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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신기한 한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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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한국교회 

- 조성돈 교수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대한민국은 참 신기한 나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 주변엔 자살로 죽은 사람이 한두 명 있다. 가까운 가족이든지, 친구이든지, 같은 그룹 내에 있던 사람이든지, 심지어 같은 교회의 성도든지, 가까운 사람이 자살로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한다. 아마 그냥은 드러내지 않을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자살예방활동을 하니까 그런 이야기들이 들리는 것이다. 그 사람을 떠나보내며 겪었던 충격들, 슬픔, 상실에 대한 이야기들이 상처로 드러나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한민국에서 사망원인을 살펴보면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다음으로 나타나는 것이 자살이다. 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사망한 사람들 중 네 번째로 많다는 이야기이다. 그 다음으로 나타나는 것이 당뇨병이고, 교통사고, 간질환 등이다. 이 말은 자살로 죽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당뇨병으로 죽는 사람들보다 더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통계는 사람들이 사망신고에 적어 넣은 사망원인이다. 사람들이 가족의 죽음에 대해 자살이라고 쓰는 것을 꺼린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자살로 죽은 사람은 이보다 5배는 많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자살로 죽으니 우리 주변에 이런 사람이 있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그런데 더 신기한 것은 이 사회가 자살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자살하고, 가까운 사람 중에 자살로 죽는 사람이 나타나고 있는데 걱정만 앞세울 뿐이지 예방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별로 없다. 심지어 가족 중에 자살로 죽은 사람이 있어도, 그리고 그 충격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고, 겪고 있을지라도 그것이 공적으로 전개되는 일에 대해서는 참여의 의사가 없는 것이다. 

더 신기한 일을 꼽으라면 교회가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자살한 자들에 대해 ‘지옥’에 갈 것이라고 정죄할 줄은 알면서 그들을 막아서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교회에 사람들 전도해서 데려올 생각은 해도 교회에서 스스로 죽어가는 이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자살예방활동을 하면서 바로 이 부분에서 좌절하게 된다. 아직도 자살하면 지옥에 가는가 하는 점에만 관심이 있고, 혹시라도 자살예방이나 자살자와 자살 유가족에 관심을 가지면 교리논쟁에서 이단으로 정죄될까봐 참여를 꺼리고 있는 것이다. 아니 그도 아니면 아예 무관심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얼마 전 자살예방학교를 진행했었는데 역시 문제는 재정적 문제와 함께 참여자가 적다는 것이었다. 정말 더 많은 교회가 관심을 가져주고, 더 많은 사람들이 생명지킴이가 돼 주었으면 좋겠는데 말만 무성할 뿐이지 참여는 저조하다. 유지가 될까 하는 걱정까지 했는데 한 교회에서 청소년이 자살을 했고, 담임목사가 관계자들을 의무적으로 참여시켜 자리가 채워졌다. 그나마 교회에서 쉬쉬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서준 것이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장례도 못 치러주고 보내야 했던 우리의 많은 형제자매들을 생각해 보면 그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오는 26일 생명의 전화가 주최하는 ‘생명사랑 밤길걷기대회’가 열린다. 자살예방을 주제로 시민들이 참여하여 밤길을 걸으며 생명사랑의 결의를 다지는 날이다.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생명의 소중함을 나누는데 한국교회도 생명을 위해 함께 걷는 날이었으면 좋겠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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