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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왕골 (욥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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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이 찾아왔다. 깊은 밤까지 계속되는 찜통 더위는 잠을 설치게 한다. 아예 돗자리를 들고 골목길에 나와 길바닥에 깔고 누워버리는 사람들도 생긴다. 돗자리를 깔면 습기가 올라오지 않아 좋다. 요즈음 같이 장판 종류가 많이 개발되지 않았던 나의 어린 시절에는, 방바닥에 주로 돗자리나 왕골 자리들을 깔았다.
우리 조상들이 늪지대에 자라는 왕골을 베어다가 돗자리를 만들 때, 성서 시대의 조상들은 왕골을 베어다가 하나님의 말씀을 기록하는 파피루스 종이를 만드는데 지혜를 모았다. 왕골은 히브리어로 ‘고메’인데, 우리 나라 개역성경에는 출애굽기 2장 3절에 갈대로 번역되었고, 욥기 8장 11절에는 왕골로 번역되어 있다. 영어 성경에는 파피루스(papyrus)로 번역되어 있다.
파피루스
작년 오월 이집트 카이로를 방문했을 때, 파피루스를 정확히 구경할 수 있었다. 키는 2-3미터 정도 자라고 굵기는 엄지 손가락보다 조금 굵어 보였다. 위 머리 부분에 10-15센티미터 정도 되는 꽃자루가 20여 개 달려 있는데, 우리 나라의 왕골과 같은 것이었다.나일강가에는 갈대가 자라지 않으므로 출애굽기 2장 3절에 갈대로 번역된 것은 잘못이다. 이 왕골이 자라고 있을 뿐이다. 파피루스는 어떻게 쓰이는가
늪지에서 자라는 파피루스는 어릴 때 포기를 떼어 나누어 심었다가 큰 키로 자라면 싱싱한 파피루스의 밑둥을 벤다. 매우 잘 드는 날카로운 칼날로 한 규빗 정도의 크기로 자른 다음, 단단한 껍질을 벗겨낸다. 이 단단한 껍질은 갈대 상자를 만드는 데 사용한다. 갈대 상자를 역청으로 바르면 물이 새지 않아 작은 배로 사용될 수도 있다. 아기 모세는 갈대 상자에 담겨져서 나일강에 띄워지기도 했다.
껍질을 벗겨낸 파피루스의 속은 부드러운 섬유질로 되어 있는데, 이것을 방망이로 납작하게 두드린다. 이것을 한 주간 동안 물에 담가두었다가 꺼내어 판판한 판자 위에 한 번은 가로로 늘어놓고, 또 한 번은 세로로 늘어놓는다. 그 위에 판자로 누르고 헝겊으로 덮은 후에 그늘에서 말린다. 그러면 매우 질긴 파피루스 종이가 된다.
흔히 두꺼우리라 생각하지만 생각보다는 얇고, 아무리 구기거나 잡아당겨도 찢어지지 않는 질긴 종이가 된다.
파피루스 종이 만드는 방법은 오랫동안 잊혀졌었는데, 근래에 와서 학자들에 의해 그 방법이 다시 터득되어 파피루스 종이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카이로나 예루살렘 등지에서는 지금도 파피루스 종이를 많이 만들어내고 있으며, 종이 위에 성서의 고대 사본을 베껴 쓰거나 고대 벽화에 있는 그림을 복원하여 관광객들에게 비싼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기록의 보전
만일 오늘과 같은 종이가 개발되었더라면 고대 사본들이 수천 년 동안 보관될 수 없었을 것이다. 양피지나 파피루스에 성경의 고대 사본들이 기록되었기 때문에 오늘까지 사본들이 남아 있게 된 것이다. 고대로 올라갈수록, 기록 방법은 원시적이긴 하지만 영구히 보전될 수 있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비석에 글자나 기호나 그림을 파서 기록하는 방법, 벽화에 그림이나 글자, 기호 등을 새기는 방법, 질그릇 토기나 토판에 기록하여 불에 굽는 방법 등이 채택되어 고대 문명을 오늘에도 해독할 수 있게 되었고, 그후로 양피지나 파피루스 등이 개발되면서 기록 방법은 더욱 진보되었다.
요즈음에는 외국에서 수입해오는 종이와 펄프 원료들 덕분에 질 좋은 종이를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반면, 헤프게 쓰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 썼다가는 구겨버리고, 다시 쓰다가는 찢어버리며, 공책이나 서류들도 아무렇게나 방치하고 있다. 종이가 귀하던 시절에는 마분지를 잘라 연습장을 만들어 연필로 쓰고, 그 위에 펜에 잉크를 찍어 다시 쓰면서 영어 단어를 외웠고 수학 문제를 풀었다. 지금은 이런 종이의 고마움을 모르고 살고 있다..
영원히 남길 사상
인류의 조상들은 자기의 뜻을 후세에 알리기 위해 비석이나 바위 위에 기록하였고, 토판에 기록하고, 다음에는 양피지와 파피루스, 그후에 닥나무로 만든 창호지, 그리고 오늘의 종이에까지 이르렀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인류의 지혜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오늘의 문제는, 종이는 많지만 천 년 만 년 후까지 후세에 남길 사상이 있는지 하는 것이다. 양피지나 파피루스 종이 위에 한 자 한 자 하나님의 말씀을 기록하여, 천추를 두고 수많은 영혼을 구원할 생명의 기록을 남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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