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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슬픈 연탄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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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 때인가. 성탄절이 다가오면서 성탄의 밤을 준비하고 있었다.
우리는 성극을 준비하였는데, 동방박사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극이었고 내가 맡은 역은 별따라 아기예수를 찾아가는 연탄장수였다. 대사는 달랑 한 줄. “아기예수님, 제가 드릴 것은 이 연탄 한 장밖에는 없어요.” 그런 다음 마리아와 요셉이 “참 고맙습니다. 이 연탄 한 장으로 벌써 이 마구간은 따뜻해졌어요.”
뭐, 이런 대사였다. 항상 교리시간에 말썽꾸러기였던 내게 이런 단역은 당연한 것이었다.
비중 있는 역할의 아이들이 열심히 성탄극 연습을 하는 와중에도 난 계속 말썽만 피우고, 그래서 혼만 나고 있었다.
성탄절. 이제 성탄극은 시작되었다. 난 연탄장수랍시고 사람들을 더욱 웃기기 위해서 교리실로 뛰어가 난로 뚜껑을 열어서 검은 재를 얼굴에 덕지덕지 바르고 왔다.
아이들은 실수하지 않고 잘 해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무대로 나갈 차례가 되었는데 너무도 떨렸다.
첫번째 아이가 아기예수께 값진 선물을 바친다. 이어서 두 번째 아이가 또 다른 값진 선물을 드린다.
그리고 내 차례가 되고. 난 연습을 많이 못해선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그 한 줄의 대사를 해치웠다.
“어~ 저~ 저는 이 연탄 한 장밖에는 드릴 것이 없는데….”(우물쭈물).
내가 생각해도 그런 내 모습이 너무 우습고 처절해서 몸둘 바를 몰랐는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진지하게 보고 있었다.
연극이 끝나고 선생님이 함박 웃음 띤 모습으로 내게 다가와 나에게 참 잘했다고 칭찬하셨다.
우물쭈물하던 모습이 더욱 실감나게 보였나보다.
눈물이 핑 돌았다. 그 이유는 나도 모른다. 그냥 울고 싶을 뿐이었다.

- 김진배, 서울시 용산구 원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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