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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회개에 합당한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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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근 목사(한국기독교장로회 증경총회장, 이수중앙교회 담임)

교회 부흥운동을 일으킨 회개는 “나는 죄인이다”는 죄의 고백이었습니다. 성경은 죄를 두 가지로 말해 주고 있습니다. 하나는 내 인생의 방향이 잘못되었다, 내가 지향해야할 목표는 빗나가 버렸다는 것입니다. 그 죄를 ‘하마르티아’(Hamartia)라고 부릅니다. 이 때 회개는 빗나가 버린 궤도를 수정하는 것입니다. 즉, 방향을 바로 잡는 것을 뜻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회개가 일어나는 우리 삶의 자리에서는 항상 회(悔)와 개(改)가 따로 놀거나 겉돌기 십상입니다. 회개(悔改)의 회(悔)는 후회, 회한 등의 말과 연동해서 애절한 뉘우침의 정서를 수반합니다. 자기 연민과 동정의 요소도 어느 정도 이 말의 꽁무니에 붙어 다닙니다. 그러나 이미 과녁을 빗나가버린 화살을 아쉬워하며 마냥 회한에 젖기만 한다면, 그것은 때늦은 후회의 자맥질이 될 뿐입니다.

더욱 우리가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은 그것을 알량한 참회의 알리바이로 삼고 이로써 신앙생활의 체질이 인습화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결코 진정한 회개에 이르지 못할 것입니다. 거기에는 구체적인 악습의 폐기와 근본적인 방향 전환, 생활의 구조적인 체질 변화를 아우르는 개(改)의 요소가 결여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단언컨대 연중행사로 교회에서 하고 있는 부흥회, 그 때마다 행해지는 회(悔)의 반복만으로는 개(改)의 지속적인 실천에는 이를 수가 없습니다. 이를 연중행사로 이벤트 식으로 반복하고 있는 한국교회 회개운동의 속내는 회칠한 무덤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라는 설교를 듣고, 그동안 사랑하지 못한 것을 회개했다면, 이제는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야 마땅하지를 않겠습니까? 그런데 회개하고도 여전히 사랑하지 못한다면, 내가 한 회개는 빈껍데기요, 회칠한 무덤일 뿐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하고 있는 회개의 진솔한 모습이 아니겠습니까?

성서에 나오는 또 하나의 죄의 개념은 ‘오페일레마’(Opheilema)입니다. 우리말로 표현한다면, 빚진 죄인이라는 뜻입니다. 죄를 갚거나, 탕감 받아야할 부채로 보는 개념입니다. 우리는 이 세상을 살면서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고 살아갑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부분적으로 채권자인 동시에, 채무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누구나 예외 없이 하나님에게만은 채무자일 뿐입니다. 그것도 도저히 자신의 노력으로는 갚을 수 없는 일만 달란트 빚진 자입니다. 그러나 내가 이웃으로부터 받을 채권은 기껏해야 일백 데나리온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인간은 하나님으로부터 이 엄청난 부채를 탕감 받길 원하면서도 자기에게 빚진 이웃의 사소한 부채는 악착같이 받으려고 합니다. 이것이 죄인으로 악하게 살아가는 인간의 서글픈 모습입니다. 성서가 우리에게 일관되게 요구하는 바는 하나님으로부터 부채를 탕감 받고, 용서받길 원한다면, 네가 먼저 형제의 부채를 탕감해 주고, 용서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우선순위가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임금으로부터 일만 달란트 탕감 받은 신하가 일백 데나리온 빚진 동관의 빚을 탕감해주는 것은 마땅한 일이 아니겠느냐?”고 하신 말씀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회개와 용서는 개인의 실존적인 참회나 회한을 넘어서 각종 빚으로 인한 억압을 풀어주고, 그 상처를 치유해서 온전한 샬롬(shalom)의 상태를 회복시켜주는 것을 뜻합니다.

세례요한은 ‘독사의 자식들’을 향하여 “임박한 진노를 피하려거든 회개하라”고 외쳤습니다. 그가 외친 회개에는 반드시 “회개에 합당한 열매”가 따라야만했습니다. 회개에 합당한 열매는 대책없이 마냥 되풀이되는 회(悔)의 감정적 자맥질이 아니라, 탐욕을 몰아내는 사랑의 실천을 뜻합니다. 두벌 옷 있는 자는 한 벌 옷을 형제에게 주어야했고, 세리는 부과된 세 이외에는 거둬서는 안 되며, 집권자들은 받는 급료로 족한 줄 알아야했습니다. 이 회개의 열매는 예외 없이 부패하고 타락한 인간 사회의 부흥을 내실화 하는 윤리적 규범이요. 하나님의 공의를 드높이는 신앙 원리가 되고 있습니다.

- 출처 : 크리스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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