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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명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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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을 좋아하는 나는 남의 집에서 들려오는 어린아이의 울음소리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누구네 집 아이가 우나 보다’ 하고 넘어가려 해도 도무지 좀이 쑤셔서 견딜 수가 없다. 한날은 우리 집 바로 위층에 사는 세 살배기 명재의 울음소리가 들리는데 예사롭지가 않았다. 예의 그 기민함으로 한달음에 뛰어 올라가봤더니 현관문이 잠겨 있고 명재 혼자 집 안 문 앞에서 울고 있었다.
아이를 빨리 구해주고 싶지만 아무리 궁리를 해도 집 안으로 들어갈 방도가 없었다. 우선 놀란 아이를 안심시켜줘야 할 것 같아 우유 투입구를 열고 명재와 얼굴을 마주한 다음 팔을 넣어 아이의 손을 잡고 “괜찮아, 괜찮아, 명재야, 엄마 곧 올 거야"를 반복하며 간곡히, 정말 간곡히 달랬다.(생각해 보라!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안과 밖에서 엉덩이를 하늘로 치켜든 채 몸부림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명재는 아래층 아줌마가 왔다는 사실에 안심이 되는지 잠시 울음을 그쳤지만 후속조치가 없자 더욱 서럽게 울어댔다. 그렇게 30분쯤 지났을까?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돌발사태가 일어났다. 내내 나의 손을 잡은 채 울던 아이가 갑자기 손을 뿌리치더니 그 작은 우유 투입구에 머리를 들이미는 게 아닌가? 어찌 어찌 수소문하여 명재 엄마를 찾아내고 임무를 마쳤는데 그 사건은 나에게 많은 묵상거리를 안겨줬다. 살아가면서 목표를 세우고 희망을 두는 것들이 우유 투입구처럼 작고 허잡한 것에 있지는 않는지, 우유 투입구를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오겠다는 명재처럼 가당찮은 일에 소중한 삶을 저당잡힌 적은 없는지….
- 이경숙, 경기도 부정시 오정구 원종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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