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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환난날에 취해야 할 교회의 자세 (단 12:1-3, 막 13:1-8, 히 1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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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난날에 취해야 할 교회의 자세 (단 12:1-3, 막 13:1-8, 히 10:11-14)


<돌 하나도 남지 않고 무너지리라>

오늘은 오순절 후 스물여섯 번째 주일이자 “Christ the King Sunday,” 즉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입니다. 대강절 바로 전에 오는 주일이자 교회력이 새로 시작되는 주일이기도 합니다. 온 세상을 다스리시는 그리스도 예수의 왕권(kingship)을 높이고 그 분의 통치에 순종할 것을 다짐하는 주일이지요. 

오늘 봉독한 막 13: 1-8절의 말씀은 세상 끝날이 언제 올지, 그 징조는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제자들이 묻자 예수께서 대답하신 내용입니다. 먼저 1절을 보면 예수님 일행이 성전을 떠나실 때 제자들 중에 한 사람이 성전 건축의 위대함에 대해서 탄성을 질렀습니다. “선생님이여 보소서 이 돌들이 어떠하며 이 건물들이 어떠하니이까.” 

이탈리아 로마에 가면 성 베드로 대성당이 있습니다. 그 찬란한 건축물을 보는 순간 누구나 다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어떻게 인간의 손으로 이 위대한 건물을 지을 수 있었을까? 지금 예수님의 제자들 역시 예루살렘 성전의 위용(偉容)에 압도당해서 다 깜짝 놀랐던 것이지요. 

예루살렘 성전은 주전 957년경에 솔로몬이 지었는데 약 400년 후에 바벨론 제국의 침략으로 무너졌습니다. 두 번째 예루살렘 성전은 예수님이 오시기 500여 년 전에 다시 지어졌는데, 헤롯왕이 다시 대대적으로 증축해서 예수님 시대에는 중동지역 최고의 건축물로 유명했습니다. 

이 예루살렘 제 2성전은 예루살렘 전체 면적의 1/6정도의 크기였고, 그 성전뜰만 해도 미식축구장 여섯 개의 넓이였다고 합니다. 그러니 예수님의 제자들은 예루살렘 성전을 떠받치고 있는 기초석과 건물에 압도당했던 것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 제자가 감탄사를 발했던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 예수님은 이 제자의 감탄사에 맞장구를 치기는커녕 불길한 말씀을 하십니다. 2절을 보세요.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가 이 큰 건물들을 보느냐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다 무너뜨려지리라 하시니라.” 이 금빛 찬란한 엄청난 성전이 돌 하나도 남김없이 완전히 무너지리라는 예언이지요. 놀랍게도 예수님의 이 예언은 그대로 이루어져 주후 70년에 로마 장군 티투스의 공격을 받아 완전히 붕괴되고 맙니다.

<언제 어떤 징조로 세상의 종말이?>

이제 중요한 것은 예수님의 이 생뚱맞은 대답을 들은 제자들이 예수님께 던진 질문입니다. 너무나 놀라운 대답을 들은 제자들은 예루살렘 성전 바로 앞쪽에 있는 감람 산, 즉 올리브 산으로 이동할 때까지 깜짝 놀라서 아무 말도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예루살렘 성전의 전모가 한 눈에 들어오는 감람 산 어는 한 지점에서 성전을 마주보고 앉았을 때 새로운 질문이 터져 나옵니다. 

흥미롭게도 이곳에서 질문을 던지는 제자들은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과 안드레, 4명입니다. 예수님의 핵심 제자 4명이 예수께서 예언하신 예루살렘 성전의 붕괴뿐만 아니라 이 세상 전체의 종말에 대해서 질문을 던집니다. 4절을 보세요. “우리에게 이르소서 어느 때에 이런 일이 있겠사오며 이 모든 일이 이루어지려 할 때에 무슨 징조가 있사오리이까.” 여기 4명의 제자들이 던진 질문은 두 가지 내용입니다. 이 세상의 끝날이 언제 올 것이냐는 시기(When)와 세상 끝날에 도대체 어떤 징조(What Signs)가 일어날 것이냐는 물음입니다. 

종말의 시기와 징조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 예수께서 어떻게 대답하셨는가를 살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마가복음을 쓴 저자가 이 책을 기록할 때였던 주후 60년대의 마가교회는 큰 환난 가운데 있었습니다. 기근과 지진과 폭동, 전쟁, 교인들에 대한 박해와 순교, 등등 온갖 자연재해와 사회적 불안정이 교회 안팎을 어지럽히고 있었습니다. 특히 로마군대를 무력으로 몰아내려는 열심당원들이 군사를 모아서 전쟁을 일으키는 폭력과 위기의 시대였습니다. 

이와 같이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환란과 핍박, 기근과 지진, 전쟁의 시기에 종말에 대한 기대는 언제나 클 수밖에 없겠지요. 묵시에 대한 비전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입니다. 그래서 마가복음 13장을 “소묵시록”이라고 부릅니다. 

이제 예수님의 대답을 살펴보기 전에 정말 중요한 전제가 하나 있습니다. 다니엘서나 요한계시록과 같이 세상끝날에 일어날 일을 기록한 묵시록의 목적은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언하는데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 여기에서 엄청난 환난을 당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도처에서 전쟁의 소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교회에 교인들에게 엄청난 환난과 핍박이 덮쳐온다고 할지라도 염려하지 말고 주님만 붙들라는 것입니다. 끝까지 믿음을 버리지 않고 잘 참고 기다리면 모든 일이 다 잘 될 것이라는 격려와 희망을 주기 위해 묵시록을 기록했던 것이지요! 

마가가 처한 교회상황이나 오늘 우리 교회가 처한 상황이나 그 종류만 다를 뿐 내용은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세상은 살기 어렵고, 온갖 흉악한 범죄가 그치지 않고 있고, 멀리 중동에서는 끝없이 전쟁에 대한 소문이 들려옵니다. 기근과 지진, 태풍, 홍수, 등등 자연재해에 대한 소문도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만 하더라고 건축 후에 그 어느 때보다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세상인심은 날이 갈수록 고약해지고 있고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점점 더 각박해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환난날에 우리 교회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요? 제자들에게 주신 예수님의 대답을 보면 세 가지 자세가 필요합니다.

<환난날에 교회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나?>

첫째로, 어려운 환난의 때일수록 분별력이 필요합니다. 

종말의 시기와 징조에 대해서 묻는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5-6절에서 이렇게 대답하십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너희가 사람의 미혹을 받지 않도록 주의하라 많은 사람이 내 이름으로 와서 이르되 내가 그라 하여 많은 사람을 미혹하리라.” 밖에서 핍박이 많을수록 안에서 내분도 많이 일어날 수 있다는 말씀이지요. 

사실 교회의 역사를 보더라도 바깥에서 오는 환난과 핍박이 심할수록 교회는 더욱 더 하나로 단결했고 정금처럼 정화되고 연단되었습니다. 훨씬 더 큰 문제는 교회 안에서 생기는 갈등과 분열입니다. 교회 안에서 많은 사람이 예수님의 이름을 빙자해서 “내가 그리스도다.” 하면서 많은 사람을 속인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런 거짓 선지자들에게 속아 넘어가서 안 됩니다. 교회에 대해서 헛된 소문을 퍼뜨리는 거짓 선지자들에게 속아 넘어가면 안 됩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지혜로운 마음으로 분별력을 길러야 합니다! 

예수님의 이러한 경고는 꼭 이단종파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십자가와 눈물, 고난 없는 복음을 강조하고 물질만능주의에 젖어 온갖 허황된 기복주의를 외치는 사람들도 조심해야 합니다. 봉사와 희생 없이 너무 쉽게 신앙생활하려는 무리들도 경계해야 합니다. 기도를 하되, 하나님의 뜻이 아닌 자기의 욕심을 이루기 위해 하는 기도도 조심해야 합니다. 돌아보면 교회가 안팎으로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분별력 있는 신자들이 얼마나 필요한지 모릅니다. 우리 내리교회에도 이와 같이 분별력 있는 일꾼들이 많아지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둘째로, 어려운 환난의 때일수록 잘 참고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이 세상이 슬픔과 아픔과 혼란으로 가득 찰 때마다 교회에 필요한 미덕은 인내입니다. 예수님은 7-8절에서 이 세상 곳곳에서 매일 들려오는 어지러운 소문들을 말씀하십니다. “난리와 난리의 소문을 들을 때에 두려워하지 말라 이런 일이 있어야 하되 아직 끝은 아니니라 민족이 민족을, 나라가 나라를 대적하여 일어나겠고 곳곳에 지진이 있으며 기근이 있으리니 이는 재난의 시작이니라.” 

전쟁과 전쟁의 소문이 꼬리를 잇고, 민족과 민족이 맞서는 일은 어제 오늘이 일이 아닙니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가 좀 잠잠해지는 것 같더니 세계의 화약고라는 중동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전쟁을 합니다. 중국과 일본이 날이 갈수록 우경화되어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국가들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처처에 지진이 일어나고 기근이 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징조가 세상의 끝이 아니라, 오히려 8절 말씀에 보면 “재난의 시작”이라고 했습니다. 영어 성경을 보면 “the beginning of the birthpangs”라고 했습니다. 산고(産苦)의 시작이라는 말이지요. 산모가 아이를 임신하면 반드시 산고를 겪을 날이 오게 되겠지만 언제 그 날이 올는지 모르듯이 세상의 종말도 갑자기 예고 없이 찾아올 것인데, 중요한 것은 지금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흉흉한 소문은 재난의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하다는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산모가 산고를 느끼기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인내입니다. 옥동자를 분만하기 위해서는 이를 악물고 잘 참아야 합니다. 언제 어느 때에 세상의 종말이 올지, 그 시간표는 오직 하나님의 손에 있습니다. 그 어떤 징조가 있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시작이지 끝은 아닙니다. 그 끝은 주님의 손에 있으므로 우리는 그저 끝까지 잘 참아야 할 뿐입니다!

하나님의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렵고 힘든 때일수록 잘 참고 기다리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오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지난 4년 동안 건축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도중에 참지 못하고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교회를 떠난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환난날에 끝까지 잘 참고 기다려준 이들은 결국 승리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산모가 산기를 느끼고 엄청난 고통 가운데에도 잘 참아야 아이를 낳을 수 있듯이 우리 내리교회도 끝까지 잘 참고 기다리는 공동체가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셋째로, 어려운 환난의 때일수록 하나님이 주실 승리에 대한 소망으로 가득 차야 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묵시록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고난당하는 이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데 있습니다. 점쟁이가 예언하듯이 “앞으로 이러이러한 일들이 일어날 것이다.” 예언하는 것이 주목적이 아닙니다. 성경에는 예언서와 지혜서와 묵시서가 있습니다. 현재 당하는 고난을 해석하는데 이 세 종류의 문학은 뚜렷한 차이가 있습니다. 

예언서는 현재 당하는 고난이 죄 때문에 생긴 것으로 질책하고 회개할 것을 촉구합니다. 그리하여 죄를 뉘치고 하나님께 돌아가면 축복이 있다고 약속합니다. 반면에 지혜서는 현재 당하는 고난과 축복을 인과응보의 틀에서 봅니다. 의로운 사람은 복을 받고, 불의한 사람은 고난을 당한다고 해석하면서 미래의 행복과 불행은 순전히 자신이 쌓는 업보(業報)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묵시서는 다릅니다. 현재 당하는 고난이 악한 세상 한 가운데 신실하게 믿음을 지키려고 할 때 생기는 현상이라고 봅니다. 그러므로 안과 밖에서 예수 때문에 그 어떤 환난과 핍박을 당한다고 할지라도 잘 참고 승리하면 하나님께서 반드시 승리의 면류관을 씌어주신다는 희망의 약속이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9-13절 말씀을 보세요. 예수 믿는 이들이 때로 법정에 끌려가고 매도 맞고, 예수님 때문에 권력자들과 임금들 앞에 설 때가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예수 믿는다는 이유 때문에 가정 안에서도 내분이 일어나 형제가 형제를 죽음에 넘겨주고 아버지가 자식을, 자식이 부모를 거슬려 죽게 하는 일도 일어날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어려움 속에 처한다고 할지라도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할까 미리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성령께서 지혜롭고 담대하게 할 말을 지시해주신다고 예수님이 약속하십니다. 실제로 우리가 참으로 어려운 위기를 만났을 때 내 의지나 생각과 상관없이 신비한 말을 해서 궁지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환난에 빠질 때 성령님이 우리를 도와주십니다. 홀로 버려두지 않으시고 지혜와 담력을 주십니다! 

이제 예수님의 말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10절 전반부에 나오는 “복음이 만국에 전파되어야 한다.”는 말씀과 13절 후반부의 “끝까지 견디는 자는 구원을 받으리라.”는 말씀입니다. 교회가 안과 밖에서 그 어떤 환난과 핍박을 당한다고 할지라도 결국 복음은 요원의 불길처럼 온 세상에 전파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환난을 당하나 끝까지 참고 견디는 이는 반드시 승리하게 될 줄로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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