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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사도들의 발자취를 따라서(1) (계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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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들의 발자취를 따라서(1) (계 1:9~20)

은혜로운 여정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12박 13일의 성지순례 여정을 잘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제 얼굴이 많이 탔지요? 12박 13일이면 결코 짧지 않은 일정이지만 워낙 많은 곳을 다녔기 때문에 이 13일의 기간이 얼마나 빠듯했는지 모릅니다. 참여한 목사님들 모두가 한 곳이라도 더 보려는 욕심에 때로는 비행기나 배, 기차나 버스에서 잠깐 눈을 붙이면서 바람처럼 다녔습니다. 이렇게 워낙 힘든 일정을 바쁘게 따라다니느라 몸은 피곤했지만 너무나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깨달았습니다. 성지순례를 가면 하나님을 찬양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저를 이렇게 귀한 곳에 갈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우리 하나님과 교회 당회와 성도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면서 너무나 귀한 여정이기에 그냥 다녀온 것으로만 끝나기 아쉬워 주일 설교시간을 통해 두어 주 정도 말씀으로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제가 이번에 다녀온 곳은 크게 이집트, 그리스, 터키 세 나라입니다. 보통 이런 나라에 성지순례를 가면 누구든지 들리는 곳이 있습니다. 이집트에 가면 보통 카이로와 시내산을 들립니다. 그리스에 가면 보통 아테네와 고린도 정도에 들립니다. 터키에 가면 보통 이스탄불과 소아시아 일곱 교회, 그리고 시간이 허락되면 갑바도기아 정도에 들리게 됩니다. 그런데 이번 성지순례 여정은 한 마디로 이런 누구나 가는 곳이 아닌, 정말 평상시에는 가보기가 쉽지 않은 곳들만 골라서 가보았습니다. 자연 교통도 불편하고 숙박시설도 신통치 않고, 음식도 잘 안 맞아 고생은 했지만 제 평생 한 번 가볼까 말까 한 곳만 골라서 다녔기에 얼마나 귀하고 은혜로웠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이런 일정이 모두 사도 바울과 사도 요한, 그리고 마가와 디도 같은 제자들의 여정과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제가 여행 틈틈이 지도를 놓고 확인해보니 사도바울이 1,2,3차 전도여행을 하고 마지막에 로마로 향한 여행을 했는데 이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거의 완벽하게 다 돌아보았고, 사도 요한이 유배되어 있던 밧모 섬에 들러 오늘 본문처럼 요한계시록을 기록한 장소도 가보았습니다. 또 사도 바울의 제자였던 디도가 목회한 크레타 섬(신약에는 ‘그레데’로 나옴)에도 가보고, 마가가 교회를 세우고 전도한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도 가보았습니다. 정말 사도들의 발자취와 초대교회 성도들의 신앙의 숨결을 그 현장에서 느끼고 돌아온 뜻 깊은 여정이었습니다. 너무 많은 곳을 가보아서 일일이 다 소개하지는 못하지만 가장 중요한 곳, 은혜 받은 곳을 골라 앞으로 세 주 정도 말씀을 나누려고 합니다.


사도 요한의 삶과 죽음

이번 여정에서 제일 먼저 들린 곳은 이집트입니다만 순서를 바꾸어 오늘은 밧모 섬에서 발견한 사도 요한의 발자취에 대해 먼저 말씀을 나누려고 합니다.

성지순례를 시작한 지 제6일이 되던 날 저희는 터키의 쿠사다시 항구로 이동해 에게 해를 항해하는 크루즈 선을 탔습니다. Orient Queen이라는 이름을 가진 약 850명 정도가 탈 수 있는 꽤 큰 크루즈 선이었는데 이 배를 타고 2박 3일 동안 에게 해에 위치한 섬들을 돌아보았습니다.

이 배를 타고 첫 번째 들른 곳이 바로 밧모 섬입니다. 지금도 이 섬 이름을 그대로 ‘파트모스’(Patmos)라고 부릅니다. 사도 요한은 성경의 요한복음과 요한 1,2,3서, 그리고 요한계시록을 기록한 예수님의 제자이지요. 요한은 본디 갈릴리에서 고기를 잡던 어부였는데 주님께서 그를 제자로 부르신 후 친형인 야고보, 그리고 베드로와 함께 열두 제자 중 핵심인물(A급제자)이 되었습니다. 예수님은 어디를 가든지 이 세 핵심제자를 늘 데리고 다니셨습니다. 그런데 이 사도 요한은 그 A급제자 중에서도 예수님의 특별한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이어서 ‘그의 사랑하시는 제자’라고 불리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요한은 다른 그 어떤 제자도 누리지 못한 특혜(?)를 받은 제자입니다. 요한은 특히 예수님이 마지막 십자가 처형을 받으실 때 유일하게 그 십자가 앞에서 자리를 지킨 제자였고, 그래서 주님은 십자가 위에 달리신 상태에서도 요한에게 어머니를 부탁하면서 어머니에게는 “여자여, 보소서 아들이니이다”(요 19:26)라고 말씀하고 요한에게는 “보라, 네 어머니라”(요 19:27)고 말씀하십니다. 아마 효성이 남달리 지극했던 예수님이 인간적으로 자신의 사후에 어머니가 걱정되신 모양입니다. 즉석에서 어머니에게 제자 요한을 양아들로 삼게 하여 자기 대신 어머니를 부탁할 정도로 요한을 사랑하고 신뢰한 것입니다. 실제로 지금도 에베소에는 요한이 마리아를 돌본 집터가 남아있습니다.

사도 요한이 받은 최고의 특혜는 뭐니 뭐니 해도 예수님의 제자 중에 유일하게 순교를 당하지 않고 장수했다는 사실입니다. 예수님의 다른 제자들은 다 순교를 당했지만 요한만은 99세(추정)까지 아주 오래오래 살았답니다. 그러나 과연 사도 요한이 이렇게 오래 산 것이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특혜였을까요?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 답이 바로 제가 이번에 들렀던 밧모 섬에 있었습니다.


밧모 섬에서

예수님의 특별한 사랑을 많이 받은 사도 요한은 예루살렘 초대교회에서 다른 제자들과 함께 오순절 성령을 받고 하루에 삼천 명이 회개하고 세례 받는 역사를 일으킵니다. 그러던 중 헤롯 아그립바 왕이 그의 형 야고보를 칼로 죽여 야고보는 예수님의 제자들 중 최초의 순교자가 됩니다(행 12:2). 이런 충격적인 일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요한은 끝까지 복음 전하는 일을 멈추지 않습니다. 요한은 베드로와 한 조가 되어 사마리아에서 복음을 확고히 하는 등 활동을 왕성하게 했고(행 8:14) 그 후에 베드로와 떨어져 따로 복음을 전하던 요한은 바울과 베드로가 순교한 후 에베소에 와서 복음을 전합니다. 에베소에서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를 모시고 살면서 요한복음과 요한 1,2,3서를 기록한 것입니다.

그러던 중 사도 요한에게도 무서운 박해가 닥쳐옵니다. 주후 81~96년 경 로마의 도미시안 황제(Domitianus, 주후 81~96년 재위)가 기독교를 엄청나게 박해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도미시안 황제는 네로 황제 못지않게 기독교를 박해하는데 저도 이번에 방문했습니다만 심지어 원형경기장 지하에 사자를 묶어놓고 기독교인들을 죽이게 합니다. 사자는 맹수지만 본디 사람을 잡아먹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자를 원형경기장 지하에 묶어놓은 뒤 며칠이고 굶깁니다. 그 때 위에서는 기독교인들을 잡아 몸에 기름을 바르게 합니다. 본디 검투사들도 몸에 올리브기름을 바르게 했기에 기독교인들은 의심을 하지 않았지만 이때는 올리브기름이 아닌 양 기름을 바르고 몸에는 양의 가죽을 걸치게 합니다. 지하에서 굶주림에 지친 사나운 사자는 맨홀 뚜껑 사이로 솔솔 풍겨오는 양 기름과 가죽 냄새를 맡고 미친 듯이 날뛰고 마침내 이 사자를 풀어 지하에서 튀어나오게 하면 사자는 한달음에 기독교인들에게 달려가 그들을 갈가리 찢어놓고 삼켜버린 것입니다. 이렇게 잔인한 방법으로 기독교를 탄압하던 도미시안 황제가 에베소에서 복음을 전하던 사도 요한을 그냥 내버려 둘 리가 없었습니다. 도미시안 황제는 사도 요한을 에게 해의 작은 섬 밧모로 유배를 보냅니다.

제가 이번에 방문한 밧모 섬은 그리스 영토로 에게 해에 있는 13개의 섬들 가운데 가장 작은 섬입니다. 터키의 에베소에서는 직선으로 96km 떨어졌는데 저는 쿠사다시 항구에서 큰 배를 타고 약 4시간 만에 도착했지만 아마 사도 요한은 작은 돛단배를 타고 에베소 항구에서 떠나 밧모 섬으로 유배를 갔을 것입니다. 저는 다행히 커다란 크루즈 선을 타고 갔지만 성지순례를 간 분들 중 대부분은 에베소나 쿠사다시 항구에서 40~50명 정도가 탈 수 있는 조그만 동력선 배를 전세 내 가야 합니다. 그나마 겨울이면 풍랑이 쳐서 배가 뜰 수 없기에 밧모 섬을 간다고 성지순례 일정에 쓰여 있어도 못 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문제는 날씨가 좋아서 배가 뜨더라도 가는 길이 너무 험하다는 사실입니다. 다녀온 분들은 너무 파도가 쳐서 평생 배 멀미를 제일 심하게 했다고 몸서리를 칩니다. 저도 비록 그 커다란 15,781톤 급에 길이 163미터나 되는 큰 배로 갔지만 가는 동안 파도가 심해서 많은 분들이 배 멀미를 하고 토하느라 고생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사도 요한은 그 작은 돛단배 한 척에 의지해 갔으니 가는 길이 얼마나 고생스러웠겠습니까? 가는 길은 아마 하루 길 혹은 며칠이 걸렸을지 모르고 배 멀미는 말도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고생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제가 가 본 밧모 섬은 지금 관광지로 개발되어 꽤 많은 인구가 살고 있고 아름다운 흰색 건물과 수많은 교회와 수도원이 자리 잡은 섬이지만 당시만 해도 가장 극악무도한 중죄인들을 유배 보내던 ‘죽음의 섬’이었습니다. 한 번 들어가면 죽지 않고는 살아 나오기가 힘든 섬이었기 때문이지요. 지금도 그렇지만 섬의 지표가 모두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불모지여서 식물이 자라기도 힘들도 물이 안 나오는 곳입니다. 특히 이곳에는 채석장이 있었는데 88세(추정)의 고령의 요한은 이 물도 없고 먹을 것도 없는 불모지에서 1년 반 동안 채석장에서 돌 깨는 일에 동원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88세의 노사도 요한은 낮에는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 로마 군인들의 감시를 받으며 채석장에서 죽도록 일하고 밤이면 그 지친 몸을 이끌고 추위(낮과 밤의 일교차가 매우 큼)와 배고픔을 참아가며 기도에 전념하면서 그 섬에 있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말씀을 가르치고 세례를 줍니다. 지금도 그가 사람들에게 세례를 주던 세례 터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그러다가 늘 기도하던 산꼭대기에 있는 동굴에서 계시를 받게 됩니다. 저는 밧모 섬에 가서 산꼭대기에 있는 수도원에 가보았습니다. 거기에는 사도 요한이 늘 기도하다가 계시를 받고 요한계시록을 기록했다는 동굴이 남아있었습니다. 이 굴은 섬의 맨 꼭대기 낭떠러지에 있어 멀리 바다가 내려다보입니다. 갈릴리 바다에서 고기잡이로 잔뼈가 굵은 어부였던 요한은 바다가 그리 낯설게 보이지 않고 오히려 두고 온 고향과 목회하던 항구 도시 에베소를 생각나게 해주었겠지요. 그래서인지 요한계시록에도 ‘바다’라는 말이 25번이나 나옵니다. 이 동굴을 지금은 ‘요한계시동굴’이라고 부르고 그 속에는 작은 교회가 있고 그 위에 커다란 수도원이 세워져 있습니다. 동굴 안에 들어가 보니 바위벽에는 늙은 사도 요한이 날마다 기도했다는 자리가 움푹 파여 있고 그가 늙어서 오랫동안 기도하고 일어설 때는 다리에 힘이 없어 늘 짚고 일어섰다는 곳에도 손 모양으로 깊이 들어간 자리가 남아있었습니다. 또한 이곳에 남아있는 사도 요한의 초상화는 이마에 굳은살이 박혀있습니다. 이 동굴에서 기도하던 요한이 늘 동굴의 한쪽 홈에 머리를 대고 기도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제가 그리스 메테오라라는 높은 절벽 위에 세워진 수도원에 갔을 때도 그곳에 그려있는 수도사들의 초상이 못 먹어서 앙상하게 뼈만 남은데다가 하나같이 무릎이 까져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이 동굴에서 노 사도의 기도의 숨결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우리는 시간이 없다고, 나이가 많아서 힘이 든다고, 거꾸로 젊어서 할 일이 너무 많고 바쁘다고, 건강이 안 따라준다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기도생활을 게을리 하는데 이 노사도의 기도의 자리는, 그의 굳은살이 박인 이마와 수도사들의 까진 무릎은 우리에게 기도에 대해 너무나 큰 은혜와 깨달음을 주고 있었습니다.

또 이 요한계시동굴 천정에는 바위가 세 갈래로 갈라진 자리가 있는데 이는 삼위일체를 상징한다고 하며 오늘 본문 10절에 나온 대로 예수님의 ‘나팔 소리 같은 큰 음성’이 들릴 때 세 개로 갈라졌다고도 합니다. 이러한 힘든 섬 생활을 계속하던 사도 요한은 폭군 도미시안 황제가 죽은 후 석방 되어 주후 96년 에베소로 다시 돌아와 교회를 섬기다가 주후 104년 99세(모두가 추정)에 죽습니다.


한이 아닌 감사로

여러분 보십시오. 사도 요한의 삶이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인생이었습니까? 예수님의 사랑을 그토록 많이 받았다고 해서, 그래서 다른 사도들처럼 순교하지 않고 90세 넘게 장수했다고 해서 그의 삶이 편한 삶이었습니까? 밧모 섬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그의 생애는 결코 평탄한 삶이 아니라 복음 전하다가 매 맞고, 감옥에도 갇히고, 밧모 섬에 유배되어 그곳에서 죽도록 고생한 삶이었습니다. 오히려 그는 90여 년의 생애를 살며 다른 제자들이 못한 큰일들을 감당하며 고난의 삶을 살았습니다. 물론 순교도 귀하고 주를 위해 죽는 것도 소중하지만 예수님을 위해 사는 일도 정말 귀한 일입니다. 이렇게 요한은 주님의 뜻에 따라 다른 제자들과 달리 끝까지 살아남아 성경을 기록하고 하나님의 뜻대로 살다가 간 사도입니다. 요한은 사랑에 대해 유난히 강조한 사도입니다. 그가 기록한 요한복음과 요한1,2,3서, 요한계시록에서만도 80회 이상 사랑에 대해 언급하고 있어서 그의 애칭이 ‘사랑의 사도’입니다. 그러면 왜 요한이 이처럼 사랑을 많이 강조하게 되었을까요? 사랑도 받아본 사람이 할 줄 알기 때문입니다. 어려서 부모에게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나중에 남도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아는 것처럼 요한도 주님의 사랑을 정말 많이 받은 사람이었기에 자신에게 쏟아졌던 주님의 그 크신 사랑을 늘 기억하며 그가 기록한 성경 곳곳에 주님의 사랑을 그토록 생생하게 기록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사랑 방법은 일반적인 방법과 크게 달랐습니다. 주님은 오히려 그를 오래 살게 하면서 많은 고통을 받고 박해를 받고 힘든 일을 하게 하신 것입니다. 요즘 사랑하는 자기 아들이 군대 가서 고생하는 것 못 본다며 병역특례를 불법으로 이용한 사람들 이야기가 언론에 나오지만 우리 예수님은 특별히 사랑하신다고 해서 고생 안 하게, 편하게 살게 해주는 분이 아닙니다. 오히려 주님의 사랑을 받기에 오래오래 더 고생하고 더 힘들게 살며 마침내 남들이 못한 가장 귀한 일을 해내도록 시키시는 것임을 요한 사도의 삶이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남들 같으면 원망할 만도 합니다. 절해고도 밧모 섬 유배지에서 신세를 한탄하며 “이게 무슨 사랑이냐?”며 불평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원망이나 불평 대신 주님의 사랑을 평생 잊지 않고 내가 오늘 고생하는 것도, 내가 이렇게 유배와 있는 것도 다 주님이 나를 특별히 사랑하시기 때문이라고 감사하며 살았던 것입니다. 그러기에 그에게 그 어느 누구도 받을 수 없는 특별한 계시, 요한계시록을 바로 그 고난의 장소, 유배지인 밧모 섬 동굴에서 받게 하신 것입니다.

조선 시대에 이광사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당대의 가장 뛰어난 학자요 문인이요 서예가였고 <연려실기술>을 쓴 이긍익의 아버지로 유명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참 불행한 삶을 산 사람입니다. 영조 때 아버지가 속한 소론이 몰락해 벼슬길에 오르지 못하다가 또다시 큰아버지가 나주벽서사건으로 처벌 받을 때 함께 연좌되어 유배를 떠나게 되는데 불행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가 의금부에 체포되자 부인 유 씨가 마흔둘의 나이로 두 아들과 일곱 살짜리 딸을 두고 자결한 것입니다. 이렇게 억울한 고통을 당한 이광사는 유배를 떠나며 ‘죽은 부인을 애도함’이라는 시를 씁니다.


내가 비록 죽어 뼈가 재가 될지라도 이 한은 결코 사라지지 않으리
천지가 뒤바뀌어 태초가 되고 해와 달이 빛을 잃어 연기가 되어도
이 한은 맺히고 더욱 굳어져 세월이 흐를수록 단단해지리라
내 한이 이와 같으니 당신 한도 정녕 이러하리라
두 한이 오래토록 흩어지지 않으면 언젠가 다시 만날 인연 있으리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비록 시대와 장소는 전혀 다르지만 억울하게 천리 길 유배를 떠나게 된 것은 두 사람이 똑같습니다. 개인의 삶이 너무도 불행하고 힘들었던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한 사람은 그 힘든 유배의 삶을 천추의 한으로 새겼고, 또 한 사람은 그 유배의 삶을 은혜와 감사로, 그리고 무엇보다 기도로 승화시켰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 삶도 힘들고 어려운 일이 많습니까? 하지만 그 어려움을 결코 한이나 원망 불평으로 새겨가지 마십시오. 오히려 그 고통과 어려움을 사도 요한처럼 감사와 은혜로 기도로 승화시켜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이 나를 너무나 사랑하셔서 나를 크게 쓰시기 위한 것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이런 믿음을 가진 사람에게 주님은 이 세상 누구도 맛보지 못한 신령하고 귀한 은혜를 체험하게 하실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기억하십시오. 하나님은 우리를 너무도 사랑하십니다. 그리고 사랑의 사도 요한처럼 우리를 세상 누구보다 귀하게 쓰시기 원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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