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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당신들의 천국 (막 4:2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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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 (막 4:26~29)

 
지난해 세상을 떠난 소설가 이청준이라는 분이 있습니다. 제가 그 분의 이름을 들었던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 시기적으로 보면 그 분이 막 작가로 나선 때였는데, 독일어 선생님이 개인적으로 그 분하고 친분이 있었습니다. 선생님도 개인적으로는 문학에 대한 열정을 품고 있던 시기였는데, 아마 같은 서울대 독문과를 졸업한 이청준 씨의 글을 상당히 좋아 했었던 모양입니다. 수업 시간에 우리들에게 그 분의 단편을 읽어 주면서 나름대로의 느낌을 말해 주곤 하던 생각이 납니다. 그분은 참 많은 글을 세상에 남겼고, 그의 소살 중에는 영화로까지 만들어 진 것이 여러 편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작품이 ‘서편제’라든지 ‘밀양’과 같은 영화입니다. 
 
이청준 씨가 쓴 장편 중에 ‘당신들의 천국’이라는 70년대 중반에 쓴 소설이 있습니다. 나환자들이 모여 사는 소록도를 배경으로 하여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어느 날 소록도에 새로운 원장이 부임해 오는 것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현역 대령인 조백헌이라는 원장은 나환자들에게 무엇인가 좋은 것을 주어야 하겠다는 강한 의욕을 가지고 여러 가지 자신의 정책을 발표하면서 원생들의 반응을 살펴보지만, 그들의 반응은 무덤덤할 뿐입니다. 

도대체 이렇게 반응이 없을 수가 있을까? 의아해 하던 차에 30년 전에 그곳에 부임했던 주정수 원장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일본인이었던 그는 원장으로 부임하면서 원생들에게 갖가지의 좋은 제안을 하면서 원생들에게 희망을 불어 넣어주었습니다. 자기들이 살고 있는 이곳이 좋아진다는 기대 속에서 그들은 원장이 제안하는 여러 가지 공사들을 열심히 감당했습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버려진 곳 같았던 나환자촌이 점점 더 아름답고 좋은 곳으로 바뀌기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주정수원장은 점점 더 많은 공사를 벌이게 되었고, 원생들은 말 한 마디도 제대로 하지를 못하고 공사에 투입이 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자기들이 더 잘살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시작한 공사들이었지만, 이제는 거의 반 강제적으로 벌어지는 공사에 동원되는 원생들에게는 점점 더 불만이 쌓이기를 시작합니다. 그래도 말 한 마디 하지 못하고 그들은 공사에 투입이 되어야 하는 형편이었습니다. 그들이 공사를 하면 할수록 그들이 살고 있는 곳은 점점 아름답고 좋은 곳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지만, 그들은 전혀 그러한 것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천국은 천국인데 우리들의 천국이 아닌 주정수 원장의 천국... 당신들의 천국으로 전락해 버리고 만 것이지요. 
  
날이 갈수록 주정수 원장은 자기가 정해놓은 목표에 강제적으로라도 원생들이 따라오도록 하였고, 그들은 거기에 대하여 말 한마디도 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는 차에 누군가가 원장의 동상을 세우자는 제안을 하게 되었고, 원장에게 잘 보이려는 사람들이 앞장서서 서명을 받으러 다녔습니다. 모든 원생들이 거기에 서명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지요. 아무도 반대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들은 결국 자기들이 가진 돈을 다 바치고 모든 노력을 다하여서 주정수 원장의 동상을 세우게 되었고, 한 달이면 한 번씩 동상 앞에 모든 원생들이 모여서 원장을 찬양하는 모임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불평 한 마디 말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도저히 견딜 수 없었던 한 사람이 원장을 그의 동상 앞에서 죽임을 통해서 주정수 원장의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되었던 것이지요. 

이러한 일을 겪으면서 원생들은 새로운 원장이 부임해서 아무리 좋은 정책을 제시하여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를 않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따라가더라도 그것은 결국 ‘우리들의 천국’이 아니라 ‘당신들의 천국’이 될 것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마음을 굳게 닫아버린 원생들에게 조백헌 원장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제안합니다. 그것은 주변의 바다를 막아서 그들의 후손들이 발붙이고 살아갈 땅을 마련하자는 간척사업이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아무도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소록도 주변의 섬에 살고 있는 건강한 사람들의 반대도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조원장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원생들을 설득하였고, 주변 사람들의 반대를 억눌러 가면서 드디어 간척 사업을 시작합니다. 이렇다 할 장비도 없이... 성하지 못한 사람들이 하는 일이니... 일은 참으로 더디고 힘이 들었습니다. 여러 번의 고비를 넘어서 드디어 윤곽이 잡혀오고 무엇인가가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는 중에 위기가 찾아 왔습니다. 그것은 이제껏 그들이 하는 공사를 지켜보던 주변의 건강한 사람들이 그것을 빼앗으려 하는 시도였습니다. 조원장은 그들의 집요한 공세를 완강하게 막아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조원장을 다른 곳으로 발령을 보내어서 더 이상 원장의 일을 볼 수가 없게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소식을 들은 원생들은 서명을 운동을 하면서 그를 붙잡으려 하였습니다. 그의 마음속에도 내가 시작한 일을 끝까지 마무리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기에 원생들의 서명을 말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상욱이라는 그의 부하직원이 조원장에게 이렇게 미완성인 채로 떠나는 것이 아직 사람들의 마음속에 드리워져 있는 주정식 원장에 대한 그늘을 벗기는 일이니 그냥 떠나라는 충고를 하였습니다. 만일 조원장이 자기가 남아서 일의 완성을 보려고 한다면... 그것은 주정식원장처럼 자기를 기념하는 동상을 사람들의 가슴 속에 세우는 일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조백헌 원장은 이상욱의 충고를 받아들여서 그곳을 떠나고... 그가 떠난 후로 간척사업은 중단이 되고 말았습니다. 마산 병원으로 발령을 받았던 조원장은 5년 만에 다시금 소록도로 돌아오게 됩니다. 물론 그는 원장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그곳에 다시 뿌리를 내리게 되는 것이지요. 물론 그가 추구하던 간척사업은 여전히 중단되고 미완성인 채로 남아 있었습니다. 조원장이 그곳에서 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간척 사업과 같은 눈에 드러나는 거대한 일이 아니라 젊은 남녀의 결혼을 성사시키는 일이었습니다. 

서해원이라는 청년은 나병에 걸린 자기의 누나를 위해서 이 섬에 들어 왔다가 그만 자기도 그 병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물론 치유가 되기는 했지요. 서미연이라는 여성은 서울에서 신학을 공부하다가 뜻한 바가 있어서 소록도에 들어온 건강한 여성입니다. 한 번 나병에 걸렸던 사람과 건강한 여성이 결혼을 한다는 것은 좀처럼 쉽지가 않은 일이었는데, 조백헌 의 중재와 격려로 그들은 결혼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벚꽃이 섬 전체에 활짝 피어나던 봄날에 그들의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서 교회로 몰려들었고, 그들의 주례를 맡는 조백헌 원장이 그동안 있었던 여러 가지 일들을 언급하는 주례사를 연습하는 것으로 소설을 끝나게 됩니다. 

어떻게 소설을 소개하다 보니 좀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청준씨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다시 이 소설을 읽게 되었는데... 배경은 나환자들이 모여 사는 남녘의 섬 소록도이지만, 그는 이 소설을 통해서 우리들 모두가 고민하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 말씀드렸던 조백헌 원장이 부임하기 30년 전... 그때는 일제시대였는데, 당시의 주정식 원장을 통해서 우리에게 말하려 하는 것은 무엇인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작가가 소설을 쓴 시점은 1975년에서 76년에 이르는 시기였습니다. 혹시 그가 주원장을 통해서 암시하는 인물이 있을까? 그렇다면 그는 누구일까? 하는 것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제 마음 속에 박정희 대통령이 얼핏 떠올랐습니다. 일제의 탄압과 전쟁으로 얼룩진 이 나라를 우리들의 천국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비전이 그에게는 있지 않았을까... 처음에는 그는 사람들에게 설득하고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을 통해서 자발적으로 모든 일이 이루어지도록 힘썼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10월 유신이나 긴급조치 같은 점점 더 억압적인 방법을 사용하게 되었고, 이에 저항하는 백성들의 소리는 들으려하지 않았습니다. 처음보다 사는 모습이나 환경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그것을 ‘우리들의 천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보다는 ‘당신들의 천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져 갔습니다. ‘소외’라고 하는 사회학적인 단어가 비로소 많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 바로 그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다가 79년 10월에 그 자신도 암살을 당하게 되지요. 만약에 제 생각에 저자가 동의를 한다면, 아마 그는 상당한 혜안을 가진 사람일 거다...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몇 년 후에 벌어질 일을 이미 그 소설에서 말한 것이 되니까요. 
  
저자는 ‘우리들의 천국’을 만들려하다가 ‘당신들의 천국’을 만들고 만 주정식 원장을 30년 뒤에 나타난 조백헌 원장과 대비시키며 어떻게 하면 ‘우리들의 천국’이 가능할 것인가 하는 것을 조심스레 제시하고 있습니다. 원생들에게 천국을 만들어 주고 싶었던 조백헌은 주정식을 염두에 두면서 자기는 그런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며 일을 진행합니다. 하지만, 그도 여전히 주정식의 길을 갑니다. 간척사업과 같은 대형 사업을 통해서 300백만 평이나 되는 거대한 땅을 만들 수 있다면... 그곳이 ‘우리들의 천국’이 될 거라는 생각은 참 위험한 발상이었습니다. 이러한 원대한 꿈이 서서히 현실로 드러나려는 시점에 그는 마산에 있는 병원으로 발령을 받게 됩니다. 

그 때 그에게는 자신이 숱한 고생을 겪어가면서 시작한 일을 자신이 끝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고, 자신의 이임을 반대하는 원생들의 서명작업을 수수방관합니다. 마치 주정식원장이 자신의 동상을 세우려하는 원생들의 서명을 모르는 척했듯 말입니다. 하지만, 그는 결국 간척 사업을 끝내지 못하고 그 곳을 떠납니다. 그리고 후임으로 왔던 원장들 중에는 누구도 조백헌과 같은 열정을 가지지 못했기에 간척 사업은 여전히 중단된 상태로 남게 됩니다.
  
그런데 이렇듯 간척사업의 성패에 관계없이 ‘당신들의 천국’이 ‘우리들의 천국’으로 변하는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것은 바로 소설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나병을 앓았던 청년과 건강한 여성이 서로 사랑을 하게 되고 온갖 갈등을 극복하고 결혼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저자는 이러한 마무리를 통해서 ‘우리들의 천국’이란  생각 밖으로 아주 작고 소박한 일을 통해서도 가능한 것임을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비록 많은 상처와 아픔이 있더라도 내가 너를 따뜻한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곳... 내가 너의 아픔에 관심을 가져주고 내가 가진 아픔을 너에게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곳... 이러한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 질 수 있다면, 거기서부터 ‘당신들의 천국’은 ‘우리들의 천국’으로 바뀌게 된다는 것이지요. 

반드시 거창한 구호나 거대한 공사가 따라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내가 모든 것을 해야만 한다는 생각도 아주 위험한 것입니다. 어떤 계획이나 의도가 성공했다고 해서 거기에 ‘우리들의 천국’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계획이 실패하고 중단 되었다고 해서 천국이 존재할 수 없는 그런 것도 아닙니다. 비록 그들이 심혈을 기울였던 간척 공사는 중단되고 미완성인 채로 남아 있지만,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했던 젊은 남녀의 사랑이 불씨가 되어서 섬은 조금씩 ‘우리들의 천국’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지요. 
   
오늘 예수는 자신이 세상을 살면서 가지는 관심사가 천국에 있음을 우리에게 밝히십니다. 본문은 천국을 씨앗을 뿌리는 일에 비유하는 마가복음에만 유일하게 나오는 대목입니다. 내용을 다시 살펴봅시다. 어떤 사람이 씨를 땅에 뿌립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는 자주 밭에 나가서 살피지를 못합니다. 자기의 일에 몰두하다보면 시간을 가질 수가 없습니다. 신기한 것은 그러는 중에도 씨앗은 싹이 트고 자라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는 그것이 땅이 스스로 하는 일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는 차분히 열매가 충실하게 맺히기를 기다립니다. 열매가 맺히게 되면 낫을 들고 나가서 그것을 거두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예수가 하나님 나라를 염두에 두면서 하신 말씀입니다. 
   
우리가 여기서 발견하게 되는 하나님 나라의 가르침은 어떤 것일까요? 
우리는 부지런히 씨를 뿌리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아주 평범한 진리이지만, 씨앗이 땅에 뿌려질 때... 비로소 우리는 그것이 자라나고 거기서 꽃이 피고 열매를 맺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가 있습니다. 만일 씨앗이 땅에 뿌려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거기서 아무런 열매도 기대할 수가 없게 됩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사람이 씨를 땅에 뿌림과 같으니...’(26절) 오늘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고 있습니다. 씨를 뿌리고 나니까 거기서부터 말할 거리가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씨를 뿌리지 않으면 아무 것도 말할 것이 없는 것이지요. 
   
하나님의 나라는 이렇듯 어떤 사람이 밭에 나가서 씨를 뿌리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씨를 뿌린다는 것이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또한 이렇게 어떤 한 사람이 씨를 뿌렸다는 것이 왜 이리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요? 만약에 씨 뿌리는 일이... 뿌린 씨앗이 금방 자라나서 풍성한 열매를 맺게 되는 일이라면... 굉장히 신나는 일일 것입니다. 누구나 다 그런 일을 기쁘고 즐겁게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와 반대의 경우라면... 씨를 뿌리기는 하지만... 아무리 많은 씨를 뿌려보아도 그 결과가 신통치 못하다면... 사람들은 선뜻 나서지 않을 것은 분명합니다. ‘씨를 뿌려 보아도 결과가 없는 걸... 헛고생 할 필요가 있어?’ 이렇게 생각하면서 포기하게 되는 것이지요.
  
시편 126편을 보면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시126:5-6) 왜 이들은 씨를 뿌리러 나가면서 눈물을 흘려야 하는 것일까요? 그만큼 어렵고 힘든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우리가 하나님의 사랑으로 사람들을 사랑하고 섬기는 일... 그것은 참으로 감당하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예수님처럼 스승이요 주가 되어서 제자들의 냄새나는 발을 씻어 주는 일... 그러한 일을 기꺼이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요? 예수님처럼 자기를 버리고 덜컥 십자가를 짊어질 사람이 과연 누가 있을까요? 생각해보면 바로 이러한 것들이 우리가 뿌려야하는 씨앗들입니다. 이것은 참으로 감당하기가 어려운 일입니다. 맨 정신으로 하기가 힘들다면 눈물을 흘리면서라도 감당해야 할 우리들의 몫입니다. 우리가 이러한 사랑의 수고와 희생을 감당하려 할 때에 근사한 프로젝트나 거대한 계획으로도 이룰 수 없었던 하나님의 나라는 바로 이 세상 가운데서 꿈틀 거리게 된다는 것이지요. 이 땅에서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란 비록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고 하여도 하나님의 사랑으로 세상을 섬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바로 이러한 사람들이 세상 가운데 하나님 나라의 씨앗을 심는 것입니다. 

  이렇듯 씨를 뿌리기는 했지만... 그는 미처 그것을 돌볼 틈이 없습니다. 자기에게 주어진 일이 참 많기 때문입니다. 예수는 이 대목을 ‘저가 밤낮 자고 깨고 하는 중에...’ 이렇게 표현을 하였습니다. 일상적인 생활에 쫓겨서 밭을 잘 돌보지 못하는 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신기한 것은 씨앗이 싹이 나고 계속해서 자라난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기쁘고 신기한 일이 벌어질 수가 있는 것인가요? 예수는 이것을 이렇게 설명하셨습니다. ‘땅이 스스로 열매를 맺되...’ 씨를 뿌린 장본인은 잘 돌보지도 못하는데... 땅이 알아서 척척 다 해준다는 것입니다. 그렇지요 땅이 다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예수님이 여기서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겉으로 보기에는 땅이 스스로 열매를 맺는 것 같지만... 대지에 그러한 생명력을 불어넣으시고 적절히 비를 내려주셔서 땅에 뿌려진 씨앗이 세상을 향해서 불쑥 고개를 내밀게 하시는 분... 그 분은 다름 아닌 하나님이시라는 말씀입니다. 
   
오늘 우리들 모두에게 이러한 믿음이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적어도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하나님의 백성의 본분을 잃지 않고... 하나님의 사랑으로 세상을 섬기며 산다면... 하나님의 능력이 항상 우리들과 함께 한다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빌립보서에서 이런 고백을 한 적이 있습니다. ‘너희 안에서 행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 자기의 기쁘신 뜻을 위하여 너희로 소원을 두고 행하게 하시나니...’(빌2:13)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하나님의 사람답게 선한 목적과 뜻을 품을 수 있도록... 그러한 의지와 용기를 주시는 분... 그 분이 바로 하나님이시라는 말씀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가 품은 선한 뜻과 목적을 이루어 갈 수 있도록 하나님은 우리들 속에서 행하신다는 말씀입니다. 결국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속에 계신 하나님께서 나의 뜻과 생각과 모든 행동을 이끌어 가신다는 것이지요. 
  
이것이 바로 예수가 가진 생각이었습니다. 내가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하시는 것이다... 이러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그는 항상 당당했고, 설혹 지금 당장에 결과가 드러나지는 않아도 결국에는 하나님이 모든 것을 이루어 주신다는 희망으로 가득한 삶을 살아 갈 수가 있었던 것이지요. 오늘 우리들 모두에게도 이러한 믿음이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들은 하루하루의 삶에도 허덕이고 급급한 것이 아니던가요? 이러한 우리들이 믿음을 잃지 않고, 꿈을 포기하지 않고, 하나님의 백성다움을 간직하면서 살도록 우리를 붙잡아 주신 분... 그 분은 다름 아닌 하나님이십니다. 저절로 여기까지 올 수는 없었습니다. ‘하나님이 하셨습니다...’ 이런 믿음으로 나아가는 여러분 모두가 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예수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처음에는 싹이요 다음에는 이삭이요 그 다음에는 이삭에 충실한 곡식이라 열매가 익으면 곧 낫을 대나니 이는 추수 때가 이르렀음이니라’(28b-29절)  어쩌면 우리가 가장 염두에 두어야할 중요한 대목입니다. 만일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라면... 어쩌면 기다림의 과정도 생략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도 생각할 수가 있겠지요. 가다리는 일처럼 우리를 맥 빠지게 하는 일도 없습니다. 우리가 뿌린 씨앗이 바로 열매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 까요? 하지만, 예수는 우리에게 싹이 나고, 이삭이 맺히고, 그것이 곡식이 되고, 충실한 열매로 자라나면 그제서야 비로소 열매를 거둘 수가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참고 견디는 기다림의 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에게 일깨워 주시는 대목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기다린다는 것 자체를 즐기는 법을 배우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생각해보면 예수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오늘 말씀 속에서 예수가 열거한 것들... 씨앗에서 출발하여 거둘만한 풍성한 열매가 되기까지의 과정들... 그 가운데서 인간 예수가 서 있는 자리는 어디쯤일까요? 그것은 아마 간신히 씨앗을 심고 있는... 동조하는 사람도 별로 없는데...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씨앗을 심고 있는... 그러면서 그것 자체를 즐기는... 이것이 바로 예수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믿음의 사람의 모습입니다. 싹이 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그런 염려도 없습니다. 싹이 나기는 하지만, 벌레가 먹으면 어떻게 하나... 비가 오지 않아서 말라버리면 어떻게 하나...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썩어 버리면 어떻게 하나... 이러한 염려도 예수에게는 찾을 수가 없습니다. 

오늘 하나님이 자신에게 부여하신 역할이 씨앗을 뿌리는 일이라면... 이제까지 어느 누구도 하지 않은.. 그래서 눈물 없이는 할 수가 없는 일이라고 해도... 하나님께서 자기에게 주신 역할을 즐겁게 감당을 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될 때에 비록 하나님 나라가 완전히 우리들 속에 이루어지지는 않았어도... 하늘의 기쁨과 감동을 이 땅에서부터 이미 누리며 살 수가 있는 것이지요. 
   
바로 여기에 ‘당신들의 천국’을 ‘우리들의 천국’으로 만드는 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과는 하나님께 맡기는 것입니다. 우리는 단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역할에만 충실하면 되는 것이지요. 그것이 예수님처럼 하나님의 사랑으로 세상을 섬기는 사랑의 씨앗을 뿌리는 일이라면... 기꺼이 그것을 감당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사랑하고 섬기는 일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지요. 
  
하나님 나라라고 하는 소중한 꿈을 우리에게 심어 주시고, 우리로 하여금 그 나라를 희망하며 살게 하시고, 그 나라를 이루기 위해서 감당할 일을 우리에게 주셨다는 것... 그 자체를 기뻐하며 삶을 즐길 때... 우리에게는 하나님 나라의 빛이 충만할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나라는 더 이상 ‘당신들의 천국’이 아니라 ‘우리들의 천국’으로 다가오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하나님의 축복이 우리들 속에 충만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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