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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성령강림주일] 그러나 진리의 성령이 오시면 (요 16: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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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진리의 성령이 오시면 (요 16:12~15) 

요한복음 14장부터 16장 사이에 보면 성령에 관한 예수님의 언급이 다섯 차례나 나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언급을 통해 제자들에게 성령이 어떤 분이신지를 보다 확실하게 가르쳐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집중적으로 성령에 관해 말씀하신 것은 그가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실 일이 가까웠을 때입니다. 예루살렘에서는 예수님을 잡아 죽이려는 모의가 시작되었습니다(요11:53, 57).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이 당신뿐 아니라 당신의 제자들도 박해할 것이고(15:20) 그들을 출교할 뿐 아니라 죽이기까지 할 것을 예견하셨습니다(요16:1-2). 성령에 관한 예수님의 말씀이 연달아 나온 것은 바로 이런 때였습니다.

  그 첫 번째 말씀을 우리는 14:16-18에서 만납니다: “내가 아버지께 구하겠으니 그가 또 다른 보혜사를 너희에게 주사 영원토록 너희와 함께 있게 하리니 그는 진리의 영이라. 세상은 능히 그를 받지 못하나니 이는 그를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함이라. 그러나 너희는 그를 아나니 그는 너희와 함께 거하심이요 또 너희 속에 계시겠음이라. 내가 너희를 고아와 같이 버려두지 아니하고 너희에게로 오리라.” 

여기서 우리는 먼저 성령이 예수님 즉 아들 하나님께서 아버지 하나님께 간구하심으로써 아버지께서 제자들에게 주시는 분이셨음을 알 수 있습니다. 둘째로, 예수님께서 성령을 “또 다른 보혜사”라고 말씀하신 것은 자신과 성령께서 동격임을 뜻하는 것으로 이해하게 합니다. 셋째로, 성령께서는 신적 본성에 있어서 아들과 동격이실 뿐 아니라 그 하시는 일에 있어서도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사역의 연장선상에 계심을 보게 됩니다. 

16절 하반절에서 “다른 보혜사를 너희에게 주사 영원토록 너희와 함께 있게 하리니” 하신 말씀이나 17절 하반절에서 “그는 너희와 함께 거하심이요 또 너희 속에 계시겠음이라” 하신 것은 성령께서 예수님의 뒤를 이어 그처럼 제자들과 함께하실 분이심을 밝혀주신 것입니다. 

또 18절에서 “내가 너희를 고아와 같이 버려두지 아니하고 너희에게로 오리라.” 하신 것은 비록 아들은 제자들을 떠나 아버지에게로 가시지만 성령께서 오셔서 제자들과 함께하시면 그것은 그들이 결코 고아와 같이 버려 둔 바 되지 않는 것이며 아들 자신이 다시 오셔서 함께하시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말씀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성령의 사역과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 사이의 본질적 동질성을 보게 됩니다. 

넷째로, 성령께서는 진리의 영이심을 배웁니다. 다섯째로, 성령께서는 제자들에게 위로자이심을 깨닫습니다. 17절 상반절에서 예수님께서는 성령을 이 세상과 대치관계에 두시며 말씀하셨습니다: “그는 진리의 영이라. 세상은 능히 그를 받지 못하나니 이는 그를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함이라.” 세상은 거짓에 속해있습니다. 그러기에 세상은 진리의 영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것이며 받아들일 수도 없습니다. 거짓된 세상은 성령을 거부하며 배척할 것이고 그러기에 성령께서 함께하실 주의 제자들에게도 적대적일 것입니다. 따라서 주의 제자들은 이 세상에서는 버려진 고아와도 같을 것입니다. 그러나 성령께서 오셔서 그들과 함께 하신다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함께하시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사실은 그들에게 큰 위로가 아닐 수 없는 것입니다.

   뒤이어 듣는 성령에 관한 말씀은 14:26-27에 있습니다: “보혜사 곧 아버지께서 내 이름으로 보내실 성령 그가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고 내가 너희에게 말한 모든 것을 생각나게 하리라.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은 세상이 주는 것과 같지 아니하니라.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 이 말씀에 따르면 성령은 아버지 하나님께서 보내십니다. 그런데 “내 이름으로” 즉 아들의 이름으로 보내십니다. “내 이름으로 보내실 성령”이라 하신 것은 일단 앞선 16절에서 “내가 아버지께 구하겠으니” 하신 말씀과 연결해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성령을 보내주실 것을 아들이 구하였기에 보내신다는 뜻이 “내 이름으로 보내실 성령”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더 나아가 “아들의 이름으로 보내실 성령”이란 뜻은 성령이 아들로부터 받은 사명을 수행할 분이시라는 것입니다. 누구의 이름으로 보냄을 받은 자는 그 보낸 이의 뜻을 행하는 임무를 가진 사람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성령의 사역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과 동일한 사역일 수밖에 없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성령께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신 일과 다른 일을 하시기 위해 오신 것이 아닙니다. 성령께서는 아들을 대체하신 것이 아니라 그의 사역을 계승하시며 완성하시는 것입니다. 이 말씀에서도 성령은 진리의 영이심이 재확인됩니다. 

26절에서 “보혜사 곧 아버지께서 내 이름으로 보내실 성령 그가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고 내가 너희에게 말한 모든 것을 생각나게 하리라.”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앞에서는 성령을 거짓된 세상에 맞서는 진리의 영으로 언급하셨지만, 여기서는 당신께서 가르치신 모든 진리의 말씀을 제자들로 하여금 바르게 깨닫게 하는 영으로 설명하신 것입니다. 여기서도 성령은 예수 그리스도를 대체하시는 분이 아니라 그를 계승하시는 분이심을 확인하게 됩니다. 성령께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미처 가르치지 못하신 새로운 진리를 가르치시는 분이 아니라 그가 가르치신 모든 진리를 바르게 깨닫게 하시는 분이시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말씀에서도 성령은 위로자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주어진 진리를 성령에 의해 깨닫는 것만이 거짓되고 적대적인 이 세상을 이길 수 있는 길입니다. 또 그 진리를 깨달은 사람만이 언제 어디서나 참 평안을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27절에서 예수님께서는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은 세상이 주는 것과 같지 아니하니라.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 하셨는데 그것은 성령에 의해 그렇게 되리라는 말씀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성령은 참 위로자이신 것입니다.

   계속해서 주어지는 성령에 관한 예수님의 말씀은 요15:26-27에서 찾습니다: “내가 아버지께로부터 너희에게 보낼 보혜사 곧 아버지께로부터 나오시는 진리의 성령이 오실 때에 그가 나를 증언하실 것이요 너희도 처음부터 나와 함께 있었으므로 증언하느니라.” 이 말씀에서 예수님께서는 처음에는 “내가 아버지께로부터 너희에게 보낼 보혜사”라고 하심으로써 성령을 보내시는 주체로서 당신 자신을 강조하셨지만 곧 이어서 “아버지께로부터 나오시는 진리의 성령”이라고 덧붙이심으로써 성령을 보내시는 주체로서의 아버지와 아들의 역할의 균형을 잡으셨습니다. 그리고 여기서도 성령을 “진리의 성령”으로 재확인해주셨습니다. 

또한 “진리의 성령”의 의미를 두 가지로 설명해주셨습니다. 그 하나는 진리 그 자체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제자들에게 증언하신다는 뜻으로 “진리의 성령”입니다. 다른 하나는 예수 그리스도를 제자들에게 증언할 뿐 아니라 그 제자들로 하여금 예수 그리스도와 그 안에서 드러난 진리를 증언하게 하신다는 뜻으로 “진리의 성령”입니다. “진리의 성령이 오실 때에 그가 나를 증언하실 것이요” 하신 다음에 이어서 “너희도 처음부터 나와 함께 있었으므로 증언하느니라.” 하신 것입니다. 성령께서는 예수님의 뒤를 이어 오셔서 제자들과 함께하시며 그들이 주님으로부터 받은 증언의 사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동역하시는 분이십니다. 

이 요15:26-27의 말씀은 바로 앞에 있는 23-25절에 이어서 읽어야 그 의미가 더 생생하게 살아날 것입니다: “나를 미워하는 자는 또 내 아버지를 미워하느니라. 내가 아무도 못한 일을 그들 중에서 하지 아니하였더라면 그들에게 죄가 없었으려니와 지금은 그들이 나와 내 아버지를 보았고 또 미워하였도다. 그러나 이는 그들의 율법에 기록된 바 ‘그들이 이유 없이 나를 미워하였다’ 한 말을 응하게 하려 함이라.” 예수님의 제자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증언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제자들이 상대해서 예수 그리스도를 증언해야 했던 세상은 그들을 미워하는 세상이었습니다. 

하나님을 미워하고 그의 아들을 미워하며 따라서 그의 제자들 또한 미워하는 세상이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이유 없이 미워하는(요15:25) 세상을 향해 그를 증언한다는 일은 죽음을 무릅쓰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예수 그리스도를 제자들에게 강하게 증언하실 이가 성령이시라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진리의 성령이 오실 때에 그가 나를 증언하실 것이요 너희도 처음부터 나와 함께 있었으므로 증언하느니라.” 하셨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실 때 처음부터 함께했었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오랫동안 예수님과 함께하며 그에게서 듣고 배운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 가지고 예수 그리스도를 증언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듣기는 들으면서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으며, 깨닫는다 해도 두려워서 증언할 생각을 하지 못할 것임을 예수님께서는 알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오직 성령이 임하지 않고는 진리의 참된 깨달음도 그 진리와 깨달음의 증언도 할 수 없는 일이라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러나 진리의 성령이 오시면 그가 제자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증언하여 깨닫게 하실 것이고, 그의 증언은 너무나 강력하고 확실하여 제자들도 세상을 향해 나아가 그 증언대로 증언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성령은 힘 있는 증언자이시며 힘 있게 증언하게 하시는 진리의 영이심을 주님께서는 가르쳐주신 것입니다. 

   성령에 관한 예수님의 또 다른 말씀은 오늘 본문 말씀을 바로 앞서는 요16:1-11 가운데 들어있습니다. 그중 1-3절을 보면 예수님께서 “내가 이것을 너희에게 이름은 너희로 실족하지 않게 하려 함이니 사람들이 너희를 출교할 뿐 아니라 때가 이르면 무릇 너희를 죽이는 자가 생각하기를 ‘이것이 하나님을 섬기는 일이라’ 하리라. 그들이 이런 일을 할 것은 아버지와 나를 알지 못함이라.” 하셨습니다. 성령께서 오실 그때는 예수님의 제자들이 실족하기 쉬운 때라는 말씀입니다. 제자들이 출교를 당할 뿐 아니라 죽음까지 당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무릇 너희를 죽이는 자가 생각하기를 ‘이것이 하나님을 섬기는 일이라’ 하리라.” 하신 것은 주의 제자들을 출교시키고 죽이는 자들이 그것을 신앙의 이름으로 하리라는 말씀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하나님과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들이 이런 일을 할 것은 아버지와 나를 알지 못함이라.” 이렇게 무지한 자들에 의해 부당한 심판을 받아야 할 때에 주님께서는 당신을 보내신 이에게로 가시겠다고 하심으로 제자들은 근심에 쌓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도 말씀하셨습니다. 

6절입니다: “내가 이 말을 하므로 너희 마음에 근심이 가득하였도다.” 그러나 근심하지 말 것은 성령께서 오실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진리의 영이시기에 무지한 세상의 심판자가 되실 것이라고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신 것입니다. 8절을 봅니다: “그가 와서 죄에 대하여, 의에 대하여, 심판에 대하여 세상을 책망하시리라.” 진리를 알지 못하는 무지한 세상은 주의 제자들을 책망하고 심판하며 출교시키고 죽일 것이나 진리의 성령께서 그 세상을 책망하시리라는 것입니다. 참된 심판자이신 그 성령 때문에 주의 제자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이제 비로소 본문으로 돌아옵니다. 그러나 본문에서 언급될 것이 앞선 말씀에서 이미 다 언급되었습니다. 여기서 예수님께서는 성령이 진리의 영이시라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십니다. 그런데 성령의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진리와 다른 자기 나름대로의 진리가 아닙니다. “그가 스스로 말하지 않고 오직 들은 것을 말하시리라.”(13절 하반절)고 에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성령께서 말씀하시는 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미 다 말씀하신 것입니다. 

본문 14-15절을 봅니다: “그가 내 영광을 나타내리니 내 것을 가지고 너희에게 알리시겠음이라. 무릇 아버지께 있는 것은 다 내 것이라. 그러므로 내가 말하기를 ‘그가 내 것을 가지고 너희에게 알리시리라’ 하였노라.” 진리의 성령께서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께서 드러내시고 가르치신 진리에로 주의 제자들을 인도하실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비록 아직은 제자들이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다 알아듣지 못하고 감당하지 못하지만 성령께서 오시기만 하면 다 깨달아 알게 되리라는 것입니다. “내가 아직도 너희에게 이를 것이 많으나 지금은 너희가 감당하지 못하리라. 그러나 진리의 성령이 오시면 그가 너희를 모든 진리 가운데로 인도하시리라.”(본문 12-13절)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은 성령강림주일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오늘도 거짓되고 무지하며 적대적인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지금은 우리가 진리에 목말라하며 위로와 용기를 절실히 찾는 때입니다. 이때에 성령께서 오셔서 우리와 영원히 함께하신다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십니다. 아버지 하나님으로부터 보내심을 받아 우리에게 오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아버지와 영원히 함께하시는 하나님이시듯이, 아버지와 아들 하나님으로부터 보내심을 받아 우리에게 오신 성령은 영원히 그들과 더불어 한 하나님이십니다. 그는 진리의 영이십니다. 그는 우리 가운데 거하시며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 그는 거짓되고 하나님의 백성에게 적대적인 이 세상에서 우리의 참된 위로자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지금 몸으로 우리와 함께 계시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는 성령 안에서 우리와 함께하십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가 하나님과 함께하듯이 성령 안에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합니다. 성령께서 우리와 함께하심을 믿어야 할 것입니다. 사람들이 알건 모르건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오셔서 함께하셨던 것처럼 우리가 알건 모르건 성령께서는 우리 가운데 함께하십니다. 우리가 오늘도 이렇게 숨 쉬고 거동하며 사는 것도 다 성령의 역사로 가능한 것입니다. 이미 우리는 그의 놀라운 사역과 은혜를 힘입으며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우리와 함께하시는 성령의 임재와 그 능력의 역사를 우리가 확실히 깨달아 안다면 우리는 더욱 더 큰 일을 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무엇보다도 이 거짓되고 적대적인 세상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 이 악하고 반역적인 세상을 향해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진리를 증언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일들은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는 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진리의 성령이 오시면 그 모든 것이 가능해집니다. 이 땅의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사방으로부터 우겨쌈을 당하는 이 시련의 때에 성령의 함께하심을 믿는 믿음 안에서 진리의 삶과 평안을 누리는 우리 모두가 됩시다.
(이수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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