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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가족을 버리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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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재 (우리들교회 목사)

얼마 전 형부를 떠나보낸 언니에게 치매가 찾아왔다. 형부가 떠나기 전부터 약하게 증상을 보이더니 병세가 뚜렷해져서 당장 언니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했다. 조카들이 직장을 그만둘 수는 없고 언니의 간호는 내 몫이 되었다. 억지로 떠맡은 것이 아니라 딸 넷의 막내로,아들 없는 친정에서 아들 노릇을 하다보니 내 문제로 여겨지는 것은 항상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하지만 나 역시 24시간 언니를 돌볼 처지는 아니어서,기도하며 방법을 구하던 중 기독교 요양원을 소개받고 언니를 입소시키게 되었다. 조카들 및 본인과 의논해 입소를 결정했지만 나에게는 어머니와 같은 언니이고 오랫동안 형부 병 수발로 지친 언니를 보내자니 마음이 짠했었다.

어느 집에서는 혼자된 어머니의 즐거움이 오직 교회 가는 것이라서 교회 가까운 곳에 집을 따로 얻어드렸다고 한다. 그것을 보고 ‘늙은 어머니를 버렸다’고 할 수 있을까? 목사인 내가 아픈 언니를 요양원에 보냈다고 형제를 버렸다고 할 수 있을까?

주님은 ‘내 이름을 위하여’ 집이나 형제나 자매나 부모나 자식이나 전토를 버린 자마다 여러 배를 받고 또 영생을 상속하리라(마19:29)고 하신다. 우리가 다 ‘예수님의 이름으로’,주님의 이름을 위해 기도하지만 기도하면서 집,전토,부모,자식을 버리게 해달라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도리어 집과 전토와 내 가족을 얻게 해달라는 것이 우리의 기도 제목이다. 그래서 ‘내 이름’을 위하여 자녀를 키우고,부모에게 효도하고,형제를 도와준다면 그것이 무책임하게 버리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버린다’는 것은 ‘맡긴다’는 뜻이다. 내가 책임지기 싫어서 가족을 버리고,집과 재산을 포기하라는 뜻이 아니다. 주님의 이름을 위하여 가족을 버리는 것은 내 욕심으로 했던 가족 사랑을 버리는 것이다. 나와 집안의 이름과 체면을 위해 정성 바치는 사랑이 아니라 영혼 구원을 위한 가족 사랑을 하는 것이다.

주님의 이름을 위해 버렸을 때 내가 얻는 최고의 보상은 버린 그들이 영생을 상속하는 것이다. 즉 구원이 되는 것이다. 언니는 요양원 생활이 너무 좋다고 한다. 증세가 약한 편이라 다른 노인들을 돕기도 하고,매일 기도하고 예배드리니 어느 때보다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찾아가서 만나도 얼마나 편한 얼굴로 맞아주는지 욕심 없이 살아온 언니의 삶이 그 표정에 담겨있다. 누구보다 언니를 사랑하는 동생이 도울 수가 있음에도 항상 도움을 거절하던 언니,20년 넘은 냉장고에 석유 곤로로 살림을 하던 언니의 소박한 천국이 최고의 유산으로 상속되고 있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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