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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전근가기를 바라던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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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까까머리 중학교 시절, 학기 초엔 정든 선생님들이 다른 학교로 떠나고 새로운 선생님들이 오시곤 했다. 당시 우리 학교 학생들 사이에선 신학기만 되면 다른 학교로 전근 가기를 간절히 바라는 선생님이 한 분 계셨다. 지금 생각하면 무척 다행스럽게도 그 선생님은 내가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우리 학교를 떠나지 않으셨다.

그 선생님은 영어를 담당하셨던 양인모 선생님이신데 당시 무척 엄하시고 숙제를 많이 내주셨다. 거기다 숙제를 안 해 오거나 공부를 게을리하는 학생들에게 무척 엄격하셔서 우리는 선생님이 내준 숙제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하곤 했다.

잊혀지지 않는 숙제 중의 하나가 방학 동안 재활용지나 신문에 하루에 영어 단어 50개를 100번 씩 써오는 것이다. 나와 친구들은 방학 내내 혹은 개학을 며칠 앞두고는 선생님의 숙제에 시달려야 했다. 영어를 단순히 미국말이라고만 알고 있는 우리에게 선생님은 앞으로 영어를 꼭 알아야 한다고 하셨다. 만약 전쟁터에서 지뢰(Mine)와 피난처(Shelter)란 표시의 갈림길에서 영어를 몰라 지뢰가 깔린 길로 갈 수도 있다고 하셨는데, 그 말이 무척 가슴에 와 닿았다.

우리는 학년이 위로 올라갈수록 영어만은 다른 학교 학생들보다 실력이 좋아 각종 경시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나도 사회 생활을 하면서 영어 실력이 좋다는 칭찬을 많이 받았다. 그렇게 고마우신 선생님은 제자들을 키우는 데 너무 많은 열정을 쓰셔서인지 일찍 세상을 뜨셨다. 살아 계실 때 한 번 찾아뵙지 못한 것이 큰 후회로 남는다. 이제 선생님은 안 계시지만 선생님의 큰 가르침은 항상 가슴에 남아 있고, 내 딸아이도 선생님같이 훌륭한 선생님을 만나기를 바라고 있다. /이광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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