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누가 나를 만졌는가? (막 05:25-34)

현대인들은 절망과 소외라는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 채 하루 하루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발달된 과학 문명의 혜택을 받으 면서 살고 있고 미래에 대해 희망을 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을 살펴볼 때면 비관에 빠지고 절망합니다. 키엘케골은 절망 이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했습니다.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인간이기에 희망을 갖기보다는 쉽게 절망합니다.

절망보다 더 큰 비극은 소외입니다. 군중 속의 소외를 느낄 때 그 외로움과 고독은 견디기 힘듭니다. 이러한 절망이나 소외가 현대인만 겪는 문제는 아닙니다. 모든 시대를 망라하여 모든 인 간이 부닥치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인간이 절망에 빠지고 소외를 느끼는 까닭은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죄인이기 때문입니다. 본문 말씀에서 다루고 있는 혈루병을 앓는 여자도 바로 이 두 가지 문 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첫째， 이 여자의 절망은 열두 해 동안 불치병을 앓았다는 점입니 다. 열둘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모든 것이 다 찼음을 의미하 는 숫자였습니다. 열두 지파， 열두 제자， 열두 문， 열두 돌 따위가 그런 상징입니다. 열두 해를 병으로 앓았다는 것은 이 여 자의 절망이 극에 달했음을 나타냅니다.

본문에 언급된 혈루증은 예수님 당시만 해도 치료할 수 없는 병이 었습니다. 혈루증은 고칠 수 없는 고통스러운 병일 뿐만 아니라 수치스런 병이었습니다. 이 병을 앓는 사람들은 부정한 사람들로 취급되어 사람들에게 모욕과 수치를 당했습니다. 피는 생명과 같은 데 그 피를 흘리는 병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 여자는 많은 의원에게 괴로움을 받았고 가지고 있던 것도 다 허비했습니다. 그 런데 도리어 병은 더 심해지기만 했습니다.

둘째， 혈루병은 이 여자에게 소외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구약성경 에는 공동체에서 격리되는 병이 두 가지 언급되어 있습니다. 문둥 병과 혈루증이 그것입니다. 레위기 15장에는 혈루증이 유출병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문둥병자와 유출병자는 그 사회에서 정상인으 로 생활할 수가 없었습니다. 성 밖으로 쫓겨나 그들끼리 모여 살 았습니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떨어져 고립된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 뿐만 아니라 그들은 성전 예배에 참석할 수 없었습니다. 회당 에 나가는 것도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일반 사회와 신앙 공동체에 서조차 소외당한 한 여자의 고통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 당시 이런 병은 정당한 이혼 사유가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이 여자는 이혼당했을 수도 있습니다. 사회에서 쫓겨나고 교회와 단 절되고 가정에서 버림받은 삶이 얼마나 비참할까를 우리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습니다. 이 여자를 고통스럽게 만든 것은 혈루증이라 는 병보다도 소외받는 데서 오는 고독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구원의 소식을 들음 ^ 어느 날 혈루증 앓던 여자가 예수님에 관한 소문을 듣습니다. 그 당시 예수님은 치료자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예수께 병 고침을 받았던 사람과 그 장면을 목격한 사람들이 입에서 입으로 예수님을 증거하였습니다. 놀라운 치료자인 예수， 그분이 메시야일 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팔레스타인 전지역에 나돌았습니다. 지금까지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렇게도 기다려 왔던 구세주， 하나님의 아들 이 이 땅에 오셔서 신음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구원하시리라는 소 식을 이 여자가 들었습니다.

이 소문은 위대하고 기쁜 소식이었습니다. 27절에 보면 중요한 동사가 두 개 나옵니다. 소문을 듣고와 손을 대니입니다.

예수께서 기적을 베푼 사람들에 관한 성경 기사에는 반드시 듣 고와 믿고라는 단어가 사용되었습니다. 이 두 단어가 언제나 강조되어 있습니다. 들음이 없이는 믿음이 생길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 암았느니라（롬 1０：17）.

내 음성을 듣고 나 보내신 이를 믿는 자는 영생을 얻었고（요 5：24）.

본문에는 믿음이라는 단어 대신 손을 댄다는 표현이 나옵니 다. 그 표현은 믿음이 무엇인가를 설명하기 위해 예수께서 사용하 신 것입니다. 우리는 이 여자가 치료받는 기적을 살펴보면서 예수 님을 믿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됩니다.

기적을 일으키는 믿음 ^ 이 여자가 예수님 옷에 손을 댔는데 손을 댄 일 자체를 대단한 사건으로 이야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손을 댄 것이 여자를 구원한 것은 아닙니다. 34절 말씀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예수께서 가라사대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 평안히 가 라.

옷에 손을 댔기 때문이 아니라 믿음이 구원하였다고 했습니다. 사 실 예수님 옷에 손을 댄 것은 그 여자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날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의 옷자락에 손을 댔습니다.

무리가 에워싸 미는 것을 보시며（31절）.

이날 많은 사람들이 예수께 호기심을 갖고 몰려들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호기심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여자는 자신의 병을 고치리 라는 확신을 가지고 예수님의 옷에 손을 댔습니다. 믿음이 담긴 행동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옷에 능력이 있어서 열두 해나 계속 앓던 혈루증이 나은 것은 아닙니다. 이 옷은 아마 겉옷이었을 것입니다. 중동 지역 에서는 겉옷을 낮에는 어깨에 걸치고 다니고 밤에는 잠잘 때 덮는 담요로 사용합니다. 이 겉옷에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오직 이 여자의 믿음이 기적을 낳은 원인입니다.

내가 그의 옷에만 손을 대어도 구원을 얻으리라（28절）.

여자의 믿음이 곧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예수께서 그 능력이 자기에게서 나간 줄을 곧 스스로 아시고（ 3０절）.

치유의 능력이 예수님에게서 나갔습니다. 옷에 능력이 있지 않습니 다. 능력의 근원은 주께만 있습니다. 손을 댄 행위가 마술과 같 은 효과를 낸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예수님을 믿는 믿음입 니다. 내가 안고 있는 문제를 온전히 예수께 맡기고 그분이 문제 를 해결해 주시리라 믿을 때 우리에게 놀라운 일이 생깁니다.

신앙 고백  예수께서 자신의 능력이 나간 줄 아셨습니다. 사실 이 여자는 자 기 정체를 나타내기가 부끄러웠습니다. 만약 이 부정한 여자가 거 리에 등장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사람들이 그를 돌로 쳐 죽일 수 도 있습니다. 이 여자는 사람들 틈에 자기 몸을 숨기고 다른 사 람의 눈을 피해 아주 은밀하게 예수님 옷에 손을 대었습니다. 그 러나 주님은 민감하게 이 사실을 느끼셨습니다.

예수께서 누가 내 옷에 손을 대었느냐（3０절）고 물으셨습니다. 이 질문은 예수님과 이 여자의 관계를 바로하기 위한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이 여자를 아셨습니다.

예수께서 이 일 행한 여자를 보려고 둘러보시니（32절）.

예수께서 믿음으로 병 고침의 능력을 체험한 여자를 찾으시는 이유 는 33절 말씀이 밝히고 있습니다.

여자가 제게 이루어진 일을 알고 두려워하여 떨며 와서 그 앞에 엎드려 모든 사실을 여짜온대.

예수께서 병 고침을 받은 여자에게 요구하시는 것은 바로 신앙 고 백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사랑과 구원의 은혜를 받기만 하고 혼자서 그 일을 마음 에 품어 두는 일은 그리스도인에게 있을 수 없습니다. 고백이 없 는 믿음은 힘이 없습니다. 주님의 은혜는 감추어 둘 수 없습니다.

사람이 마음으로 믿어 의（義）에 이르고 입으로 시인하여 구원에 이르느니라（롬 1０：1０）.

우리에게 믿음이 있다면 입술로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입을 닫고 있다면 그것은 비겁한 침묵입니다. 이 놀라운 치유의 기적이 비 밀이 될 수 없습니다.

예수께서 여인을 부르시자 여인은 두려워 떨며 와서 주 앞에 엎드 렸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실을 여쭈었습니다.

간증은 내게 일어난 사건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입니다. 하나님 께서 내 삶 속에서 역사하신 일을 사실 그대로 말하는 것이 고백 이고 간증입니다. 설혹 간증하는 과정에서 자기를 드러내고 싶은 본능 때문에 과장된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그 기본이 되는 이야기는 실제 체험에서 나온 것이어야 합니다.

본문의 사건 앞에 기록된， 귀신들린 자가 치유된 기적에서도 그 은혜와 역사하심을 증거하는 고백이 요구되었습니다.

저에게 이르시되 집으로 돌아가 주께서 네게 어떻게 큰 일을 행 하사 너를 불쌍히 여기신 것을 네 친속에게 고하라 하신대（19 절）.

예수께서 역사하신 뒤에는 반드시 그에 대한 간증이 있습니다.

당신에게 주님의 능력이 임하사 삶이 변화되고 영혼이 치료되는 기 적이 있었습니까？ 하나님이 당신에게 행하신 놀라운 역사가 있다면 잠잠히 있지 마십시오. 그분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주께 서 행하신 큰 일을 고백하라고 요구하십니다. 참된 믿음은 구체적 인 고백으로 증거됩니다. 간증에는 다음 세 가지 요소가 포함되어 있어야 합니다.

첫째로， 주님의 능력이 나타나야 합니다.

간증을 할 때 간증하는 사람이 주인공이 되고 영웅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혈루증을 앓던 여자가 자랑할 것은 아무 것도 없었습니 다. 절망과 소외로 고통받던 불쌍한 한 인간을 예수께서 고치셨고 새롭게 하셨습니다. 주님의 능력이 기적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므 로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 드러내고 그분께만 영광을 돌려야 합니다.

둘째로， 주님의 사랑이 나타나야 합니다.

사실 이 여자가 주님을 만진 것은 해서는 안 될 일을 한 것입니 다. 율법에 따르면 부정한 사람들은 사람들 앞에 나타나지 못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전염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혈루 증 앓는 여자는 율법과 상식을 깨뜨리고 예수께 손을 대었습니다.

사회가 저버리고 교회가 돌보지 않던 환자， 어느 누구도 반기지 않던 여자가 그 더러운 손으로 거룩한 주께 갔다 대었을 때 예수 께서 그를 용납하셨습니다. 이 일은 주님의 사랑으로만 가능한 일 입니다. 우리의 온갖 허물과 죄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받아들이시고 용서하시며 자녀를 삼으시는 그분의 사랑은 간증하지 않을 수 없 는 귀한 사랑입니다.

셋째로， 주님의 은혜가 나타나야 합니다.

고백은 하나님의 은혜를 감사하는 것입니다. 죄 값으로 인해서 하 나님의 진노와 저주를 피할 수 없는 존재인 인간은 주 앞에 감히 가까이 나아갈 수 없었습니다. 오직 그분의 은혜가 우리에게 임 하사 우리를 인도하시고 죄 가운데서 건져 주셨습니다. 여자가 주 님 옷에 손을 대었을 때 그를 고치시고 사람들 앞에서 그의 믿음 을 고백하여 구원의 기쁨을 얻게 하신 것은 주님의 은혜 덕분이었 습니다.

예수님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변화받은 사람 은 한 사람이었습니다. 주께서 주시는 복을 받은 사람은 한 사람 뿐이었습니다. 당신은 어떤 태도로 예배하고 찬양하고 기도합니까？ 아무 믿음도 없이 그저 습관으로 교회에 나온다면， 당신은 예수 님을 에워싸고 있던 호기심 많은 군중들에 지나지 않습니다. 주께 서 찾으시는 사람은 믿음으로 주님을 만지는 사람입니다. 예수께 관심을 갖고 있으나 주변에 머물러 있는 사람은 결국 아무 것도 얻지 못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고백하고 그분을 믿을 때， 당신의 삶과 인생이 바뀌는 역사가 일어납니다. 당신의 절망과 고독이 치유됩니 다. 그 은혜를 기쁨과 감사로 고백하게 됩니다. 이때 다음과 같 은 주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습니다.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 평안히 가라（34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