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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직과 성실’을 가르칠 어른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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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과 성실’을 가르칠 어른의 책임 

- 백소영 교수(이화여대)
 

“엄마, 오늘 토의뉴스가 ‘한국 어린이 행복지수 세계 최하위’였거든? 그런데 모두 다 웃었어요. 그걸 보도하는 기자 표정이 ‘너무 놀랍다’라는 거 같아서. ‘자기들이 그렇게 만들어 놓고서 뭘 놀라냐?’는 발표가 표를 제일 많이 받았어요.” 

초등학교 6학년인 아이가 전해준 말이다. 대한민국 어린이들이 같은 생각을 한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으나 어른으로서 아이들의 반응에 너무나 부끄러웠다. 아이들 의견이 맞기 때문이다. 수단과 방법 가리지 말고 상위 10%, 조금 더 욕심내어 3%의 삶을 살기 위해 성공하라고 다그치는 어른들이지 않던가. 세상적 성공이 존재 이유요, 삶의 궁극적 가치라고 가르치며 아이들을 몰아가는 것이 또 어른들이다. 하여 또래 친구들과 깔깔거리며 더불어 자라야 할 우리 아이들은 그 친구들을 ‘내가 밟고 올라서야 할 경쟁자’로 보고 있으니 어찌 행복할까. 아이들 말대로 ‘어른들이 만든 세상’이니 우리의 잘못이다. 

최근 방송 중인 드라마 ‘미스 리플리’를 보면서 더 마음이 무거웠다. 작가는 “정직과 성실만이 세상의 성공과 출세를 보장한다고 의심 없이 외칠 수 있는가? 이 드라마는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라고 기획의도에서 밝혔다. 그 ‘답’이 궁금해 몇 회를 보니 드라마의 여주인공은 소위 ‘세상적 성공’이라는 것을 하기 위해 학력을 위조하고, 이를 위해 친구의 학위기를 훔치고, 권력 있는 두 남자 사이에서 꽃뱀 같은 양다리 작전을 펼치고, 하는 말마다 모두 거짓이었다. 출세와 성공을 위해 거짓말을 반복적으로 일삼는 ‘리플리 증후군’을 옹호하는 것이 이 작가의 ‘답’인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혹시 드라마 말미에서 극적 반전이라도 계획하고 있는 것일까? 아무 때나 틀면 볼 수 있는 것이 드라마인데, 어찌 이런 인생관과 가치관이 여과 없이 지상파를 타고 있는지…. ‘세상적 성공과 출세’ 그것이 과연 인생의 궁극적 목표일까. 그것도 정직한 노력과 성실성으로 안 되면 온갖 거짓말과 성적 유혹으로 성취할 수 있다고 말이다. 

“세상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변명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예수님 시절 역시 정직과 성실로는 세상의 성공과 출세가 불가능한 부조리한 세상이었기 때문이다. 열두 살에 이미 예루살렘 성전의 율법학자들과 논박할 수 있었던 ‘율법 천재’ 예수는 최연소 율법학자도, 종교적 권위를 가진 제사장도 될 수 없었다. 세상이 그랬다. 뛰어난 지성과 영성, 정직과 성실의 소유자 예수는 오히려 자신이 믿는 바 ‘하나님 나라의 질서’를 외치다 그 부조리한 세상권력에 의해 십자가형에 처해졌다. 

세상의 눈으로는 철저하게 ‘실패한 인생’이었을 그의 삶이 힘을 가지고 2000년 넘도록 많은 이들의 삶의 좌표가 된 까닭은 거기에 있다. 악한 세상으로 인해 뻔히 예견되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삶과 주장을 그치지 아니한 삶! ‘드라마가 도덕 교과서’는 아니겠으나, 교단보다 더 큰 파급 효과와 영향력을 가진 지금이고 보면 그 콘텐츠를 방관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미래’를 꿈꾸는 콘텐츠들이 넘쳐나길 기대한다. 정직과 성실이 악하고 부조리한 지금의 세상에서는 고통 받겠지만 결국에는 ‘보다 좋은 세상’을 만드는 힘이 된다는 것을 가르칠 책임이 바로 우리 어른들에게 있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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