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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광(光)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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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한 선배의 결혼식에 친구와 함께 참석하게 되었다. 그런데 친구의 말에 의하면, 선배가 결혼에 이르기까지는 선배 집안의 반대가 엄청났었다고.
신부는 선녀처럼 아름다웠다.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어 보였다. 주례사가 시작되었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서로 사랑하는 것도 좋지만 검은 머리가 저처럼 대머리가 될 때까지 변함없이 서로 사랑하는 것도 좋습니다.” 여기저기 폭소가 터져나왔다.
“제 대머리를 한문으로 딱 한 자로 표현하면 빛 광(光)이라고 할 수 있지요. 신랑 신부가 백년해로하려면 광나는 말을 아끼지 말고 해주어야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인간의 세 치 혀입니다.”
하객들은 모두들 진지한 눈빛으로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예의를 지키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부부라고 해도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됩니다. 그러나 ‘여보, 사랑해. 당신이 최고야!’라는 광나는 말은 검은 머리가 대머리가 될 때까지 계속해도 좋은 겁니다.”
그 순간, 흰 장갑을 낀 선배의 손이 부지런히 움직이는 게 눈에 들어왔다. 이를 본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여기,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신랑이 가장 아름다운 신부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을 해주고 있습니다. 군자는 행위로 말하고 소인은 혀로 말한다고 합니다. 오늘 저는 혀로 말하고 있고 신랑은 행위로 말하고 있습니다. 신랑 신부 모두 군자의 자격이 있는 것입니다. 두 군자님의 제2의 인생에 축복이 가득하길 빌면서 이만 소인의 주례를 마치겠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선생님과 신랑 신부를 향해 힘껏 박수를 쳤다. 예식장은 하객들의 박수 소리에 떠나갈 듯했다.
- <여의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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