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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그 어디나 하늘나라 (눅 17: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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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디나 하늘나라 (눅 17:20~21) 
   
   
근 넉 달 만에 다시 이 강단에서 여러분의 얼굴을 대하게 되어 매우 반갑고 기쁩니다. 하나님의 은혜와 여러분의 기도에 힘입어 가족들과 함께 멀리 미국에서 두어 달 편안히 쉴 수 있었습니다. 일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온 가족과 함께하는 안식의 기간을 허락해주신 것을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립니다. 일단 귀국은 했지만 안식년 기간은 아직 두 달 정도 더 남아있고 이제부터는 매우 바쁜 일정을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기도 많이 해주시기 바랍니다. 

<하나님의 나라>만큼 우리에게 중요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의 창조의 목적이기도 하고 우리의 믿음의 지향점이며 우리의 삶의 목적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 하나님의 나라에 관한 예수님의 한 중요한 발언이 오늘 본문에 들어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볼 수 있게 임하는 것이 아니요 또 여기 있다 저기 있다고도 못하리니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 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을 통해서 우리는 첫째로 하나님의 나라가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나라는 볼 수 있게 임하는 것이 아니요” 하셨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하나님의 나라는 영적인 나라이며 믿음의 눈으로만 볼 수 있는 나라라는 것입니다. 둘째로는 하나님의 나라가 어떤 특정한 지리적, 물리적 공간을 차지하는 나라를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여기 있다 저기 있다고도 못하리니” 하셨기 때문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하나님의 나라는 우리가 아는 이 세상의 나라들 하고는 전혀 다른 차원의 나라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하나님의 나라를 이 지상의 어딘가에서 찾으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셋째로는 하나님의 나라는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이 세상 어느 지역에 있는 것도 아니지만 분명히 있는 것이고 또 이미 우리 안에 와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 하셨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 하신 말씀에서 “너희”라고 하신 것은 일차적으로는 예수님께 “하나님의 나라가 어느 때에 임하나이까?” 하는 질문을 던진 바리새인들을 가리키신 말씀이었으나 오늘날 우리 모두에게도 확대 적용시켜도 무방할 것입니다. 그러면 하나님의 나라가 우리 안에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이겠습니까? 그것은 하나님의 나라가 이미 현재적 사건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예수님께서는 하나님의 나라를 당신 자신과 연관시키신 것입니다. 즉 예수님께서는 사실상 “하나님의 나라는 지금 너희 가운데 있는, 너희 앞에 서있는 나와 함께 이미 와있는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 와있는 나 즉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하나님의 아들이시며 우리의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셨기 때문에 그의 나라는 이미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과 그의 사역 속에서 하나님의 나라는 이미 시작된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를 믿는 믿음을 가진 사람은 이미 그의 나라의 백성인 것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온전히 드러났고 성령의 역사로 인해 믿음을 갖게 된 사람들에게서 온전히 깨달아져가는 현재적 실재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하나님의 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살고 그를 따르며 그의 말씀을 열심히 행하는 가운데 파악되어야 하는 것이다. 예수님에게서 하나님나라의 임재를 보는 사람은 예수님이 계신 곳이라면 그 어느 곳에서도 하나님의 나라를 보겠지만, 예수님에게서 하나님나라의 임재를 보지 못하는 사람은 그 어디에서도 하나님의 나라를 볼 수 없다는 말씀인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당신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하나님의 나라를 가르치신 것입니다. 

예수님 자신이 하나님나라의 열쇠이고 주인이심을 선언하신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시고 친히 모본을 보이신 대로 하나님께는 경외와 신뢰와 순종을 드리고 사람들과는 서로 사랑을 나누며 섬기는 올바른 관계에 서면 그것이 곧 하나님의 나라입니다. 이 하나님의 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과 말씀과 삶을 통해 이미 시작되었으며 우리의 믿음이 온전치 못하기 때문에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으나 주님 다시 오실 그날 완성될 확실한 세상이라는 것입니다. 

지난 수요일 저녁 귀국한지 이틀 후인 금요일 바자회 때 교회 뜰 안에서 만난 한 교인이 저에게 다가와서 말씀하시기를 제가 미국에 갈 때 천국에 다녀오기를 바랐는데 천국을 봤느냐고 하셨습니다. 그 분 생각대로 적지 않은 사람에게 미국은 천국과 같을 수 있습니다. 미국을 이번에 처음 가보는 것은 아니지만 비교적 장기간 머물며 미국 동부지역을 조금 돌아볼 기회를 가졌는데 역시 미국은 복 받은 나라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넓은 땅, 울창한 숲, 커다란 나무들 사이에서 잘 관리되는 잔디와 보기 좋고 편리한 가옥들, 자유롭게 뛰노는 다람쥐들이 평화의 복지국가 미국을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법과 질서를 잘 지키고 자기만 성실하게 노력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고 능력대로 인정을 받으며 아무런 간섭 받지 않고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불편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기회의 나라라는 것이 미국에서 살고 있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말하는 미국이었습니다. 

그러나 결코 미국이란 나라가 곧 천국은 아닌 것이 또한 분명한 사실임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국에서 들은 우스개 소리가 하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죽어서 천국 문 앞에 갔답니다. 문을 지키고 있는 베드로에게 천국에 들어가고 싶다고 했더니 베드로가 말하기를 금방 결정하지 말고 지옥에도 가서 구경해보고 나서 결정을 하라고 했답니다. 그래서 그 사람이 지옥에 가봤더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둡고 살벌하고 끔찍할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는 지옥은 밝고 화려하고 활기가 넘치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사람은 베드로에게 돌아와서 자기는 지옥에 가서 살기로 했다고 말했답니다. 그리고는 지옥으로 갔는데 막상 지옥에 가보니 처음에 와봤던 그 지옥하고는 완전 딴판으로 어둡고 살벌하고 뿔과 꼬리가 달린 새까만 마귀졸개들이 삼지창을 들고 다니며 찌르고 소리 지르는 끔찍한 장면이 전개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나가던 사람을 하나 붙들고 지난번에 와서 봤을 때는 밝고 화려하고 활기가 넘치던 데가 왜 갑자기 이 모양이냐고 물었답니다. 그랬더니 그 자가 대답하기를 “그때는 선전기간이어서 그랬지.”라는 것이었답니다. 그 우스개 소리를 하신 분이 이어서 하는 말이 미국이 꼭 그렇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관광비자를 가지고 놀러오는 사람에게는 천국 같아 보이지만 영주권을 받아 거기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결코 천국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미국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 가운데 성공해서 잘 사는 분들도 계시지만 다른 한편에는 하루하루 먹고 살기 위해 막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 또한 많이 있었습니다. 박사학위 소지자에서부터 대기업 중견간부였던 분들도 그 신분에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일들로 온갖 고생을 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제일 부러워지는 것이 주택입니다. 크고 멋진 나무들 사이에 자리 잡고 있고 잘 깎인 잔디 정원을 둔 대부분의 집들은 참으로 그림같이 멋져보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그런 집에 사는 분들께 집도 좋고 잔디도 예쁘고 집 주위의 나무들이 너무 멋있다고 하면 그 집주인들은 대부분 떨떠름한 반응들을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잔디 깎는 일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낙엽 치우는 일도 지겹기 짝이 없다는 것입니다. 

쓰레기봉지 다 뜯어놔서 사방에 쓰레기를 흩어놓곤 하는 다람쥐들, 그런 원수덩어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겨울에 눈이라도 오면 눈 치우기 바빠서 죽을 지경이라는 것입니다. 잔디 제 때 제 때 깎지 않거나 낙엽 빨리 빨리 쓸어버리지 않거나 눈 즉시즉시 치우지 않았다가는 이웃사람에게 고소당하기 일쑤여서 정나미 떨어지는 나라라는 것입니다. 정말 관광비자 갖고 놀러오는 사람과 영주권 받아 사는 사람의 미국을 보는 시각이 그렇게 다르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미국사람들은 집이며 자동차며 하는 것을 거의 적은 돈 주고 일단 사서 장기로 갚아나가는 <모기지>로 산다고 합니다. 큰 돈 없이도 일단 제 집과 차를 소유할 수 있는 데가 미국이라 좋은 나라 같지만 그 모기지라는 것이 사실은 목조이기지 딴 게 아닌 것입니다. 미국사람 대부분은 모기지에 목이 조여서 일생 엄청난 이자 돈 물어가며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빚 갚기 위해 몸 고달프게 일해야 하는 것이 미국인의 삶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말 듣다보니 갑자기 우리나라가 좋은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 집 주변이나 동네에 다람쥐 한 마리 얼씬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잔디 안 깎았다고, 눈 안 치웠다고 고소고발 당하지 않고 살아온 한국에서의 삶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미국 가서 보니 미국만 선진국이 아니라 한국도 매우 앞서가는 나라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미국서 마지막 한 달 동안은 주일마다 여기저기 초청 받아 설교도 하고 제직수련회에서 특강도 했습니다. 

그때마다 초청하는 교회에서 좋은 호텔에 방을 얻어주곤 했는데 좋은 호텔에 설치된 TV는 전부 한국제품이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디 가나 LG 아니면 삼성 TV였습니다. 미국에서 LG TV나 삼성 TV를 설치하는 것이 곧 부와 고급화의 상징이 되어 있었습니다. 근 석 달을 지내려니까 자동차가 필요했습니다. 이리저리 손익을 계산하며 비교한 끝에 차를 임대하여 타고 다니느니 중고차를 사서 쓰다 되파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결론을 내리고는 중고차 파는 곳에 갔습니다. 

그런데 또 놀란 것은 우리 국산차들이 많이 나와 있었다는 것이고 국산차에 대한 평판이 아주 좋다는 것이며 값도 비싸게 팔린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국산차를 사고 싶었지만 비싸서 못 사고 대신 미제차를 사서 타고 다녔습니다. 그 차를 운전할 때마다 기분이 좋았습니다. 미국차가 잘 나가서가 아니라 국산차가 비싸서 못 타고 미국차 탄다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귀국해서 오래간만에 우리 차를 다시 운전해 보니 얼마나 조용하고 부드럽게 잘 나가는지 모른지 모릅니다. 외국에 나간 한국사람들이 제일 많이 느끼는 불편사항이 인터넷환경의 열악함입니다. 미국이 유럽보다는 낫지만 한국보다 덜 편리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뉴저지 주에 머물 때였습니다. 코네티컷 주의 뉴헤이븐이란 도시의 한 한인교회에서 설교해야 하는 주일을 며칠 앞두고 갑자기 두 눈이 번갈아 따끔거리며 뻑뻑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거울 앞에서 눈 안쪽을 살짝 들여다보니까 다래끼가 나려는 초기증세가 분명했습니다. 그냥 놔두면 주일쯤 가서는 틀림없이 보기 흉하게 다래끼가 나게 생겨서 무척 당황했습니다. 그래서 친절히 안내해주며 같이 다니던 장로님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아시는 분 중에 안과의사가 혹시 계시면 응급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실 수 있겠느냐고 여쭌 것입니다. 그랬더니 그 장로님이 아주 난처해하셨습니다. 

알아보긴 하겠지만 미국서는 의사에게 연락해서 진찰약속 일시를 정하고 절차 밟아 치료를 받거나 처방전 받아 약을 쓰는 데도 최소한 며칠 걸릴 것이라는 대답이었습니다. 그 장로님은 그러더니 하룻밤 고민 끝에 이튿날 다시 만나서 한국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 지역으로 저를 데리고 갔습니다. 거기서 한 약국을 찾아 들어가서 사정 이야기를 했더니 한국인 약사가 나와서 저에게 “고혈압 없으시죠? 당뇨 없으시죠? 이거 마이신인데 하루 세 번 닷새 동안 다 드셔요.” 하면서 즉석에서 약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 덕에 다래끼 증세는 쏙 들어가고 두 눈이 편안하게 되었습니다. 그 약사의 조치가 미국의 의료법에 잘 따른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난 한국식이 좋다.”라는 확고한 생각을 굳히게 했습니다. 허긴 미국에 사는 한국사람들도 아프면 그저 한국에 돌아가서 치료 받고 오는 게 최고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입니다. 우리 한국에서 살고 있는 것 감사해야 합니다. 

이렇게 이런 저런 미국에서 지내며 느낀 점을 길게 이야기하는 것은 그렇다고 미국은 지옥이고 한국은 천국이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분당에 사시는 분들은 천당 다음이 분당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미국에 사시는 분들 가운데도 미국이야말로 천국 다음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기도 하지만, 우리는 오늘 본문으로 돌아가서 “하나님의 나라는 볼 수 있게 임하는 것이 아니요 또 여기 있다 저기 있다고도 못하리니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귀담아 듣자고 하는 것입니다. 

그 말씀의 의미를 가슴에 잘 새기자는 것입니다. 한국도 미국도 그 자체로 천국이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어디서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함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해야 하겠다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 은혜를 깨닫고 그를 우리의 주님으로 모시고 살면 그 어디나 하늘나라가 될 수 있음을 굳게 믿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빕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알지 못하면 그 어디 간들 하늘나라의 삶을 살 수 없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우리는 그 어디에 있어도 이미 하늘나라의 삶을 사는 백성입니다. 찬송가 438장의 작가가 뭐라고 말합니까? “내 영혼이 은총 입어 중한 죄 짐 벗고 보니 슬픔 많은 이 세상도 천국으로 화하도다. 내 모든 죄 사함 받고 주 예수와 동행하니 그 어디나 하늘나라. 초막이나 궁궐이나 내 주 예수 모신 곳이 그 어디나 하늘나라.”라고 그의 믿음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이 신앙고백이 곧 우리 모두의 것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수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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