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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새 하늘과 새 땅 (사 49: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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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는 놀라우리 만치 급격하게 변해가고 있다. 대결과 경쟁으로 인류의 평화를 위협하던 미소관계의 개선을 위시하여 인류는 협력과 개방을 통한 공존관계를 추구하고 있다.

 이와 때를 맞추어 한반도에도 전혀 예기치 않았던 새로운 역사적 변화 가 전개되고 있다. 남과 북은 UN 동시 가입을 결단하고 추진하게 되었다.

이제야말로 인류공동체 앞에서 서로의 결함을 보완하고 서로의 희망을 축복 하며 삼천리 강산에서 새 하늘과 새 땅을 보게 되었다.

 이제 남북관계는 서로간에 자신들의 정통성을 주장하며 상대를 적대시 하던 관계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이제 남북관계는 자신들의 이념과 체제에 집착하여 상대를 흡수하거나 붕괴시키려던 관계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이제 남북관계는 자신들의 우열을 가리기 위해 음해하며 거짓선전하며 백성을 농 락하던 죄악을 반복하지 않아도 되기에 이르렀다.

 나는 이 소식을 접하면서 아주 옛날 밧모 섬에 유폐되어 있으면서도 조국의 광복을 기다리며 하느님의 새 일을 기원하던 사도 요한을 상기케 되었다. 사탄의 왕권이 무너지고 하느님의 새 역사가 시작되던 그 장엄하고 신비한 환상을 보던 사도 요한의 경험은 결코 아주 옛날 중동 아시아에서 있었던 일만이 아니라 오늘 이 땅 한국에서도 만물을 새롭게 하시는 주님의 역사와 관계되어 다시 시작되고 있다고 믿는다.

 사도 요한은 보았다. 나는 새 하늘과 새 땅을 보았습니다. 그 때 나는 옥좌로부터 내려 오는 큰 음성을 들었습니다. 하느님은 사람들과 함께 계시고 사람들도 하느님의 백성이 될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친히 그들 과 함께 계셔서 그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씻어 주실 것이다. 이제는 죽 음도 슬픔도 울부짖음도 고통도 없을 것이다(계시록 21:1-)

남북한의 UN 동시가입이 결코 자랑스러울 것은 없다. 따라서 어느 한 쪽의 정치적 승리가 될 수도 없다. 도리어 하나의 민족으로서의 동질성에 더 무서운 골을 파는 결과도 될 수 있다. 그러나 일단 UN 동시가입은 더 이상 상대의 실체를 부정함으로써 초래하는 싸움은 예방할 수 있게 된 것이 다. 다시는 죽음이 이 강토를 뒤덮는 죄악은 저지르지 않게 될 것이다. 그 리고 남북간의 기득권자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보장받은 이상 더 이상 힘없고 불쌍한 사람들을 강제로 헤어져 사는 슬픔을, 억울하고 한맺힌 눈물 을 그 눈에서 흘리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통일이 안되는 것은 민 중들의 이념적 대결 때문이 아니라 기득권자들의 자기보장 때문이었음을 솔 직하게 시인하고 일대 회오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억지로 헤어진 가족들은 자유롭게 만날 수 있어야 하고 그들의 눈에 고인 눈물을 닦아 주어야 한다. 다시는 아버지와 아들이, 어머니와 딸이, 아버지와 어머니가 눈물로 세월을 보내는 일이 없게 되어야 한다. 스스로가 살고 싶은 곳에서, 오랫 동안 그리던 고향에서 오고 가며 살 수 있어야 한 다. 자식들은 어버이 앞에 엎드려 불효를 빌며 어버이들은 엎드려 비는 자식들을 일으켜 세워 입을 맞추고 가락지를 끼워주어야 한다.

 바벧론에 갇혔던 이스라엘을 해방하신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

감옥에 갇혀 있는 자들에게 일러라.

어서 나오너라 캄캄한 곳에 웅크리고 있는 자들에게 일러라 나와 몸을 드러내어라 그들은 결코 배고프거나 목마르지 아니하리라 내가 그들을 가엾게 여겨 이끌어 주고 샘이 솟는 곳으로 인도해 주리라(이사야 49:9-)

남북은 UN 동시가입까지 시도하고 있는 이 마당에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서둘러 해야 할 일이 있다. 남과 북에 있는 모든 옥에 갇힌 모든 자유 인들, 애국지사들, 이념과 체제 때문에 억울하게 갇힌 사람들을 놓아 주 어야 한다. 기득권자들의 안전을 위해, 기득권자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자 신들의 반대자들을 옥에 가두었으니, 일생을 캄캄한 곳에 옭아 넣었으니, 이제는 지체없이 그들을 석방시켜야 한다.

 서로의 실체를 인정하여 국제무대에서 함께 어울리는 동족들이면서도 자기 백성들을 흑과 백으로, 우와 좌로 나누어 감시하고 억눌려서야 되겠는 가 이제 다시는 통일을 외치다가 죽는 사람, 민족을 노래하다 고통당하는 사람, 남북을 왕래하다가 옥에 갇히는 사람이 없어야 하겠다.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가는 길 마다에서 풀을 뜯게 하시고, 그들을 가엾게 여겨 이끌어 주시고, 첩첩산중에 길을 닦아 주시겠다고 약속하셨 다. 누가 이 역사의 대의를 거역하며 백성의 왕이신 하느님의 명을 거스리 려는가

밧모 섬의 사도 요한이 본 새 하늘과 새 땅은 하느님이 백성 가운데 계시며 백성들은 하느님의 집에서 사는 환상이었다. 백성들의 주권자는 하느님이시요 백성들의 보금자리는 하느님의 보호 안에 있다는 뜻이다.

이 엄숙한 사실을 거역하고 또 다른 정치적 음모는 군사적 계략을 일삼는다 면 쫓겨난 사탄은 일곱 귀신을 데리고 다시 우리를 향해 쳐들어 올 것이 다.

 남북의 UN 동시가입이 곧 우리의 소원인 통일의 성취는 아니다. 그러 나 이로 인하여 우리의 통일을 저해하는 모든 외적 요인을 제거하는데는 결정적인 공헌을 할 수 있을 것은 의심할 바 없다. 미군의 주둔은 남북대결 상황에서는 부분적인 도움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남북대결이 아 니라 남북이 동반자로서 세계무대에 진출하는 현시점에서는 미군주둔은 통 일의 장애요인이 된다. 미국은 한국의 분단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지고 한 국전쟁에 공헌했듯이 이제 한국분단의 책임을 지고 겸허히 이 땅에서 물 러남으로써 UN 무대에서 욕심없이 우리의 통일을 도와야 한다.

 일본은 36년간 한국통치를 통해 온갖 비인도적 착취와 수탈을 일삼았 으면서도 한국분단을 이유로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응분의 속죄나 배상 을 지불하지 않았다. 도리어 우리의 남북분단을 교묘히 악용하여 오늘의 부강을 이룩하며 지금도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음성적으로 방해하고 있다.

남북은 이제 한 목소리로 일본에 대해 눈을 감지 못하신채 순국하신 애국 지사들과, 빛도 없이 이름도 없이 전쟁의 총받이로 죽어간 젊은이들, 정신 대의 몸으로 청춘을 빼앗긴 한국여성들의 원혼을 위로하며 그 앞에 속량 의 번제를 요청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들은 지난 1세기 동안 국제사회로부터 얼마나 엄청난 수모와 멸시 와 학대를 받아 왔던가 세계 열강들의 흥정거리가 되고 왕권은 이리 쫓기 고 저리 숨어 다니며 죄없는 민초들만 힘이 없어 죽고, 의분에 못이겨 죽 으며 살아 왔던가 만국이 꺼려하여 가까이 하지 아니하므로 지배자들의 기막힌 멸시만을 받으며 종살이해 왔다 지금도 이 땅에서는 미군은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치외법권의 존재로 군림하고 있다.

 나는 지금 남북의 UN 동시가입을 지지하는 정치연설을 하는 것이 아니 다. 이 사건이 지닌 우리 민족사적 의미가 성서적인 차원에서 어떤 가치가 있는가를 조명하고저 하는 것을 설교 하는 것이다.

 하느님은 바벧론에 포로가 되었던 남북이스라엘이 해방되어 돌아오게 되었을 때엔 하나의 민족이 될 것을 원하셨고 또 그렇게 일하셨다. 남북으 로 분단되어 북쪽은 앗스르에게, 남쪽은 바벧론에게 강점되어 있던 이스라 엘 민족 공동체가 70년의 긴 식민통치를 청산 해방되었다. 하느님은 그 기 회를 세상의 흥망성쇠에 맡겨 버리지 않으셨다. 바벧론의 멸망과 신흥 파사 제국의 등장의 기회를 포착 당신의 백성 이스라엘의 해방과 함께 민족통일 의 대업을 성취하신 것이다.

 나는 믿는다. 사람들의 계산에 의해, 세계대세에 의해 남북의 UN 동시 가입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 배후에서도 하느님은, 한국의 주님이신 하느님 은 더 큰 일을, 더 큰 새 일을 계획하시고 진행하고 계신다는 것을 믿는 다. 그것은 둘이 하나되게 내가 잡고 있으리라 다시는 두 민족으로 갈라지 지 않을 것이다(에스겔 37:22-)는 평화와 통일의 소식이다. 그리하여 예 언자 이사야는 이렇게 노래하였다.

 하늘아, 환성을 올려라.

땅아, 기뻐 뛰어라.

산들아 기쁜 소리를 질러라 야훼께서 당신 백성을 위로하시고 그 천대받는 자들을 극진히 사랑하셨다.

너는 나의 두 손바닥에 새겨져 있고 너 시온의 성벽은 항상 나의 눈 앞에 있다.

너를 다시 일으킬 자들이 서둘러 모이니 너를 허물고 짓밟던 자들이 달아나리라 (이사야 49:13-)-아 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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