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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리가 다르게 지어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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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다르게 지어진 이유 

- 백소영 교수 (이화여대) 


2전 3기 쾌거를 이룬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소식이 각종 매체를 통해 전해졌다. 최근 일주일간 TV뉴스와 인터넷 기사는 오랜 준비, 대표단의 치밀하고 감동적인 프레젠테이션, 그리고 정·재계 할 것 없이 수장들이 전격적으로 도운 이야기들로 가득 찼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름 국가적으로 염원했던 소원이 이루어졌다니 축하하고 싶다. 하지만 이건 좀 과하단 생각이다. 

김연아 선수가 프레젠테이션 당시 입고 나온 망토와 귀걸이가 어디 제품이라는 인터넷 기사들이 몇몇 보이기에 설마했다. 그런데 며칠 전에는 8시 뉴스에까지 버젓이 그 이야기가 보도되었다. 주문이 폭주해 긴급하게 생산 작업에 들어갔다는 이야기까지 ‘친절’하게 전해졌다. 

아마 올 가을 거리에서 ‘김연아 망토’를 걸친 여인들을 꽤나 보게 생겼다. 간접광고, 그것은 기업의 생리상 피할 수 없는 일이긴 하다. 많이 팔고 비싸게 팔아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 자본주의적 시스템 내에서 기업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요, 생존전략 아니겠나. 하여 인기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입고 먹고 타고 사는 이야기에는 개연성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연출되는 간접광고들로 넘쳐난다. 

사실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상황이니 ‘간접’이라 할 것도 없다. 문제는 영상이 나가기가 무섭게 걸려오는 문의전화와 인터넷 질문이다. “○○가 오늘 입은 옷, 어디 제품이에요?” “○○가 △△에게 선물한 그 가방, 구할 수 있나요?” “둘이 거닐던 그 소나무 숲, 어디 있나요?” 

그 옷을 입었다고, 그 가방을 들었다고, 소나무 숲을 걸었다고 드라마 주인공이 될 리 만무하다. 물론 ‘김연아 망토’를 걸친다고 국제적 엘리트 군단 앞에서 유창한 영어와 밝은 미소로 감동을 전했다는 ‘국보소녀’가 될 가능성도 전무하다. 그럼에도 굳이 그걸 물어 사는 심리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건 반드시 그만둬야 하는 행동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만들어 놓은 가치의 획일화다. 가방은 ‘루이비통’을 들어야 하고 옷은 ‘프라다’를 입어야 하고 차는 ‘벤츠’를 타야 성공했다, 잘산다고 느끼는, 아니 실제로 그리 대접하는 사회 말이다. 그리 획일적인 것이 ‘아름답고’ ‘가치있는’ 것이라면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은 우리 인간들을 세상에 내어놓을 때 하나같이 똑같이 지어주셨을 일이다. 그토록 수많은 생명이 세상에 오고갔지만 인간의 DNA가 같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은 무얼 말할까? 

DNA가 같은 일란성 쌍둥이조차 그들이 관계를 맺고 꿈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된다. 서른 무렵에는 얼굴조차 달라지는 걸 가까이서 본 바도 있다. 각자 고유의 삶을 살라고, 이 세상에서 너만 할 수 있는 일, 너라서 잘 할 수 있고, 너라서 해낼 수 있는 그런 일을 찾아 그 일을 하라고, 하나님은 그리 ‘다르게’ 지으신 것이다. 

다르게 살라고 보낸 인간들이 너도 나도 같은 모습이 되어보겠다고 싸우고, 그 경쟁조차 할 수 없는 사람들은 ‘루저’라 평가하는 이런 삶은 하나님 나라의 질서에서 멀다. 달라서, 그리고 달라야 우리는 서로 합력하여 세상이란 커다란 모자이크 그림을 아름답게 완성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겉이고 속이고 똑같아지려는 몸짓은 그쳤으면 좋겠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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