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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교회갱신의 첫 걸음',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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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갱신의 첫 걸음', 그 이후 

- 이상화 목사


"지금은 경건의 권위가 도전받고 있는 세대라 할 수 있다. 기도 많이 한다 하면 정직한 사람으로, 마음을 비운 사람으로 통하던 때가 있었다. 진리다 보수다 하면서 결사적인 태도를 보이면 물욕이건 명예욕은 다 초월한 사람일 것으로 보아주던 때가 있었다. 맥주 깡통을 서슴지 않고 따서 마시는 목사보다 사이다 한 컵을 청하는 목사가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양심적인 성직자라고 믿어주던 세대가 있었다. 이것은 경건의 권위가 살아있어서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구석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새벽마다 강단에 엎드려 있어도 그것 때문에 정직할 것으로 믿어주지 않는 것 같다. 진리 보수를 외치는 교회가 더 썩었다는 말을 서슴지 않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성경의 단어 하나가 잘못 번역될까 하여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세상 권력에는 약하고 감투싸움에는 불쌍하리만큼 치졸하더라는 비판을 서슴지 않고 내뱉는 자들이 적지 않다. 한마디로 경건이 불신당하고 있는 것이다. 

식당에서 밥그릇을 앞에 놓고 기도하기가 부끄러울 정도로 불신을 당하고 있다. 보수 진영보다 자유주의 진영이, 목사보다 신부가 사람들한테 더 신뢰받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처럼 경건의 권위가 불신을 당하면 교회의 존립 자체가 위협을 받게 된다. 그러면 경건의 권위를 돼지한테 던진 책임을 우리는 누구한테 물어야 한단 말인가. 우리 모두는 떨리는 심정으로 자기 자신에게 먼저 물어야 한다. 남에게 돌질할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예수 그리스도께서 원하시는 교회갱신의 첫 걸음이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인 1996년 3월 7일 '교회갱신을 위한 목회자협의회'가 창립되었습니다. 교갱협이 창립되던 당신 '교회갱신'이라는 단어는 너무 낯설고 발음하기조차 어려운(물론 지금도 '갱신'이라는 단어는 '갱생'이라고 발음되기도 하고, '교갱협'은 때때로 '교경협'과 혼동되어 일컬어지기도 합니다.) 단어였습니다. 

그래서 교단과 한국교회에 교회갱신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려야 할 필요와, 뜻을 같이한 동역자들이 순수함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달려가야 할 새로움의 좌표가 무엇인지를 정리해야 할 필요에 따라 창립되던 그 해 5월 첫 주부터 교단지인 <기독신문>에 '21세기 비전'이라는 타이틀로 주간 고정 칼럼이 연재되었습니다. 2002년 연말까지 신문이 발간될 때마다 약 7년여의 기간 동안 지속된 '21세기 비전'의 첫 칼럼은 옥한흠 목사님의 '교회갱신의 첫 걸음'이라는 제목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상기한 글이 바로 그 내용입니다. 

옥한흠 목사님께서 급작스런 호흡곤란 증세로 중환자실로 들어가셨다는 소식을 들은 때부터 태풍 곤파스로 인해 도로 위에 갇혀있던 9월 2일(목) 이른 아침 김명호 목사께로부터 "이제는 마지막 시간이 온 것 같다"는 말을 들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님 품에 안기셨다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귓전을 때렸습니다.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위로예배들과 천국환송예배, 하관예배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시점은 공식적인 장례 일정이 끝난 뒤 2일째 오후가 되는 때입니다. 

도무지 꿈만 같습니다. 4층에 계시던 목사님께서 5층에 있는 저의 방문을 불쑥 열고 들어오실 때 항상 똑같이 반복적으로 하셨던 말씀이 있습니다. 한결 같은 톤으로 "잘 지내냐∼ 별일 없지∼" 라는 말씀을 하시고, 사무실을 한 번 휘 둘러보신 후 "잘 해라∼"는 함축적인 한 마디를 덧붙이시고는 사무실을 휙 나가셨습니다. 

뵈올 때마다 같은 어조로 반복해서 말씀하신 "잘 지내냐∼ 별일 없지∼ 잘 해라∼"는 말씀은 너무 평범한 것이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경건의 권위가 도전받고 있는 세대를 갈파하면서 교회갱신의 흐름이 조금이라도 더 확장성과 깊이를 가지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그 말씀들은 정신이 번쩍나게 하는 채찍이었고, 동시에 격려였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기 위해 자판을 두드리는 이 순간에도 자꾸만 목사님께서 불쑥 문을 열고 들어오시면서 "잘 지내냐~"라고 말씀의 서두를 꺼내시고, 언제나처럼 "잘 해라~"는 함축적인 말씀을 툭 던지시고 문을 나서실 것 같아 자꾸만 문 쪽을 쳐다보게 됩니다. 사실 "잘 해라~"는 그 말씀을 독특한 그 음성을 통해 자연스럽게 다시 들을 수 없다는 것이 아직도 믿기 어렵고 마음이 정돈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도를 모을 때마다 "'교회갱신의 첫 걸음'을 내가 떼었으니 흔들림 없이 지속적으로 나아가라"는 메시지를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큰 울림으로 받습니다. 이후에 하나님 앞에서 옥 목사님을 뵈었을 때 부끄럽지 않은 교회갱신의 결과를 가지고 말씀을 나눌 꺼리가 있을지 말입니다. 

경건의 권위가 불신을 당하고 교회의 존립 자체가 위협을 받고 있는 시대 속에 "잘 해라~"는 함축적인 말씀을 다시 한 번 기억하며 옥한흠 목사님의 장례식 이후 <교회갱신소식>을 올립니다. 

- 출처 :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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