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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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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 조성돈 교수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학문에도 일정한 흐름이 있다. 과거 신학과 철학이 학문을 주도했던 적이 있었다면 최근에는 사회학이 학문의 세계를 주도했다. 그러나 현재 학문의 세계를 주도하는 것은 경영학이다. 사회에서 경제가 중요한 요소가 되고, 기업이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게 되니까 이에 대한 학문인 경영학이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한 것이다. 

사회의 중요한 요소로는 국가와 시장, 그리고 시민사회를 꼽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여기에 제4요소로서 기업을 꼽기도 한다. 그만큼 기업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적으로 거대한 다국적 기업들을 보면 세계의 흐름을 움직여 가고 있다. 어쩔 때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보다 빌 게이츠의 선행이나 스티브 잡스의 강연이 우리의 문화를 더 움직여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만큼 기업에 힘이 집중되고,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이 커져가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이렇게 기업이 커져 가면서 사회는 기업에 공공이익에 대한 요구를 하고 있다. 이익의 일부분을 사회에 환원하고,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라는 이야기다. 부를 계속 집중시켜서 눈덩이 불리듯 몸집만 키워 갈 것이 아니라 한 공동체 안에 주어진 사람들에 대해서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이전에 여론은 기업이 커져 가면 떨어지는 이익이 국민들에게 나누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세계적 기업이 배출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는 경제적 성장과 함께 상대적 빈곤의 성장도 같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09년에 있었던 미국의 경제위기를 맞아 유명한 신학자인 짐 월리스는 ‘가치는 무엇인가’ 하는 화두를 던졌다. 그는 이 책의 서두에서 불황보다 더 심각한 것은 가치의 위기라고 주장한다. 미국이 경제적 성장은 했지만 상위 1%가 국가 전체 부의 3분의 1 이상을 가지고 있는 현실에 대해 비판하면서 이 위기는 경제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의 문제라고 명확히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짐 월리스의 이러한 비판에 대해 대한민국은 자유로울 수 있을까. 과연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한국의 대기업들이 이러한 비판에 대한 책임 있는 대답을 할 수 있을까. 한국의 대기업군에 대해 세계의 학계는 ‘chaebol’이라는 고유명사를 지어서 부르고 있다. 친족경영을 하지만 가족기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규모가 커진 이 대기업의 연합에 대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명칭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특이한 기업의 형태는 유교적 가치관에 터를 잡아서 가족 중심의 경영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그 태생에서 기업의 합리성과 함께 사회적 공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기업의 기본적인 목적이 이익 창출이라면, 이 재벌의 특징은 바로 가족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너무 커져 버린 것이다. 그 큰 덩치로 작은이들을 밀쳐내고 내 것만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제는 정부에도, 이 사회에도 자기주장을 서슴없이 해대고 있다. 이제 이들에게 누가 방울을 매달 것인지가 이 사회의 커다란 과제가 되었다. 이들의 시혜성 기부에서 자유로울 자가 이 땅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 가난한 자의 목소리를 드러낼 수 있는 선지자의 출현이 기대되는 때다. 선지자가 아니고서는 이들의 목에 방울을 매달 자가 이 땅에 없기 때문이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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