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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패물을 담았던 빈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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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지 6개월 째 되던 즈음이었다. 신혼의 단꿈 속에서 나날이 행복할 줄만 알았는데 내게 고민이 생겼다. 8남매 중 7번째인 여동생이 간호사 수업을 받는 마지막 등록금 문제였다. 남편도 나의 고민을 알았다.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글쎄, 우리가 무슨.”그렇게 며칠을 고민하던 끝에 남편은 이런 제의를 했다. “우리 패물 정리하면 안 될까?”우린 장롱 밑에 깊숙이 넣어둔 패물들을 꺼냈다. 돈이 될만한 패물인 금 13돈을 들고 남편과 나는 동네 금방으로 갔다. 동생이 무사히 등록을 마치고난 뒤 3개월쯤 지난 어느 휴일이었다. 오랜만에 남편이랑 시내 나들이할 일이 생겨, 나는 어린애처럼 일찍 일어나 차리고 나갔다. 하지만 막상 나가보니 번화한 서울의 거리는 어지러웠고 공기는 너무 탁해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서둘러 집에서 쉬자는 결론을 내리고 우린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현관문과 잘 잠그고 갔던 안방 문이 활짝 열려져 있었고, 방안은 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패물을 담았던 빈 상자들이었다. 바로 버릴까 하다가 별 생각 없이 원래 있던 장롱 밑에 그대로 두었었는데 그것이 삶은 조개처럼 입을 헤벌린 채 나둥그러져 있질 않는가. “아이고! 하나님 감사합니다!”순간 온 몸에 전율을 느끼는 감사를 드렸다. 잠시 후 나는 애써 들어왔다가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하고 돌아간 검은 그림자에게 미안하게 느낄 만큼 ‘여유 있는 감사’를 다시 드렸다. 그 순간 따르릉, 따르릉 “언니야, 나야 언니. 나 간호사 고시 1차에 합격했어. 다 언니하고 형부 덕분이야. 고마워.”라는 기쁜 소식을 듣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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