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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노르웨이 테러와 한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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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테러와 한국교회 

- 조성돈 교수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노르웨이가 테러의 충격에 빠졌다. 무려 77명이 한 사람의 테러로 사망했다. 정부청사에 대한 폭탄 테러에 이은 우토야섬 대학살은 길이 남을 처참한 사건일 것이다. 이 사건을 일으킨 브레이비크는 극우단체에 소속되어 있는 극단주의자였다. 그는 ‘무슬림으로부터 유럽을 구하고 강력한 신호를 보내고 싶었다’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결국 이 사건의 배경은 다문화사회라고 할 수 있다. 유럽 북단에 있는 이 나라에서도 외국인들의 유입에 대한 분노가 터져 나온 것이다. 

노르웨이에서 벌어진 이 처참한 사건을 보면서 대한민국을 돌아보게 된다. 우리 역시 다문화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일이 남의 나라 이야기 같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 거주 외국인이 126만명에 달한다. 이것은 국내 인구 대비 2%가 넘는 숫자이다. 여기에다 한국 국적을 취득한 외국계 한국인까지 합치면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이다. 또 이들에게서 태어난 또 태어날 자녀들까지 생각하면 한국 사회는 확실히 다문화사회로 넘어가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다문화사회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이다. 

세계는 이미 글로벌화돼 국경이 큰 의미가 없다. 과거 지방에서 농사짓던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모여들었듯이 가난한 나라에서 잘사는 나라로 사람들이 옮겨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들을 막고 우리끼리 잘살겠다고 하는 것은 이미 이 시대에 존재할 수 없는 과거의 생각이다. 

그러나 문제는 사회가 어려워질 때 사회적 약자인 이들에 대한 증오가 싹틀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럽에서 극우정당들이 득세하는 것은 세계의 재정위기와 유럽의 고실업 사태가 배경에 있다. 이렇게 사회가 어려워지자 자신들 옆에 있는 외국인들을 희생양으로 삼고자 하는 욕망이 드러난 것이다. 

이것은 역사에 반복적으로 나타난 현상이었다. 근대에 이르러서는 대표적인 사례로 독일에서 있었던 유대인 학살을 들 수 있다. 나치에 의해 저질러졌던 민족의 범죄는 한 선동가에 의해 벌어진 대참극이었다. 역사는 다시 어려운 시대를 맞으면서 이 비극을 되살리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아직 이런 식의 집단적 증오를 만들어 내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이 증오는 언제 터져 나올지 모를 시한폭탄이라고 본다. 우리가 외국인들과 함께 살 수 있는 마음의 준비도, 제도적 준비도 마련해 놓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한계에 이르렀을 때, 특히 경제적으로 어렵고 실업이 팽창하게 되었을 때, 그리고 정해진 복지를 그들과 함께 나누게 되었을 때 우리 마음이 증오와 미움으로 터져 나올지 모른다. 

바로 여기에 사랑의 종교인 기독교가 해야 할 일이 있다. 인류를 향하신 하나님의 마음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오히려 교회에서 ‘이슬람 포비아(공포)’라는 용어를 만들어 내면서 외국인들을 종교적 상대로 만들어 버렸다. 이미 캠퍼스에서는 기독교 이름으로 이슬람 지역에서 온 유학생들을 적대시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과연 교회가 다문화 시대를 맞는 이 사회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때이다. 이 시대에 사랑으로 정의를 만들 것인지, 또 다른 선동가가 될 것인지, 노르웨이의 사건에서 우리는 배워야 할 바이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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