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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간의 도모보다 앞서는 하나님의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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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도모보다 앞서는 하나님의 계획 

- 백소영 교수 (이화여대)
 

이해가 될 듯도 싶었다. 비록 조카를 죽인 비정한 숙부 수양대군(세조)일지언정 그도 ‘살기 위한 도모’였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역사가 전하는 것은 언제나 밖으로 드러난 결과일 뿐이니 그의 내면적 고민이야 알 턱이 없지 않은가?

왕족이라는 것이 늘 그렇다. 형님(문종)이 병약한 탓에, 그런데 하필 둘째인 자신은 생기 있고 총명한 탓에 일찍부터 수양을 세자로 책봉하자는 신하들이 있었다고 한다. 왕위에 오른 형님이 일찍 죽고 나이 어린 조카가 왕위에 오른다면 제 목숨이 위태로움을 알고 있는 터였다. 어린 왕(단종)을 지키겠다는 충신들이 제일 먼저 제거하고자 하는 왕족이 수양일 것은 뻔한 일이니까. 하여 삼족을 멸하던 정치적 숙청의 피바람에서 어쩌면 자신보다도 귀한 생명인 자손들을 지키고자 그리 모진 계획과 결단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드라마 ‘공주의 남자’에서 문종라인, 수양라인이 서로 편을 나누어 상대를 견제하고 위협하며 어느 한 밤도 편히 잠들 수 없는 인간의 계획과 수고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자신이 죽고 나면 정적들 앞에 위태로이 남겨질 세자와 경혜 공주를 걱정하는 문종이나, 시집보내기도 아까워 끼고 살고 싶은 딸 세령을 사랑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수양을 보았기 때문이다. ‘아, 결국은 저 아이들을 지키고자 함이겠지.’ 그리 생각하니 잔인하게 왕위에 오른 세조를 향해 동정심도 생겼다.

그러나 왕위를 놓고 ‘살기 위해’ 벌이는 아비들의 힘 대결은 그리도 지키고 싶었던 사랑하는 아이들을 해하는 결과를 가져오고야 말았다. 문종의 오른팔인 김종서를 제거하고자 그의 아들 승유를 죽이라고 암살단을 보냈던 수양은 자신의 화살이 제 딸 세령을 향할 줄은 꿈에도 몰랐을 일이다. 나 살자고, 아니 더 나아가 귀한 내 자식들 살리자고 벌였던 인간적인 도모와 수고가 내 자식을 죽이는 계획이 될 줄 어찌 알았겠나. 

부마 후보인 주제에 정체모를 여인과 농짓거리를 하였다기에 이를 기회삼아 승유를 제거하려 함정을 팠더니, 그 아이를 살린다며 내 딸이 대신 죽겠다고 뛰어들었다. 지략가 한명회와 밤새 짜고 벌인 인간적인 수고가 일순간에 허무해지는 순간이었으리라.

물론 이 구체적인 장면은 정사에는 기록되지 않은 드라마적 상상력이었다. 그러나 이를 보다 문득 하나님의 큰 계획을 구하지 않은 채 인간의 도모를 세우는 일의 허무함을 떠올리게 되었다.

“일평생에 근심하며 수고하는 것이 슬픔뿐이라 그의 마음이 밤에도 쉬지 못하나니 이것도 헛되도다”(전 2:23).

나 살자고 너를 죽이고, 나 잘되자고 너를 끌어내리려는 중상과 모략이 어디 조선시대 왕실에만 있는 일이겠나. 나와 내 가족의 유익과 안녕을 위한 일이라고 자신의 불의한 도모를 정당화하기 전에 먼저 나의 수고가 하나님의 큰 뜻에 부합되는 일이기를 간구하고 기도해야 할 것이다.

‘자승자박(自繩自縛)’이란 말은 괜히 생기지 않았을 터이다. 오늘 하루 나의 도모가 하나님의 계획보다 앞서지 않기를 기도한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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