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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눈내리는 숲은 고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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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숲은 마음처럼 고요합니다.
지난여름 철없는 아이들이 생채기를 낸 소나무에도
이번 겨울에는 용서하며 잊으라는 듯 눈이 쌓입니다.
할머니 손처럼 말라 버린 채 나뭇가지를 붙잡고 있는 단풍잎에도
소복이 눈이 쌓이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하늘이기에
이 숲의 모든 사연을 다 덮어버릴 만큼 눈을 내리는지 궁금하여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아니 내 마음도 하늘의 손길 같은 하얀 눈으로
덮어 달라는 소망을 안고 고개를 들어봅니다.
뺨의 솜털에도 눈이 걸리고 하늘을 바라보는 눈썹에도
눈이 쌓일 것 같아 얼른 고개를 숙입니다.

눈이 쌓이는 날은 바람도 잠잠합니다.
발자국 소리로 마음에 쌓여가는 눈까지 떨어질까 걸음도 멈춥니다.
고요 속에 생각마저 묻어두고 싶지만
하늘마음을 닮은 하얀 눈송이에 작은 새소리만 영혼을 깨웁니다.
온 세상을 고요히 덮은 눈에 마음을 내어놓고 싶습니다.
하늘 닮은 하얀 마음은 고요 속에 눈처럼 쌓여갑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으로 하얗게 덮여가는 영혼이 되길 소망합니다.
그래서 눈 내리는 아침처럼 고요 속에 기다려야 합니다.
마음에 바람(願)을 걷어내고 끝없이 불어오는 욕망의 풍절(風節)에
등을 돌리고 돌아앉아야 말라버린 상수리나무 잎사귀에 눈이 쌓이는 것처럼
영혼도 하늘에서 내려온 것으로 빛나게 되나 봅니다.
그래서 눈 내리는 마음은 숲처럼 고요합니다.

- 배성식 목사(수지 영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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