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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행복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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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조건 

-  정석환 연세대 신과대학장


“현실을 알지니 현실이 너희를 강하게 하리라!”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프로이트의 심리치료 목적이자 후에 현대사회의 이상적 자아상을 이룬 모토가 된 말이다. 프로이트의 예견처럼 우리나라에서도 강한 자아상을 이루기 위해 한때 사람들에게 회자되던 성공의 비결이란 말이 있었다.

다음과 같은 6가지 단어를 갖추어야 세상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꿈(미래의 비전), 꾀(자신의 비전과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 전략으로서의 지혜), 끼(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자신만의 재능), 깡(자신만의 신념과 소신의 자기 목소리), 꼴(다른 사람에게 보여지는 자신의 외적 이미지), 끈(세상에서의 네트워크와 관계망)이다. 이 6가지 요소와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간다면 강한 자아상을 가지는 것은 물론 어느 분야에서 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이 6가지 조건을 다 갖춰 성공한 사람은 다 행복한 것일까?

요한복음 3장에는 한밤중 예수를 찾은 니고데모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당시 유대 땅의 성공한 사람이었다. 산헤드린의 의원이었고 사람들이 갖고자하는 모든 것을 갖고 있는 부러움과 흠모의 대상이었던 인물이었다. 아마도 6가지 성공의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던 자였으리라. 그런 그가 다른 이들의 이목을 피해 한밤중 청년 지도자 예수를 찾아와 묻는다. “어떻게 해야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겠습니까?” 성공한 자의 어깨에도 삶의 무게는 너무도 무겁고 버거웠던 모양이다. 니고데모처럼 성공한 사람의 영혼에도 삶의 의미를 향한 타는 목마름은 공평하게 찾아오는 것인가 보다.

우리 인생은 불공평할지 모르지만 영혼의 물음은 모든 이에게 공평한 것이리라 믿는다. 누구에게나 있는 공평한 우리들의 영혼은 스스로를 드러내며 우리 삶의 현주소와 삶의 자리를 묻는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느냐고. 이 질문에 답할 수 없을 때 우리는 ‘물고기가 물속에서 목마르다’고 탄식하는 것처럼, ‘길 위에서 길을 잃어버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대문호로서 성공가도를 달리던 단테는 자신의 성공과 세상의 칭송에도 불구하고 신곡을 저술할 당시의 경험을 이렇게 고백한다. “나는 인생이란 길의 한복판에서 길을 잃고 말았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코엘류는 자신의 나이 40에 ‘살 수도 죽을 수도 없는 나이’의 깊은 우울과 상실감을 경험하며 산티아고의 길을 걸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성공 이후에 찾아오는 니고데모 콤플렉스를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특히 한밤중에 상담실을 찾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속의 영혼의 외침이 그렇다.

성서는 이러한 질문에 무엇이라 답하고 있을까? 성공한 인생을 살았던 다윗의 저작이라 알려진 시편 23편은 이렇게 시작한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이 짤막한 경구를 통해 시편 기자는 성공 이후 니고데모 콤플렉스를 갖고 삶의 길, 행복의 길을 묻는 이들에게 쉬운 답, 모범답안 같은 정답을 쉽게 주려하기보다 오히려 우리에게 묻고 있다. “당신 삶의 주인은 누구이신가?” 성공과 행복을 동시에 찾고 있는 목마른 현대인에게 묻는다. “당신은 누구의 것입니까?”

◇약력=연세대 신과대학, 연합신학대학원 졸업,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목회상담학 박사. 한국기독상담심리치료학회장 역임. 현 연세대학교 신과대학장 겸 연합신학대학원장.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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