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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딸아, 대학이 다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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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대학이 다는 아니다 

- 조성돈 교수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내게는 고3 딸이 있다. 이제 한 달여가 지나면 수시전형이 시작되기에 집안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아직 수능시험을 보려면 백일 정도 남았지만 어떻게 대학을 가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아이가 학원에서 돌아오는 밤 10시쯤이면 집안은 작전상황실로 변한다. 아이와 엄마는 매일 얼굴만 마주하면 어떻게 해야만 대학진학을 성공적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대화 내용은 대략 두 가지이다. 어떻게 공부를 효율적으로 할 것인가, 그리고 어떤 대학의 어떤 과를 지원하는 것이 좋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대학과 과에 따라 공부하는 것이 달라지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자신의 실력과 내신 성적, 그리고 적성 등을 고려해서 여러 가지 변수들을 놓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그러면 아빠인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가만히 숨 죽여 그들이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해 주는 것밖에 없다. 듣기로는 대한민국에서 대학 가는 방법이 2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그 방법에 따라 공부해야 하는 것이 다르고, 집중해야 하는 것이 다르다고 하니 아빠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우스갯소리로 아이가 좋은 대학을 가는 조건에는 ‘엄마의 정보력, 할아버지의 재력, 아빠의 무관심’이 있다고 하던데 정말 웃고 넘길 일은 아닌 것이 바로 우리 집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왜 이렇게 대학을 가는 방법이 복잡한지 도대체 이해할 수는 없지만 지켜보는 아빠의 입장에서는 아이를 200가지 방법으로 짓누르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하기만 하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끔 드는 생각은 아이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 누구일까 하는 것이다. 미루어 짐작하기는 아마 학원 선생님일 것이다. 가장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되고 자신의 가장 중요한 문제인 대학진학에 있어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 다음이 엄마, 학교 선생님, 그리고 아빠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물론 자괴감에서 하는 소리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이 대한민국 대부분의 가정에 해당하는 일일 것이다. 아이가 어느 대학, 어느 과에서 자신의 장래를 걸지에 대해 결정할 수 있는 순위 역시 이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요즘 자주 듣는 이야기 중에 하나가 12년을 고생했는데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아이가 고3이니까 더 자주 듣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을 좀 해 보자. 도대체 우리 아이들이 공부를 하는 목적이 무엇이고, 학교를 다니는 목적이 무엇인가.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는 이유가 단지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이라면 거기서 길러지는 사람은 어떤 인간일까에 대한 질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돌려 말하면 대학진학에 실패하거나 성공적이지 못할 때 그 아이들의 지난 12년은 헛되다고 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세상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교육의 문제만큼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 있을까 싶다. 왜 교육을 받고 있는지, 왜 학교가 있고, 왜 부모와 선생님이 있는지에 대해 묻지를 못하고 수능 성적 하나로 결판나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이 뒤집어진 세상에서 그래도 내 아이가 실패를 겪지 않기를 기도하는 것이 작은 나의 모습이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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