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이한규의 사랑칼럼) 마음을 얻는 길

2004.9.21 (제 61호)   마음을 얻는 길

  집세가 한참 오를 때, 한 가장이 집세 문제로 비관 끝에 가족 3명과 동반 자살하며 편지를 남겼습니다. “아버지 때의 가난이 내게 물려지고, 기적이 없는 한 자식들에게도 물려질 것이다. 빈익빈 부익부는 언제 그치려나? 내 집 마련의 꿈은 고사하고 집세도 마련 못하는 서민의 비애를 자식들에게는 느끼게 하고 싶지 않다.”

  사실상 삶은 그렇게 비관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내가 노력하면 행복의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러므로 ‘어른의 가난’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자신에게 있습니다. 그러나 타자에게도 방전된 희망을 충전시켜줌으로 삶이 비관만은 아님을 알려줄 이차적 책임이 있습니다. 특히 ‘어린이의 가난’에 대해서는 모두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어른의 가난에는 문제의식이 필요하지만 어린이의 가난에는 책임의식이 필요합니다.

  어느 날, 한 엄마가 5살과 4살 된 남매를 지하 단칸 셋방에 두고 파출부 일을 나가면서 여느 때처럼 방문을 잠그려고 했습니다. 그때 아이들이 고사리 손으로 싹싹 빌었습니다. “엄마! 잘못했어요! 이제는 칼 가지고 놀지 않을게요. 불장난하지 않을게요. 문을 잠그고 가지 마세요.” 마음이 아팠지만 안심이 되지 않아 할 수 없이 방문을 잠갔다가 아이들이 심심풀이로 시작한 불장난으로 감옥 안에서 생명을 잃었습니다.

  경제적 약자는 한없이 자유하고 싶어도 한없이 자유를 제약받습니다. 그들에게 ‘상처의 눈물’은 삶의 대명사입니다. 그 눈물은 누군가 사치하고 낭비하는 모습을 보면  메마른 대지를 해치는 산성비로 변화될 것이고, 누군가 욕구를 절제하고 경제적 약자의 요구에 반응하는 모습을 보면 메마른 대지를 적시는 새벽이슬로 변화될 것입니다.

  사치보다 염치가 아름답고, 낭비보다 겸비가 아름답습니다. 사치와 낭비를 과시하는 ‘기분 좋은 삶’보다 이웃의 눈물을 닦아주는 ‘기쁨 가득한 삶’이 아름답습니다. 남을 살리는 길은 내가 사는 길입니다. 남을 행복하게 하면 내가 행복해집니다. 현재에 남의 눈물을 줄여주는 만큼 미래에 나의 눈물이 줄어들 것입니다.

  어느 추운 겨울날, 한 아이가 “개가 얼마나 추울까?”하는 측은한 마음을 가지고, 엄마 몰래 안 입는 옷을 들고 나가 마당의 개를 꼭 끌어 안아주고 그 옷으로 개를 덮어주었습니다. 엄마가 그 사실을 알고 “다음부터는 몰래 그러지 말라!”고 따끔하게 혼을 냈지만 속으로는 대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진리와 행복도 그런 마음에 노크할 것입니다.

  마음을 주는 길이 마음을 얻는 길입니다. 작은 마음을 주면 큰 마음을 얻게 되고, 자기보다 작은 존재를 사랑하면 자기보다 큰 존재의 사랑을 받을 것입니다. 가을에 떨어지는 낙엽이 봄의 풍성함을 약속하듯이, 모든 생명은 자기를 비움으로 풍성해지고, 자기를 낮은 곳에 떨어뜨림으로 성장합니다.

( 어제 우연히 Prison Song 이란 노래를 들었습니다. 슬픈 어조로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노래한 그 노래 가사를 보며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운 때 연약한 이웃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가지자는 마음을 전하고 싶어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평안하세요. )

ⓒ 이한규http://www.john316.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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