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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리듬과 박자를 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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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삶] 리듬과 박자를 타는 법 

- 정석환 연세대학교 신과대학장
 

어린 시절 이모를 따라다니며 배웠던 놀이 가운데 줄넘기 놀이가 있었다. 줄넘기 놀이의 핵심은 리듬을 잘 타고 박자를 잘 맞추는 데 있다. 리듬과 박자를 잘 타야만 게임을 잘 즐길 수 있고 다른 팀원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노래와 함께 리드미컬하게 움직이고 있는 줄 안에 안전하게 들어가려면 타이밍을 노리며 집중하여야 한다. 일단 줄 안에 들어가서도 박자를 맞추어 잘 뛰어야 하고 적절한 시점에 박자를 맞춰 줄 밖으로 나가야 한다. 그 리듬과 박자를 잘 맞추는 것이 이 게임의 요체다. 이 게임을 통해 몸으로 배운 교훈은 우리네 삶에도 숨어 있는 박자와 리듬이 있다는 것이고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즐기기 위해서는 숨어 있는 박자와 리듬을 찾아 그 속에 몸을 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은총에도 리듬과 박자가 있다.” 오래전에 상영됐던 ‘흐르는 강물처럼(A River Runs Through It)’이란 영화에서 주인공 노만의 아버지인 장로교 목사님이 아들들에게 플라이 피싱의 낚시 줄 던지기를 가르쳐주며 강조하는 말이다. 하나님에 대한 신앙 다음으로 아끼는 낚시의 기술을 두 아들들에게 전수하며 낚시 줄은 항상 전방 10시부터 2시 사이로, 그리고 4박자의 리듬에 맞춰 던져야 할 것을 강조한다. 그래야 강물 속 어디엔가 숨어 있는 물고기를 좀 더 정확하게 낚을 수 있는 낚시의 기술이 된다는 것이다. 인생을 사는 데 필요한 ‘삶의 기술’이 바로 전방을 주시하며 삶의 리듬과 박자를 잘 맞추어야 좀 더 풍요로운 숨겨진 보화를 발견하며 살 수 있듯이.

살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의 삶의 박자가 어긋나 있고 생의 리듬감을 잃은 듯한 느낌을 가질 때가 있다. 마치 어린 시절 줄넘기 

놀이에서 박자를 못 맞추어 놀이를 망쳐놓고 모두에게 무안했던 것처럼. 영화 속 노만의 동생이 아버지가 가르쳐준 낚시의 박자를 무시하고 자신만의 박자와 리듬을 만들어 낚시의 새 경지는 개척했지만, 지나치게 성급하고 야심만만한 자신만의 삶의 방식이 결국 불행한 죽음을 몰고 왔던 것처럼. 이런 순간에는 잠시 정지와 휴식이 필요하다. 자신의 삶의 박자가 어딘가 어긋나 있다고 느낄 때, 생의 활력과 리듬을 잃었다고 느낄 때는 빈 열매를 바라보고 절망하고 한탄하기보다 누구를 탓하려 하기보다 자신의 뿌리를 먼저 보살펴야 할 타이밍인 것이다. 

일상의 묵은 껍질을 벗고 우리들 삶의 분주한 박자와 하늘 은총의 박자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것은 마음의 속도를 줄일 때이다. 일상을 떠나 자신을 좀 더 진지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한가로움의 시간, 자기 성찰의 시간, 하늘의 시간과 리듬을 발견하는 기회를 갖는 것은 삶을 풍요롭게 하는 기술이다. 쉼표가 없는 음악을 소음이라 하듯 휴식이 없는 삶은 박자와 리듬을 무시한 음악과 같다. 전도서 기자의 충고처럼 때를 분별하여 들어설 때와 물러날 때를 아는 것, 그것이 삶의 기술이며 은총의 박자에 몸을 싣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 여름 한때, 쉬며 즐기며, 자기를 들여다보며 자신 속에 숨겨진 보화를 발견하시라. “마음의 속도를 줄이시면 하늘 은총의 리듬과 박자가 보입니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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