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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문제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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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7∼8년 전, 교사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의 일이다. 그 해에 중학교 3학년 담임을 맡았는데 눈코뜰새없이 바빴다. 하지만 나름대로 열의가 대단해 힘든 줄 모르고 지냈는데 졸업식 때 잊지 못할 사건이 일어났다. 참으로 서운하고 가슴 아픈 경험이었다.

운동장에서 졸업식을 끝내고 아이들이 교실로 들어가는 순간 ‘와장창’ 하고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교사 몇 명이 급히 교실로 달려갔고 문제아로 널리 알려진 학생이 교무실로 붙들려 왔다. 교실 유리창은 거의 모두 부서졌고, 당시 녀석의 담임을 맡고 있던 여선생님은 임신 중이었는데 눈이 퉁퉁 붓도록 우셨다. 모두들 씁쓸한 마음에 표정이 어두웠다.

아이들을 떠나보내는 서운한 마음은 싸늘하게 변했다. 나는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에 대해 잠시나마 후회했다. 졸업생들은 담임과 기념사진 한 장 찍지 못하고 씁쓸한 추억만을 간직한 채 교정을 떠나야 했다. 녀석을 다시 만난 것은 일 년 남짓 지난 어느 날이었다.

늦은 밤 길거리에서 기름때가 묻은 작업복을 입은 녀석이 나를 발견하고는 반갑게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녀석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던 나에게 녀석은 밝은 표정으로 “저희 선생님 잘 계세요? 한 번 찾아가 뵙고 싶은데 너무 죄송해서요. 저… 안부 좀 전해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동차 정비 기술을 배우고 있는데 힘들기는 하지만 재미있다고 했다. 학교 교실에서 보았던 불만에 가득 차 있던 모습과는 너무도 대조적이었다.

녀석과 헤어지고 나서 많은 생각을 했다. 입시 위주의 잘못된 교육과 문제아라는 교사들의 선입관이 어린 녀석의 가슴에 견디기 힘든 상처를 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졸업식 날 그런 행동을 한 것은 아닌지….
그 후 교직 생활을 하면서 문제아로 찍힌 학생들을 대할 때마다 나는 밝은 웃음으로 인사하던 녀석을 떠올린다. 그리고는 내 자신에게 다짐한다. 문제아는 없다. 문제 가정, 문제 어른이 있을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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