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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꿈을 드리는 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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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드리는 효도 
 
- 이상용(방송인)


나이가 들면 한 가지 달라지는 게 있는 것 같다. 나보다 한살이라도 더 드신 분들을 더 살펴보게 되고, 조금씩 더 이해하게 된다는 점인 것 같다. 부모님의 어려움을 더 잘 알게 되고, 장인장모님의 안부도 한 번 더 묻게 된다. 은퇴한 선배들이 어떻게 사나 궁금해지기도 한다. 나이 들어 철든다고 할까.

그런데 버스를 타고 차장 밖을 내다보거나 지하철을 타고 연세 드신 분들을 보면 대부분 찡그리고 있거나 너무 근엄하다 못해 성난 표정을 하고 있는 분들도 적잖이 있다. 젊은이처럼 활기찬 모습까지는 아니더라도 미소를 머금은 표정을 하고 있는 분들은 정말 보기 힘들다. 

초저녁 무렵엔 술을 많이 마신듯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분들도 보게 된다. 아마도 마음은 이런저런 걱정으로 짓눌려 있고. 몸은 예전 같지 않아 자연스레 짜증나는 일이 많기 때문이리라 짐작된다.

뭔가 획기적인 방법이 없을까? 나이 들었다고 다 찡그리고 짜증낼 일만 있는가. 그런데 의외로 아주 쉬운 묘책이 있음을 최근 깨달았다. 내 아버님은 아흔 살을 바라보신다. 아버님은 육십 대에 고혈압으로 쓰러져 그 후로 내내 고생해왔다. 올봄에 부르시더니 당신이 묻힐 산소 자리도 말씀하시면서 많이 쇠약해진 모습을 보였다. 

그 말씀을 듣고 있는데, 갑자기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아버님, 손자 장가가는 건 보고 그런 말씀을 하셔야죠. 무슨 벌써 죽는 얘기를 하세요” 그랬더니 아버님의 표정이 확 달라지시면서 “음∼, 그렇지” 하면서 고개를 끄덕끄덕 하셨다. 그 후로 아버님은 운동을 열심히 하시고 하루 세 끼를 꼭 챙겨 다 잡수신다. 아버님에게 꿈이 생긴 것이다.

연세 드신 분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미래에 대해 거의 얘기하지 않고 기억 더듬기만 무성하다. 앞으로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겠다고 말하는 분들은 정말 드물다. 올 연말 계획, 내년 계획, 5년 후 할 일, 10∼20년 후 꿈을 스마트폰에 입력해놓고, 시간 날 때마다 쳐다보면 저의 아버님처럼 우울한 마음도 아픈 곳도 저 멀리 달아날 것이라고 믿는다.

꿈과 계획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천국에 갈 수 있다는 꿈만큼 우리에게 주어진 최고의 은혜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국을 믿지 않는 삶은 얼마나 초라해지고 허무한가, 천국을 예비해놓으신 예수님이 그저 고맙기만 할 뿐이다. 교회에 나와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꿈도 나누고 천국도 가면, 찡그리고 짜증날 일이 무에 그리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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