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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하나님 ‘엄마’의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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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엄마’의 손길 

- 백소영 교수 (이화여대)


최근 한 재능경연 프로그램에 나온 청년의 노래가 대한민국을 울렸다. 최성봉이라는 젊은이가 살짝 불안한 음정, 그러나 맑고 서정적인 목소리로 부른 넬라 판타지아이다. 영화 ‘미션’의 주제곡으로 소개된 이래 기라성 같은 성악가들의 애창곡이 되었던 노래인 만큼 웬만한 실력으로 대중을 감동시키기는 힘든 곡이다. 그럼에도 그의 노래는 심사위원들은 물론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잘 불렀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가 없었더라도 그토록 감동적이었을까.

세 살 때 보육원에 맡겨졌고, 다섯 살 때 구타를 견디지 못하고 도망쳐 나왔단다. 이후론 공원 화장실, 건물계단 등에서 쪽잠을 자고 음료와 껌을 팔아가며 혼자 살았다고 한다. 조직폭력배에 시달리는 등 거칠고 어두운 삶을 사는 동안 오직 노래하는 순간만큼은 자신이 다른 사람이 되어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 같았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독학으로 노래를 불렀다는 것이다.

그의 동영상을 접하게 된 건 시어머니의 소개 덕분이었다. 시댁 문을 열기가 무섭게 동영상을 틀어주시며 그의 인생사를 전하는 내내 시어머니는 계속 눈시울을 적셨다. 엄마의 보살핌 없이 그리 씩씩하게, 맑게, 아름답게 자란 청년이 기적 같고 기특하여 시어머니는 ‘재생하기’를 설정한 채 그의 노래를 듣고 또 들었다.

“아휴, 엄마 손길이라고는 느껴보지도 못한 사람인데, 저 얼굴을 좀 봐라. 얼마나 맑니!” 사랑과 정성의 대명사인 ‘엄마의 손길’ 없이도 대견하게 자란 젊은이가 무한히 사랑스러우셨나 보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엄마 손을 떠나서는 아무것도 안 하려 하는 손자가 내심 걸리셨는지 “엄마 손길을 너무 타는 것도 걱정이긴 하다”며 한 말씀 하셨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아들에게 유난 맞은 엄마이긴 했다. 내 아이의 안전과 성장을 책임지는 유일한 사람인 양 잠도 못 자고 극성스레 아이를 돌보았다. ‘실시간 대기조’ 같다는 어른들의 나무람도 아랑곳 않았다. 오직 내가 어쩔 수 없을 때, 아이가 학교에 있는 시간이나 행여 집을 비우게 되는 시간에는 하나님께 부탁까지 드렸다. 지금 생각하니 마치 하나님이 보조유모인 양, 그렇게 ‘엄마’인 나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시간과 공간에 한해서만 하나님께 내 아이를 부탁했다. 생각해보니 오만이요, 불신앙이다. “오늘 있다가 내일 아궁이에 던져지는 들풀도 하나님이 이렇게 입히시거든 하물며 너희일까 보냐 믿음이 작은 자들아”(마 6:30)

행여 젖을까, 뭐라도 묻을까 아직까지도 아이의 여벌옷을 챙기는 극성맞은 엄마인 나의 모습이 한없이 부끄러웠다. 그리 과도하게 ‘엄마의 손길’을 받은 아이는 어느덧 자신이 해결하기 힘든 일을 당하면 얼른 엄마를 뒤돌아보게 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자신이 어쩔 수 없는 상황, 자신이 한없이 작고 초라하고 부족하고 약하다 느끼게 만드는 세상의 수많은 역경 앞에서 엄마가 아니라, 하나님을 바라보도록 그리 길렀어야 했는데 말이다. 그 어느 엄마보다도 크고 안전한 손길을 가진 ‘엄마’ 하나님의 임재를 삶의 순간마다 체험하도록 아이를 하나님께 ‘던져’ 놓았어야 했는데…. 들풀도 입히시고, 세상에 혼자 남겨진 다섯 살 꼬마도 돌보시는 하나님의 손길은 살아가는 모든 생명이 의지해야하는 유일하고 절대적인 ‘엄마의 손길’이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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