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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순례자로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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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로 사는 법 

- 정석환 연세대 신과대학장
 

이민자들의 나라 미국의 역사를 보면 초창기 이민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었다. 하나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청교도들의 이민. 그들은 자신들이 믿는 신앙과 양심의 자유가 보장될 수 있는 곳을 찾아 구대륙을 떠나 새로운 신천지를 찾아온 이민 유형이었다.

다른 하나는 미국이란 기름진 땅에서 자본을 축적하여 고향 땅인 유럽대륙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잠시 찾아온 노동이민이었다. 떠나온 이민과 돌아갈 이민. 서로 다른 동기를 가진 이민자들의 삶의 양태가 그들이 정착한 지역의 문화적 양태를 판이하게 바꿔놓았음을 미국 이민의 역사는 증언해 주고 있다.

자유를 찾아 ‘떠나온 이민’은 그들이 정착한 미 동북부 지방을 이민의 땅, 낯선 땅으로 여기지 않고 내 나라, 내 터전이라 여기고 자신과 후손들을 위해 교회와 학교를 먼저 세웠다. 미래세대의 주인공이 될 자녀들과 젊은 세대들을 위해 최선의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함께 기도하며 협조하고 공동체를 일구어 나갔다. 그 결과 오늘날 미국의 교육 경제 문화의 중심지이며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만들어 갔다. 

반면 곧 ‘돌아갈 이민’의 형태를 지녔던 미국 버지니아주 일대의 이민자들은 비옥한 담배농장의 일손을 도와 필요한 자본이 축적이 되면 미련없이 고국으로 떠나갈 생각이었기 때문에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금 여기에서의 문화적 공동체적 관심은 전무하고 오로지 잠깐의 편리함과 쾌락만을 추구하는 소비성 퇴폐성 문화만을 만들어갔다. 때문에 아직도 이 지역의 문화는 황폐하다. 학교나 문화적 시설 등이 동북부 지역에 비해 형편없이 열악함을 미국의 역사는 확연하게 증언해 주고 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나라를 잃고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가 있을 때 예언자 에스겔은 다른 예언자들과 다르게 곧 고국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비현실적인 값싼 위로를 주려 하기보다 눈물과 땀을 흘리며 그곳에서 자식을 낳고 그들을 교육시키며 논과 밭을 일구고 당당하게 살아가라고 충고하고 있다. 이방의 낯선 땅을 내 땅처럼 살면서 미래 세대들을 양육하고 영원히 살 것처럼 일하고 즐기며 살라고 한 것이다. 

우리 인간은 모두가 이민자들이다. 본향 집에 언젠가는 돌아갈 수밖에 없는 이민자들이다. 영원한 이민의 땅인 이곳에서 우리는 어떠한 태도로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그것이 곧 우리 신앙의 모습이며 우리가 남기는 삶의 자취이고 흔적이다. 그 흔적들이 모여 문화를 이룬다. 

지난주 우리는 한국 개신교의 큰 기둥이신 하용조 목사님을 잃었다. 영원한 나라에서 이민 오신 하 목사님은 이제 자신의 본향인 하늘나라에 가셨지만 그분이 남긴 이민자, 순례자의 삶의 표상은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주며 남아있을 것이다. 

순례자의 모습으로 이 땅을 살아가지만 이 땅이 곧 우리들의 영원한 본향인 것처럼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며 삶의 흔적과 향기를 남기고 사는 삶. 그것이 바로 이 땅을 살아가는 하늘 이민자로서, 영원한 순례자의 모습이 아닌가 한다. 우리에게 그러한 삶의 원형을 보여주시고 본향에 가신 하 목사님을 우린 오래 동안 기억할 것이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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