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설교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잠 03:21-35, 딤후 02:14-35)

첨부 1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1945년 2월 16일 일본 후꾸오까(福岡) 형무소 에서 28세의 젊은 나이로 숨을 거둔 윤동주(尹東柱)의 <서시序詩>를 먼저 소개하겠습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오늘 각급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에게 이 시를 선물로 주고자 합니다.

이 시에는 어려운 시대를 살면서도 꿈을 포기하지 아니한 한 젊은이의 신 앙과 사랑과 고뇌가 베어 있습니다. 이 시를 대할 때마다 사도 바울이 연 상되곤 합니다. 사도 바울은 부끄러울 것 없는 일꾼으로 그의 길을 끝 까지 달려갔지만, 우리의 윤동주는 사도 바울처럼 살기를 원하였는데 그 길을 달려가기도 전에 생을 끝내야만 했습니다. 아마도 그가 주어진 삶을 끝까지 살았더라면 바울처럼 살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런 관점에 서 볼 때 이 시는 철저하게 성서적이며, 신앙적인 바탕을 깔고 있습니 다.

 부끄러울 것 없는 삶

사도 바울은 젊은 제자 디모데에게 그대는 진리의 말씀을 올바르게 가르치는 부끄러울 것 없는 일꾼으로, 하나님께 인정을 받는 사람이 되 기를 힘쓰십시오(딤후 2:15)라고 권면하였습니다. 우리가 한 평생을 살면 서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삶을 산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악하고 그 사회가 병들었기 때문에 좀처럼 그 유혹과 그 더러움에서 자신을 깨끗하게 지킨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다윗이 젊었을 때부터 하나님만을 의지하는 철저한 신앙 가운데서 자 라고 행동하였으며, 정말 하나님의 마음에 드는 훌륭한 인물이었지만, 그의 생애에는 씻을 수 없는 오점이 찍혀 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인 베드 로, 그는 참으로 훌륭한 사도였지만, 그가 평생 잊어버릴 수 없었던 일은, 붙잡혀 가시는 예수를 보면서 그를 모른다고 부인하였던 일입니다. 신앙 때문에 박해를 받을 때 그 박해를 끝까지 참고 견뎌 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 때문에 변절자가 되고 그의 삶 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게 되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예언자요 스승이었던 사무엘은 자기의 임무를 마치면서 그 백성들에게 물었습니다.

 내가 여기 있으니, 주 앞에서 그리고 주께서 기름 부어 세우신 왕 앞 에서 나를 고발할 일이 있으면 하여라. 내가 누구의 소를 빼앗은 일 이 있느냐 내가 누구의 나귀를 빼앗은 일이 있느냐 내가 누구를 속 인 일이 있느냐 누구를 억압한 일이 있느냐 내가 누구한테서 뇌물 을 받고 눈감아 준 일이 있느냐 그런 일이 있다면, 나를 고발하여 라. 내가 너희에게 갚겠다.(삼상12:3)

그때에 백성들이 대답하기를 그런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하였습니다.

사무엘은 그 백성의 지도자로 한 점 부끄러울 것 없는 삶을 살았던 것입 니다. 그런 점에 있어 사도 바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나는 선한 싸움을 다 싸우고,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습니 다.이제는, 나를 위하여 의의 월계관이 마련되어 있으므로, 의로운 재판장이신 주께서, 그 날에 그것을 나에게 주실 것이며, 나만이 아 니라 주께서 나타나실 것을 사모하는 모든 사람에게도 주실 것입니 다(딤후4:7-8).

 사실 바울처럼 마지막 길에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흔치 않습니다.

윤동주는 이런 훌륭한 신앙의 선배들을 보면서 자기도 그런 삶을 살 기를 원했던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이 말에서는 더할 수 없는 해맑음, 천사와 같은 티없 는 영혼의 숨결 소리가 들려 옵니다. 그러나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원하고 있는 시인은 결코 자신이 한 점 부끄러움도 없는 인간이라고 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요 역시 자신도 하나의 인간으로서 부끄 러움이 많은 인간이라는 것을 자각하면 할수록 한 점 부끄러움 없기를 하늘을 우러르며 희구하고 그렇게 살기로 결심을 굳게 하고 있었던 것 이 아닐까요 그는 어쩌면 부끄러움 없는 삶을 위해 오래 살지 않고 일 찍 갔는지도 모릅니다.

부끄러움 없는 삶을 위해서는 이 세상에 속한 모든 욕심을 버려야 할 것입니다. 가난한 마음의 소유자가 될 때 비로소 우리는 한 점 부끄러움 이 없는 삶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마음이 청결할 때 비로소 하나님을 뵈올 수 있을 것입니다.

 예민한 영적 감각을 지녀라

다음으로, 잠언에 보면 아이들아, 건전한 지혜와 분별력을 모두 잘 간직하여 너의 시야에서 떠나지 않게 하라(3:21)고 하였습니다. 부끄러움 없는 삶을 살려면, 지혜와 분별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 시대를 분별하지 못하면 결국 그 유혹에 넘어가기 쉽고, 그 시대의 조류에 생각 없이 휩쓸 려 가기 쉽습니다. 우리가 정신을 차리고 예민한 통찰력으로 이 시대를 꿰뚫어 보지 않으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 같이 보이고, 모든 것이 다 선하게 보이며, 바람 없는 잔잔한 호수처럼 평화롭게 보일 것입니다. 예 레미야 예언자가 활동하던 유대에 많은 거짓 예언자들이 있었는데, 저들 에게는 예민한 통찰력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무서운 전쟁의 폭풍이 곧 불어올 것인데, 이를 알지 못한 채 평화를 예언하였던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특히 변화가 심하고 굴곡이 많은 때이 기에 더욱 정신을 차리고 똑바로 보지 못하면 속기 쉽고, 잘못 판단하기 쉬운 때입니다. 특히 새로운 미디어들이 수없이 쏟아 내는 온갖 거짓 이 념들을 올바로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면, 우리는 이 시대의 이념의 노예가 되고, 마침내는 그 독소가 우리 몸에 퍼져 비참한 죽음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

윤동주는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고 노래하고 있습니 다. 그는 자기가 어떤 사람인가를 철저하게 인식하고 있었으며, 동시에 그 가 살고 있는 시대에 대한 예언자적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잎새에 이는 바람이란 폭풍이 아닌 살랑살랑 불어오는 미풍(微風)에 불 과합니다. 그런데도 예민한 감각을 가진 시인은 그것을 괴로워하고 아파 했던 것입니다. 마음이 가난하고 청결한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들이 보 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역사의 변화와 진행을 미리 느끼고 볼 수 있는 예민함이 있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영적 예 민성(銳敏性)입니다. 이 시대의 변화 속에서 하나님의 역사와 그 음성을 보고 들을 수 있는 영적 예민성을 가질 때 우리는 이 시대의 풍조에 휩쓸 려 가는 어리석은 자가 되지 않고, 하나님의 나라를 향하여 행진하는 의 의 일꾼들이 될 것입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끝으로, 사도 바울은 디모데에게 그대는 젊음의 정욕을 피하고, 깨끗 한 마음으로, 주님을 찾는 사람들과 함께 의와 믿음과 사랑과 평화를 좇 으십시오라고 권면하고 있습니다. 잠언에서는 너희 손에 선을 행할 힘이 있거든 도움을 청하는 사람에게 주저하지 말고 선을 행하여라고 하 였습니다(3:27). 바울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이 시대를 예민한 감성으 로 분별하여 진리의 길을 걸어갈 뿐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나그네 로 머무는 이 땅에서 서로 사랑으로 봉사하고 섬길 것을 명하였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건설하는 자들이지만, 결코 혁명을 통하여 그 나라를 세우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의와 믿 음과 사랑과 평화로 하고자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것은 그리스도께서 바 로 자신을 십자가에 내어 주시므로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셨 기 때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이 땅의 죽어 가는 모든 사람을 살리시 려고 십자가에 자신을 내어 주신 것입니다.

바울은 디모데에게 반대하는 사람을 온화하게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 고 권면하고 있습니다. 적대자들을 사랑으로 대할 때 하나님께서 저들을 변화시키실 것이며, 악마의 올무에서 저들을 건져내실 것이라고 하였습 니다.

윤동주는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라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이란 결코 낙심하지 아니 하고 희망을 갖고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하겠습니다. 별은 밤하늘에서만 빛나는 것입니다. 시인이 살던 시대는 억압과 고통이 있는 역사의 밤이 었습니다. 그러나 시인은 바로 그 역사의 밤에 별을 바라보면서 희망을 노래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는 그 밤을 절망하지 않고 오히려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하겠다고 다짐하므로 그 밤에 빛나는 별을 노래하고 있는 것입니다.

윤동주를 회상하고 추억담을 쓰는 것만으로도 넋이 맑아진다고 고백 하였던 고 문익환 목사님은 그의 따뜻한 성품을 다음과 같이 회고하였습 니다.

 그에게 와서는 모든 대립은 해소되었었다. 그의 미소에서 풍기는 따 뜻함에 녹지 않을 얼음이 없었다. 그에게는 다들 골육의 형제였다.

나는 확언할 수 있다. 그는 후꾸오까 형무소에서 마지막 숨을 몰아 쉬면서도 일본 사람을 생각하고는 눈물을 지었을 것이라고. 그는 인 간성의 깊이를 파헤치고 그 비밀을 알 수 있었기에 아무도 미워할 수 없었으리라.그는 민족의 새아침을 바라고 그리워하는 점에서 아무 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그것을 그의 저항 정신이라 부르는 것이리라.

그러나 그것은 결코 원수를 미워하는 것일 수는 없었다.

 단국대 교수인 김수복 교수도 그의 글에서 윤동주는 주위의 모든 것 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러한 평범한 사물들까지도 그의 내면 속으로 끌 어들여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려 하였다. 그만큼 그는 가난한 이웃, 이름 없는 풀꽃, 사슴, 노루, 아낙네 등의 약하고 가난한 이웃을 향한 인간적 사랑을 실현하려 하였다고 적고 있습니다.

윤동주는 확실히 요즈음 말하는 운동권에 속한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누구보다도 그 시대의 고통을 아파하면서도 사랑으로 그것을 참고 견디며 극복하려 하였던 것입니다. 그는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처럼 되기 는 어려워도 그를 닮으려고 애썼던 시인이었습니다. 그의 <십자가>란 시 가 그런 그의 의지를 잘 나타내 주고 있습니다.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 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햇빛을 따라 십자가가 있는 곳까지 올라갈 수 있는 인간은 아무도 없 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지셨던 그 십자가가 자기에게 허락된다면 꽃처 럼 피어나는 피를 조용히 흘리겠노라고 다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는 조용히 민족의 제단에 자신을 바칠 수 있기를 위하여 기도하였던 것입니 다. 우리가 윤동주를 사랑하는 것은 바로 이런 조용하고 겸손한 그러면서 도 확고부동한 신앙을 가지고 살았기 때문입니다.

놀라운 것은, 바로 이런 윤동주의 시가 일본 교과서에 실려 있다는 사실입니다. 1990년 4월부터 일본의 고등학교에서 쓰고 있는 치쿠마출 판사 편찬의 문부성 검정교과서 <현대문>에 이바라기 노리코라는 여류 시 인이 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한편의 글이 들어 있습니다. 윤동 주를 소개한 글 속에 <序詩>를 비롯한 네 편의 시가 실려 있다고 합니다.

필자는 윤동주의 시를 20대가 아니면 절대로 쓸 수 없는 청렬한 시풍이 라고 말하고 오래 살수록 수치 많은 인생이 되어 이런 풍으로 절대로 쓰여지지 않게 된다. 시인에게는 요절의 특권 같은 것이 있어서 젊음과 순결을 그대로 동결시킨 듯한 맑음이 항상 수선화 같은 좋은 향내를 풍긴 다고 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그의 시에서 풍기는 수선화 같은 향내는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하고자 한 그의 삶에서 울어 난 것이며, 괴로웠던 사나이 예 수처럼 되기를 원하였던 그의 신앙에서 풍겨 나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특별히 각급 학교를 졸업하면서 새로운 시작을 서두르는 젊은이들이여,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을 위해 자 신을 깊이 성찰(省察)하고, 그리고 이 시대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영적 통찰력을 가지고 하나님의 역사를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지금은 역사의 밤입니다. <새벽이 올 때까지> 별을 노래하면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 랑하시기 바랍니다. 바울의 권면대로 의와 믿음과 사랑과 평화를 추구 하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흑백 논리에 따른 끊임없는 투쟁과 살 생만이 판을 치는 세계 속에서, 모든 것을 자기 안에 끌어안고 십자가를 지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본받아 원수까지도 사랑할 수 있는 자리에 까지 나아가시기 바랍니다.

오늘밤도 별이 바람에 스치우고 있지만, 결코 노래를 멈추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새벽이 올 때까지 노래를 부르면서 새역사를 창조하기 위하 여 준비하는 여러분의 생활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