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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복지 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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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포퓰리즘 

-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미국에 있던 한국 학자가 독일의 한 연구소에 취직을 했다. 월급 때문에 그는 두 번 놀랐다고 한다. 먼저는 월급이 생각보다 너무 높았기 때문이었다. 미국보다도 훨씬 월급이 높았는가 보다. 그리고 두 번째 놀란 것은 월급을 직접 받고는 너무 적어서 또 놀랐다는 것이다. 월급에서 빠져 나가는 것들, 그러니까 세금이나 연금, 건강보험료 등을 제하니까 반 이상이 빠져나간 것이다. 

독일에서는 혼자 사는 독신자인 경우는 이렇게 세금과 준조세 등의 공제금이 월급의 50% 이상을 차지하기도 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큰 불만 없이 공제금들을 감당한다. 만약에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많은 공제금이 빠져 나간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폭동 수준의 거센 저항에 부닥치게 될 것이 뻔하다. 

그렇다면 이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것은 국가에 대한 신뢰이다. 독일에서는 오랜 전통에 의해서 ‘…사회국가’라는 독특한 국가이념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복지국가라고 하는 이해를 뛰어 넘어서 국가를 하나의 공동체로 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정부가 자리해서 자본주의라는 경제 중심의 제도에 정의의 실현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이러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국민들이 뒷받침을 하고, 무엇보다 교회가 이러한 정부에 무한한 신뢰를 보내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국가와 함께 성장해온 루터교회 특유의 신학적 사상이 함께 해온 결과이다. 이러한 배경이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세금을 내고, 준조세를 그렇게 많이 내도 불만이 없는 것이다. 당장 나는 손해가 있지만 이 돈이 모이면 사회적 약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내가 어려울 때 국가가 나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 한국의 정치권에서 복지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 등이 공약으로 등장하고 주장되더니 이제는 또 반값등록금이라는 새로운 화두가 등장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혜택을 준다는 것은 너무 좋은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아무도 이를 통해서 세금이 오르게 될 것이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다른 곳에서 재정을 마련하고, 정부가 아껴 쓰면 세금 인상 없이도 충분하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세상에 지출이 늘어나는데 수입은 필요 없다는 말을 우리가 믿어야 하는 것일까. 

왜 정치인들은 정직하게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에서 우리 모두가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더 가진 사람들이 나누자고 용기 있게 말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렇게 부정직하고, 당장 표에만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 우리가 이 정부를 맡기고 우리의 세금을 운영하도록 놔두어도 될 것인가에 대해서 한 번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때라고 여겨진다. 이미 말했듯이 독일에서 사람들이 그 많은 공제금을 내면서 불만을 갖지 않는 것은 정부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은 하나님의 형상을 닮아 있는 인간들이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는 것에 대한 동의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복지와 세금을 논하는 것은 단지 돈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이전에 인간에 대한 이해와 국가에 대한 이해가 먼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동의와 설득이 없이 포퓰리즘에 의해서, 선거를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한 방책으로 논의된다면 결국 동의되지 않는 국민들의 저항을 경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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