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예화 라크마 1246 일흔 살이 되니 알겠어

첨부 1



어제 아침에 막내 여동생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장목골 큰외숙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입니다.

우리 큰 외삼촌.
공산당인지 남노당인지 했다고
한국 경찰에 끌려가 재판도 없이
산속에서 그냥 총살을 당했다지요.
시신도 못찾았습니다.
어디 그것이 우리 외삼촌 하나이던가요.

그런 바람에 우리 외숙모님은 하루 아침에 과부가 됩니다.
아들은 일곱살
딸은 뱃속에
나이 서른 다섯에 혼자 되어
아흔 하고도 한 해를 사셨네요.

방학 때에 외갓집을 가면
언제나 환하게 웃으며 나를 반겨 주엇습니다.

나는 가시는 외숙모님을 생각하면서
색을 칠 했습니다.
캔버스에 검정색을,
그리고 노랑을.

저녁에 동생들과 문상을 갔습니다.
10년 만에
20년 만에
30년 만에 만나는
가족들, 친지들, 이웃들...
참 많이도 변해 있더군요.
나도 저렇게 변해있겠지 하는
생각을 생각하면서
오늘 그린 그림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동녁에서는 달이 떠 오르고.

작은 외삼촌이 마지막 가는 내 손을 잡고 말을 합니다.
나도 이제 예순의 6자를 띄고 일흔의 7자가 되었다.
이제 나는 알았다.
지나 간 것들 후회 해 보았자
앞으로 일 걱정 해 보았자
다 허탕이더라.
그래서 나는 오늘만 살기로 했단다.
오늘 화 내고 싶으면 오늘 내고
오늘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오늘 먹고
오늘 놀고 싶으면 오늘 놀고
나, 그렇게 산다.

집에 돌아 오는 길 내내
작은 외삼촘 말이 울려 오네요.
또랑또랑한 목소리로요.

달은 중천에 떠 있습니다.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