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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도는 변화를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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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992년 크리스마스에 아내 레베카가 선물꾸러미를 푸는 모습을 보았다. 아내는 얇은 종이를 뒤적여서 상자 안에 든 조그마한 푯말을 벗겨 내었다. 아내가 그것을 집어 들더니 큰 소리로 읽어 내려갔다. “기도는 변화를 가져온다.” 아내가 나를 보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되기를 소망해 봅시다.” 내가 대답했다. 나는 목회자였고 기도는 나의 전부였다. 그럼에도 이처럼 시련을 겪은 적이 없었다.

그 해 봄 아내는 병을 얻었다. 그저 독감이려니 생각했다. 한두 주 정도면 예전처럼 회복되리라 여겼는데 아내는 더욱 나빠지기만 했다. 단순히 독감 정도가 아니었건만 의사들도 정확히 집어내지 못했다. 간단한 것도 잊어버리는가 하면 생각도 또렷이 할 수 없었다. 아내는 만성적으로 탈진해 갔고 결국 직장도 그만두었다. 마침내 한 의사가 과감하게 진단을 내렸다. “섬유 조직염을 앓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가 아내에게 말했다. “합병증으로 만성피로증후군이 온 것같아요.” 통증, 두통, 인지장애, 근육과 관절의 경직 등이 모두 섬유조직염의 증상이었다. 대체로 치명적인 상태는 아니었건만 알려진 치료법도 없었다. ‘기도하는 수밖에 없지.’ 나는 생각했다.

이것이 아내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그 푯말을 받은 이유일 것이다. 날이 따뜻해지자 나는 그 푯말을 정원에 꽃아 놓았다. 집 밖으로 나설 때나 차 진입로로 들어설 때마다 그 희망의 메시지가 우리를 맞았다. 나는 아내가 앓기 시작한 이래로 열성을 다해 기도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따금 내 기도가 공허하고 가망 없이 들리기도 했다. 똑같은 기도를 하고 또 했건만 마치 허공에 대고 기도하는 듯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면서 아내의 증세도 악화되었다. 믿음도 약화되었고 정원의 푯말을 볼 때마다 배신감마저 느껴졌다.

13년에 걸친 절망스러운 세월 동안 그런 상황은 지속되었다. 희망도 가졌고 기도도 했다. 그것도 아주 열심히, 지금껏 수년 동안 말이다. 그러나 대답은 무정한 침묵뿐이었다. 아내는 침대에서 꼼짝 못했다. 겨우 소곤댈 뿐이었고 포크조차 들 힘이 없어 조만간 음식 공급용 튜브를 써야 할 판이었다. 차가 집 앞에 이르자 몇 해 전 꽂아 둔 푯말이 보였다. ‘기도는 변화를 가져온다.’ 나는 차를 세워 주차시켰다. 나는 오래도록 그 푯말을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나는 차 밖으로 나와 쿵쾅거리며 정원으로 걸어가서 푯말을 땅에서 홱 뽑아 덤불 속으로 던져 버렸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하나님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어요. 하나님 당신을 도우실 수
있다고 믿지 못한다면 뭘 믿어야 하겠어요?“ 나는 침대 끝에 털썩 주저앉아 아내의 눈을 쳐다보았다. 아내를 위해 풀타임 간병인을 두고 교회도 가고 성경 공부 모임에도 들어갔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습관적으로 한 것 같다. 나는 믿고 싶었다. 내 마음 저 깊은 곳에서 아직도 희망을 갖고 싶어하는 내가 있음을 느끼고 싶었다.

그 희망이 많은 상처를 준다할지라도 말이다. 어느날 아내의 상태를 살피러 방으로 갔더니 아내가 나더러 가까이 기대라고 손짓했다. ”내가 견뎌 낼지 모르겠어요.“ 아내가 나지막이 말했다. ”가끔은 당신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해야 할지 ‘잘가요’라고 인사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약한 쪽은 나였다. 나는 아내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지난 해 2월 간병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레베카 부인을 깨우러 갔는데 부인이 움직이질 않았어요. 숨은 쉬는데 반응이 없었습니다.“ 결국 이렇게 끝나는 것인가? 갑자기 내 마음의 눈에 정원에 세워 둔 푯말이 보였다. ‘기도는 변화를 가져온다.’ ‘주님, 이번이 제 아내를 낫게 해 달라고 드리는 마지막 기도입니다.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주님의 뜻으로 알겠습니다. 주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제가 유일하게 아는 것은 제 힘으로는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는 것입니다.‘

나는 깜빡 잠이 들었다. 깨어났을 때 한 음성이 들려왔다. “아내를 병원으로 데려가라.” 그 목소리는 말했다. “나를 믿어라. 네 아내는 다시 먹게 될 것이고 병이 나을 것이다. 지금 데려가라. 나를 신뢰하라.” 나는 음성을 들었다. 내 일생동안 그 어떤 것에도 이토록 확신을 가진 적은 없다. 병원에서 사흘 째 2005년 2월 11일 밤이었다. 침대 시트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자 아내가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수년 동안 들어보지 못했던 분명하고 또박또박한 아내의 음성을 들었다. “배고파요.”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아내를 끌어안았다. 몇 주 지나지 않아 아내는 고형음식인 빵, 야채, 고기 그리고 너무도 오랫동안 맛보지 못했던 그 모든 것들을 먹었다. 치료법 상의 변화도 없었고 새로운 약을 쓴 것도 아니니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내의 몸은 나아기지 시작했고 매일매일 회복되었다. 오래잖아 아내는 단거리를 걸어다닐 정도로 회복되었다. 어느 아름다운 봄날 푯말을 문질러 닦아낸 다음 보드라운 흙 속에 눌러 꽂았다. ’기도는 변화를 가져온다.‘ 그렇다 정말이지 기도는 변화를 가져온다.

- 가이드포스트(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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