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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과거를 넘어 미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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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너 우스토프 교수 (영국 버밍엄대 신학부 학장)

전세계가 ‘미래’라는 단어에 몰두해 있다. 그런데 미래는 지나온 역사의 발자취를 살펴보고 역사를 올바로 이해할 때나 전망 가능하다. 지나온 과거와 다가올 미래는 함께 가야 한다는 점에서 과거사 정리는 미래를 전망하기 위한 하나의 중요한 과정이다.

세계 선교사에 있어 한국 교회가 차지하는 비중은 날로 커지고 있다. 최근 한국 교회 안에 마이너스 성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하지만 이는 다양한 집단이 서로 경쟁하는 다원주의적 시민사회, 자본주의적 시장경제하에서 교회 성장 방식이 다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일 뿐이다. 과거 독일 교회의 과거사 청산 방식을 반면교사로 삼으면 한국 교회가 어떻게 과거사를 말끔히 정리하고 미래를 선도해나갈 수 있는지를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나치 정권 하에서 독일 교회는 세 가지 입장으로 나뉘었다. 첫번째 부류는 교회 연합, 더 나아가서 국가의 ‘재 기독교화’와 나라· 민족· 교회 사이의 화해를 이루기 위해 나치 정권을 선교적·역사적 기회로 이용했다. 두번째 부류는 교회 교리와 나치 이데올로기가 섞이는 것을 거부했다. 세번째는 나치즘뿐 아니라 자유주의와 근대주의까지 교회에서 몰아내야 한다는 극단적 소수 의견 그룹이 있었다.

나치가 정권을 장악한 첫 해에는 정부에 대한 대중 지지도가 매우 높았다. 독일 교회도 3분의 2이상 정부를 지지했다. 이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근본 원칙이 무엇인지에 대해 역사적 인식을 바탕으로 한 현실적 성찰 과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주요한 갈등과 논의의 요점은 성경이 나치식으로 재해석돼야 하는가, 히틀러식 국가사회주의를 하나님이 허락하신 것으로 이해해야 하는가, 예수의 형상을 북구 게르만 인종으로 보아야 하는가 등에 불과했다.

나치 정권의 몰락 이후 독일 교회는 정치 사회의 재편과 발맞추어 재건 작업에 착수했다. 대표적인 예가 공개적인 ‘죄책고백 선언서’이다. 독일 교회의 반성과 사과는 교회 에큐메니컬 운동 진영에 의해 강요된 측면이 있고 정치적인 제스처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죄책고백 선언서’는 과거사 정리와 관련, 무조건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인내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논의하는 자세가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기독교 유래와 관련한 한국의 역사적 정황은 매우 특별하다. 인도와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우 기독교가 근대주의적 종교시대의 산물, 식민지 통치와 함께 유입된 반면 한국은 봉건 신분제와 계급해방 등 색다른 배경 속에서 출발했다. 세계사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한국교회의 급성장은 이 같은 시대적 환경 및 역사적 상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한국 교회의 선교 역사는 여전히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21세기에 한국 교회에 주어진 시대적 사명을 제대로 감당한다면 한국 기독교는 세계 기독교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한국 교회가 멋진 과거사 정리를 통해 보다 정확하게 앞날을 예견하고 미래를 선도해나가기를 바란다.

◇ 버너 우스토프 교수

△독일 함부르크대·하이델베르크대 교수 △독일 신학사전 ‘에르게’ 공동편집장 △현재 영국 버밍엄대 신학부 학장 △저서‘서유럽 기독교의 몰락’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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