 좀 한잔주세요.” 하면 완전히 뚜껑이 열리지요.  아마 그런 상황은 아니었지만 마리아가 예수님 발 앞에 앉아 말씀만 듣고 있는 모습에 마르다는 좀 화가 났습니다. 아마도 손짓도하고 여러 가지로 빨리 나와 도와 달라는 사인을 보냈을 턴데 마리아는 꼼짝 안합니다. 그래서 결국 하다하다 안되니 마르다는 주님께 요청을 합니다. 마리아보고 언니를 좀 도와주라고 말씀해 달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때 예수님이 마르다 편을 들어주지 않고 오히려 마르다를 책망하는 듯한 말씀을 하십니다. 그리고 마리아는 좋은 편을 택하였다고 칭찬을 받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오늘 말씀은 많이 오해되는 말씀 중에 하나입니다. 이 본문을 읽을 때 많은 목사님들과 성도님들이 우리 신앙인은 믿음 안에서 지혜롭고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주님은 봉사하는 것보다 말씀 듣는 것을 더 귀하게 여긴다고 설교하십니다.

이제 제가 ‘아멘’을 물어보기까지 ‘아멘’을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많은 분들이 본문의 내용의 결론을 이렇게 내립니다. -마리아는 선택을 잘했기에 예수님으로 부터 칭찬을 받았고 마르다는 예수님으로 부터 책망 받았다. -그리고 마리아는 좋은 것을 택하였고 마르다는 좋지 못한 것을 택했다. -더 나아가 마르다가 많은 일을 했기 때문에 주님으로 부터 지적을 받았다. -마리아처럼 주님의 발아래 앉아 그분의 말씀을 듣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성도의 삶의 자세다. -그러므로 우리는 마르다를 본받지 말고 마리아를 본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결론을 내면 본문을 잘 못 보는 것입니다. 본문을 정확하게 깊이있게 보셔야 합니다. 이제부터는 ‘아멘’을 하시기 바랍니다.

만약 좀전의 결론을 가지고 본문을 보면 심각한 문제점 몇 가지를 만들어 내게 됩니다. 1)식당 봉사자는 다 잘못된 선택을 한 사람들이냐? 2)말씀만 들은 마리아가 좋은 편을 택했기에 빼앗기지 않는다면 모든 성도가 힘들고 어려운 일은 하지 말고 말씀만 듣고 앉아 있으면 된다는 것인가? 3)또 교회 봉사는 한 가지만 하는 것이 옳다는 말인가? 아닙니다. 본문을 깊이 있게 살펴보면 절대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저는 오늘 우리가 잘못 생각하는 것 몇 가지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1. “마르다가 과연 주님으로 부터 책망을 받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의 본문을 읽으면서 얼핏 주님이 마르다를 책망하셨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41, 42절을 봅시다. “주께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마르다야 마르다야 네가 많은 일로 염려하고 근심하나 그러나 몇 가지만 하든지 혹 한가지만이라도 족하니라 마리아는 이 좋은 편을 택하였으니 빼앗기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 더군다나 42절의 "그러나 몇가지만 하든지 혹 한가지만이라도 족하니라 마리아는 이 좋은 편을 택하였으니 빼앗기지 아니하리라" 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이 마르다를 책망하는 듯한 뉘앙스를 줍니다. 그러나 결코 책망이 아닙니다.

주님이 누군가를 책망할 때는 단호하게 책망하며 분을 내어 책망하고 강하게 질책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본문 41절, 42절의 말씀 속에서는 주님의 분노를 발견할 수가 없습니다. 적어도 본문을 가지고 주님께서 마르다를 책망하셨다고 말할 수가 없다는 말입니다. 왜요? 우리가 생각해야 할 부분은 41절 말씀의 앞 부분입니다. 주님은 ‘마르다’를 연거푸 두 번 부르십니다. 여기서 마르다를 두 번 부르신 것은 마르다를 야단치는 투가 아니라 마르다에 대한 각별한 사랑의 심정과 동정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마치 자기 아들의 등을 어루만지면서 사랑의 음성으로 타이르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죽은 나사로를 살리신 사건이 기록되어 있는 요한복음11장을 보면 5절에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 "주께서 본래 마르다와 그 동생과 마리아를 사랑하시더니" 마르다와 그 형제들에게 대한 주님의 사랑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마르다는 나사로가 죽은 뒤 뒤늦게 찾아오신 주님을 향하여 "주께서 여기 계셨다면 내 오라비가 죽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렇게 원망을 부립니다. 마르다가 주님께 울부짖으며 원망을 부릴 정도라면, 마르다와 주님은 아주 친밀한 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오늘의 본문 바로 앞에 있는 선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가 나옵니다. 거기서 주님은 봉사와 섬김과 희생을 강조하셨습니다. 그런 주님께서 마르다의 봉사를 책망하셨을까요? 앞뒤가 안 맞는 것입니다.

2. “마리아가 마르다보다 더 좋은 것을 택했는가” 하는 것입니다.

우리도 마리아 더 좋은 것을 택했다고 생각하기가 쉽습니다. 42절 “마리아는 이 좋은 편을 택하였으니 빼앗기지 아니하리라”는 말씀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 좋은 편”이란 말이 무슨 뜻입니까? 우리말로 "이 좋은 편"이란 말을 듣게 되면 반대말은 "저 나쁜 편"을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가 "편"이란 말을 쓰게 될 때는 상대적 개념으로 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예를 들면 ‘이편’ ‘저편’, ‘우리 편’ ‘상대편’ 이런 말들이 그렇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이러한 인식 때문에 마리아가 마르다보다 더 좋은 것을 택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좋은 편을 택했다"는 말은 마르다가 음식을 열심히 준비하는 것보다 마리아가 선택한 말씀 듣는 것이 ‘더 좋은 것’이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냥, 마리아는 주님의 발 앞에 앉아 말씀을 듣는 것 자체가 좋은 것입니다. 그러기에 누구와 비교해서가 아닌 마리아는 이 좋은 것을 택했다는 절대적인 비교를 말하고 있습니다. 마리아는 이 좋은 것을 택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좋은 것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입니다. 실제적으로 헬라어 성경에는 무엇 무엇보다 “더 좋다”는 비교급을 쓰지 않고 단순히 “좋은”이라는 형용사를 쓰고 있습니다.
마리아가 주님의 발 앞에 앉아 말씀을 듣는 것과 주님을 위해서 준비하는 것은 어느 것이 나쁘고 어느 것이 좋다는 식으로 비교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둘 다 가치를 지니고 있는 좋은 것들입니다. 즉 마리아도 좋은 것을 택했고 마르다도 좋은 것을 택한 것입니다.

3. 마르다가 많은 일 때문에 주님으로 부터 지적을 받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것도 아닙니다. 신앙의 경륜이 오래되고 믿음이 성장 할수록 우리는 교회에서 많은 일들을 봉사하게 됩니다. 이것은 우리의 기쁨이요 헌신의 표시입니다. 그런데 마르다가 많은 일을 했기 때문에 주님으로 부터 지적을 받은 것으로 이해한다면 우리는 심각한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너나 나나 모두 주님의 말씀을 듣는 일에만 전념한다면 도대체 봉사는 누가 한다는 말입니까? 이 부분에 분명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다음의 단어와 문장에 유의해야 합니다. 40절에 나오는 "분주"라는 단어와 41절의 "염려"라는 단어입니다. 그리고 42절의 "몇가지만 하든지 혹 한가지만이라도 족하니라"는 문장입니다.

40절의 "분주"라는 말은 "사방에서 끌어당긴다"는 의미입니다. 그녀의 바쁜 상태가 어느 정도인가를 생생하게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것은 마르다의 마음이 주님을 향한 방향으로 모아지고 있지 않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41절의 "염려"라는 말도 "흩어지다, 나누어지다"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지나친 욕심으로 인해 어지럽게 분열된 마르다의 마음의 상태를 말합니다.

만일 나와 대화하는 상대방이 나에게만 관심을 집중하지 않고 다른 사람하고 말을 하면서 내 말을 듣는다면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내 말을 들으면서 다른 데를 쳐다본다든지, 다른 일을 하면서 나에게 말을 한다면 기분이 좋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대화할 때는 상대방에게 집중하는 것이 예의입니다.

지금 마르다는 다른 사람이 아닌 이날의 주인공인 주님을 대접하기 위해서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주님을 향한, 주님을 위한, 흩어진 마음이 아니라 주님을 향해 모아진 한 마음으로 기쁨으로 일을 했어야 했습니다. 바로 그것이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이요 주님을 대접하는 마음인 것입니다. 그러나 마르다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주님은 마르다의 그 마음을 아신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은 몇 가지만 하든지 혹 한가지만이라도 족하니라고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중요한 일 한나만 하더라도 마음이 나뉘지 말라는 것입니다.

마르다가 많은 했기 때문에 주님으로 부터 지적을 받은 것이 아니라, 그 일들로 인해 분주해지고, 염려와 근심과 불평이 생기게 된 것 때문에 지적을 받았다는 결론을 내릴 수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주님이 보시기에 좋은 일을 하게 될까요?

1. 내가 왜 이일을 하는지 목적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누굽니까? 우리는 주님의 보혈의 피로 구원받은 하나님의 자녀들입니다. 그러므로 그 은혜를 감사하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그 분을 기쁘시게 하기 위해서 봉사하고 헌신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이름을 내기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이기적인 목적을 위해서 일하는 것도 아닙니다. 고전10:31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는 의 말씀은 우리의 일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분명하게 보여 주고 있습니다. 교회 청소를 해도, 식당에서 설거지를 해도, 화장실을 청소해도, 내 보람과 내만족을 위해서가 아닌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하시기를 축원합니다. 나를 위해 하면 오래 못갑니다. 칭찬받기 위해하고 복 받기 위해하고 내가 잘 되기 위해하면 금방 포기합니다. 주님의 은혜로 하고 주님의 영광을 위해 한다는 분명한 믿음이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누가 뭐라 해도 합니다. 누가 욕을 하고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합니다.

2.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의 마음이 주님께 드려지려면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가 주의 일을 한다고 하면서 다른 사람을 의식하게 되면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려는 외식이 생기게 됩니다. 오늘의 본문 바로 앞 29절에도 한 율법사가 자기를 옳게 보이려고 "내 이웃이 누구입니까?"하고 예수님께 질문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외식은 다른 사람을 의식하는 데서 출발된 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게 될 때 또 하나 생기는 것은 불평입니다. 마르다는 자기의 일에만 충성하지 않고 마리아의 태도를 의식하게 되니깐 불평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불평만큼 우리의 신앙을 퇴보시키고 사탄이 틈타도록 하는 것은 없습니다. 앞서가는 사람과도 비교하지 말고 일은 안하고 가만히 있어 얻어  먹으려는 사람 때문에 열 받지 말아야 합니다. 사탄은 우리에게 자꾸 딴 사람을 의식하게 합니다. 마르다도 마리아를 보지 않았다면 이렇게 불평을 터놓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은 비교대상이나 원망대상이 아니라 사랑의 대상이요, 섬김의 대상입니다. 

3. 받은 은혜를 생각하고 기쁨으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열 가지를 하든, 한 가지를 하던 중요한 것은 내가 하는 일 자체를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해야 합니다. 사람 때문에 그 일을 마지 못해하거나 남들이 뭐라 할까 억지로 하면 하나님이 기뻐하지 않고 받으시지도 않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기뻐할 수 있을까요? 내게 있는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나 같은 사람이 구원받은 것도 은혜, 나 같은 사람이 주님이 세우신 몸 된 교회에서 쓰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은혜, 그리고 나 같은 사람이 건강도 주시고 믿음도 주셔서 남들을 섬길 수 있다는 것도 은혜, 그리고 마지막으로 약속된 하늘의 상을 바라보는 것도 은혜입니다.

이제 말씀을 정리하겠습니다. 오늘 우리는 이 본문을 갖고 말씀 듣는 일이 중요하냐, 봉사하는 일이 중요하냐 왈가불가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의 사랑과 우리의 관심, 우리의 정성이 조금이라도 누수되지 않고 온전히 담겨진 봉사와 헌신을 주님이 기뻐하십니다.
주님은 우리가 헌신 봉사를 감당할 때 어떠한 마음으로 하시는가를 보십니다. 그러기에 마르다를 향해 격려하시는 주님의 음성을 우리는 늘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할 때만 주님이 원하시고 기뻐하시는 자세로 일할 수가 있습니다. 바라기는 추수하는 날의 얼음 냉수처럼 우리 주님의 마음을 기쁘시게 해드리고 시원하게 해드리는 저와 여러분들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기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