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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고도원의 아침편지] 국화빵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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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국화빵 천원어치를
달라고 하고는 안경 낀 사내의 얼굴을
힐끔 쳐다보았다. 사내는 추위에 손이 곱았는지
더듬거리는 손으로 빵틀에서 국화빵을 하나씩
끄집어내어 종이봉지에 담다가 국화빵
하나를 그만 땅바닥에 떨어뜨렸다.
나는 땅바닥에 떨어진 국화빵이
꼭 사내의 눈물처럼 보였으며,
국화빵을 들어낸 빵틀의 빈자리 또한
사내의 눈물자국처럼 보였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으나
나는 이제 거리에서 파는 음식들,
강원도 감자떡이나 중국식 호떡이나 붕어빵,
잉어빵,오뎅,만두,호두과자 등을 가끔 사먹는다.
그것이 그나마 빈곤한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일이기 때문이다.

- 정호승의《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중에서 -

* 누구에게나 빈곤의 추억이 있습니다.
춥고 배고팠던 고통의 시절입니다. 저도 있습니다.
70년대 유신시절 긴급조치로 대학에서 제적돼 갈 곳도,
직업도, 희망도 없이, 설상가상으로 처가(妻家)의 모진 반대로
지금 아내와의 결혼약속마저 산산조각이 났을 때,"국화빵
장사를 해서라도 함께 살아보자"며 눈물쏟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이제 그 국화빵은 빈곤의
추억이 아닙니다. 세상이 온통 모질게 추웠기 때문에
더 따뜻했던 사랑의 추억이며, 절망의 밑바닥이었기
때문에 더욱 무한대로 솟구쳐 오를 수 있었던
희망의 추억입니다. 국화빵의 따스한 추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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