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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반짝반짝 빛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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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삶 

- 백소영 교수(이화여대) 


한 번 사는 인생, 반짝반짝 빛이 나서 보는 이들마다 부러워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번쯤은 이렇게 반짝반짝 빛나는 인생을 그려보았을 것이다.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의 등장인물 ‘금란’도 그랬다. 구질구질한 고시원 식당집 둘째딸 말고, 도박에 정신이 팔린 부끄러운 아빠 딸 말고, 존경받는 집안의 귀한 딸로 빛나게 살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런 ‘반짝반짝 빛나는’ 삶의 기회가 통째로 금란에게 주어졌다. 신생아 때 아기가 바뀌었단다. 알고 보니 자신은 ‘지혜의숲’이라는 유명한 출판사 사장님의 외동딸이란다. 늘 반찬 냄새 풍기는 엄마가 아닌 품위 있고 지적인 사모님이 진짜 엄마란다. 출판사업을 하는 아버지는 소신 있는 직업관과 성실함을 갖춘 존경받는 인물이다. 비록 지난 30년의 삶이 보잘것없었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앞으로는 탄탄대로, 그야말로 빛나는 삶이 보장된 거였다. 

그러나 웬일인가? 인생의 로또 같은 이 황금기회에 식당 집 엄마가 녹내장이란다. 그것도 치료시기를 놓쳐 1년 안에 시력을 잃게 될 운명이다. 그간의 정이 있지 그런 엄마를 두고 어찌 형편 좋은 친엄마를 따라 나서랴. 잠시 망설였으나 결국 절호의 기회 앞에 약아지고 냉정해진 금란이었다. 한껏 욕심을 내고 들어간 제 집에서 자신의 친부모와 함께 살고 있던 ‘정원’은 또 다른 장벽이었다. 

아버지의 사적, 공적 신뢰를 오롯이 받고 있는 딸! 출판사 팀장으로서도, 살가운 딸로서도 너무나 탄탄히 자리 잡은 정원의 존재는 친딸이라는 자신의 유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늘 금란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더구나 자신이 좋아하게 된 송 편집장의 마음이 정원에게 가 있음을 알고 난 뒤에는 더더욱 그러했다. 결국 금란은 정원의 입지를 흔들기 위해 그녀가 담당한 출판물의 최종필름에 손을 대는 악행을 저지르고 만다. 

금란이도 처음부터 악한 사람은 아니었을 것이다. 빛나는 삶을 잃을 것 같은 두려움이 그런 선택을 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친엄마가 영영 시력을 잃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정원’은 온갖 오해를 무릎 쓰고 형편이 어려운 친엄마와 같이 살기로 결정한다. 금란과 달리 정원은 오랜 시간 아버지 곁에서 아버지의 회사와 꿈을 함께 지켜온 실력 있는 딸이다. 친딸이 나타난 위기 상황에서라면 정원은 오히려 출판사 아버지 곁을 지켜야 한다는 계산이 나올 법한데, 정원은 친엄마가 영영 자신의 얼굴을 못 보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엄마 곁을 지키기로 결심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산 위에 있는 동네가 숨겨지지 못할 것이요, 사람이 등불을 켜서 말 아래에 두지 아니하고 등경 위에 두나니 이러므로 집안 모든 사람에게 비치느니라, 이같이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마 5:14∼16). 

내 인생의 빛은 외부에서 오지 않는다. 배경도, 조건도 나를 빛나게 하지 못한다. 그러나 내가 스스로 빛을 낼 때, 빛나는 삶의 선택을 할 때 그 빛이 주변까지 환하게 밝히는 법이다. 정원의 선택은 그렇게 그녀를 반짝반짝 빛나게, 주변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기에 문득 그녀를 보면서 이 말씀이 떠올랐나 보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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