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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나쁘지만 착한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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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에 와서 늘 생각하는 것은 내 자신의 성품에 관한 것이다. 한마디로 내 성격은 좋은 성격이 되지 못한다. 지금껏 나는 내가 그토록 나쁜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지 못했었다. 오히려 나는 내 성격을 성급하나 박력 있고 정열적이며 진취적이고, 용기까지 있는 성격이라고 은근히 자랑하여 왔을 정도이다. 그러나 이제 와서 느낀 점은 내 성격은 변덕스러우며 쓸데없이 감정적이며, 용기는커녕 실은 겁쟁이이며, 욕심쟁이에 독선적이며,
이기주의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어릴 때부터 나는 성질이 나쁜 아이로 집안 식구들간에 알려져 왔었다. 아내가 나와 결혼하려 할 때 아내는 우리집 모든 식구들에게서 다음과 같은 격려의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인호는 성격이 나쁘지만 마음은 착합니다.” 하도 집안 식구들이 남편인 나를 동정하고 변호해서 아내는 은근히 왜 내 남편을 그토록 한결같이 나쁘게만 말하는가 섭섭했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결혼해서 십 년쯤 지난 뒤에 왜 모든 식구들이 남편인 나를 그렇게 평을 하였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내의 결론적인 평가인즉 ‘당신은 성격이 나쁘다’는 것이다. 나빠도 보통 나쁜 것이 아니라 잔인할 정도로 나쁘다는 것이다. 요즈음 나는 이 말에 철저히 동의한다. 솔직히 말해서 내 성격을 내 자신이 싫어하고 미워하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말이다. 내 성격은 너그럽지 못하고 편협되며 지나치게 공격적이다. 이 못된 성격이 어디에서 기인된 것인지, 유전적인 것인지, 선천적인 것인지 가족들을 둘러보아도 나와 같은 성격은 없다.
- 최인호, 문예출판사, <어머니가 가르쳐준 노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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