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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주민투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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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투표 후기

- 조성돈 교수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꼭 쓰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 시기에 어떤 모습으로든 글을 쓴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상당히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한쪽에 서지 않는 순간 항상 양쪽에서 뭇매를 맞을 각오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선거가 지났으니 한 번 바둑에서 말하는 복기(復棋)를 해볼까 한다. 

먼저 지적한다면 정치의 후진성과 독단성이 문제였다. 한국 정치가 갖고 있는 그 후진성에 대해 그간 많은 지적이 있었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우리나라에서 정치는 3류라고 하지 않았던가. 국가발전에 비해 정치가 제자리를 못 잡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그 정치가 나라의 많은 부분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책들은 상당히 더디다. 아직 서구의 선진국들에 비하면 부족한 부분들이 너무 많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렇게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들이 어느 날 갑자기 국회에서 법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중간에 시행해 보는 단계나, 논의하는 과정이 없이 어느 날 국회에서 전문가들이 모여 최상의 법을 만들어 낸다. 현장의 상황이나 어떠한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도 않은데 법은 세계에서 가장 좋은 방법을 제시한다. 그러면 갑자기 현장이 요동치고 교육기관은 없는데 인력을 만들어 내느라 각종 불법과 편법이 판을 치게 된다. 이게 한국이 돌아가는 현실이다. 

이번 급식논쟁도 그와 비슷한 양상으로 흘렀다고 본다. 아이들 교육문제는 부모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진행되어 왔고, 그 문제가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닌데 어느 날 갑자기 정치하시는 분들이 모든 아이들에게 밥을 먹여주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선거를 통해 이것이 하루아침에 정책이 되고, 어느 날 현장에서 현실이 된 것이다. 전 세계에서 아이들 급식을 국가가 책임지는 곳이 얼마나 되는지는 몰라도 이렇게 대한민국은 적어도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고, 그 기간 동안에는 아이들 밥까지 먹여주는 놀라운 국가가 된 것이다. 아이들 밥 먹이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문제는 그 과정이 옳았느냐는 질문이다. 그것을 과연 정치가 그렇게 단번에 정할 수 있는 문제냐는 것이다. 

또 이 문제를 국민투표까지 몰고 간 상황도 문제이다. 아이들 문제가 아니라 어느덧 이념의 문제가 되었다. 아직 대한민국은 전 세계가 버린 이념을 붙잡고 아이들 밥 문제까지 그러한 관점에서 이해하고 있다. 전 국민이 편을 나누어서 서울에서 이루어지는 국민투표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서로를 비아냥거리고, 폄하하는 상황이 정치에서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심지어 교회까지 이러한 것에 끼어 선거관리위원회의 지적을 받는 상황이 됐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 나라는 이러한 문제에서 헤매고 있어야 하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자주 듣게 되는 이야기가 한 교회 안에서도 이렇게 의견이 다른 사람이 있는 줄 몰랐다는 것이다. 복음이 이렇게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물론 모양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복음이 갖고 있는 정의와 평화, 그리고 사랑이라는 그 근본은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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