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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평범한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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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은 오래 가지 못했다. 교장 선생님은 요가 초등학교가 있는 구역에 살고 있다면 입학을 해도 좋다는 관대한 회신을 보내 주셨지만, 그때 잠깐! 하며 제동이 걸린 것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교육위원회. 이유는 그 정도로 심각한 장애아가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선례가 없는 일이라고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입학허가가 백지상태로 돌아가자 부모님은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급식 이야기까지 나와 틀림없이 입학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런 만큼 충격도 컸다. 그러나 지금부터가 우리 부모님이 얼마나 대단하신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언제까지고 낙심해 있을 수는 없다. 어떻게 하면 인정받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어머니는 그들이 무엇을 걱정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셨다. 그들을 설득시키기 위해서 나와 함께 행동으로 모든 것을 보여주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교육위원회에서 잠깐! 하고 제동을 건 가장 큰 이유는 나를 잘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하긴 무리도 아니다. 팔 길이가 10센티밖에 되지 않는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글씨를 쓸 수 있다고 누가 상상이나 하겠는가.

어머니는 나를 데리고 가서 우리 아이는 이렇게 잘할 수 있다며 그들이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글씨는 어떻게 씁니까?'

자신만만하게 써 보였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뭉툭한 팔과 뺨 사이에 연필을 끼고 글씨를 써 보였다. 접시의 가장 자리에 스푼과 포크를 놓고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해 음식을 입에 넣고 먹는 시범도 보였다.

가위의 한쪽은 입에 물고 또 다른 한쪽은 팔로 눌러 가면서 얼굴을 움직여 종이도 잘라 보였다. 짧은 다리 때문에 L자처럼 되어 있는 몸을 움직이며 혼자 걸을 수 있다는 것도 보여 주었다.

내가 보여 주는 행동 하나하나에 교육위원회 사람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 줄 모르는가 하면 마른침을 꿀꺽 삼키기도 했다. 뭔가에 홀린듯한 표정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도대체 팔도 다리도 없는 아이가 상상하기도 힘든 여러 행동들을 눈앞에서 착착 해치우고 있으니…….

마침내 부모님의 열성과 나의 노력으로 입학허가 를 받을 수 있었다. 단, 한 가지 조건이 따라붙었다. 정상적인 아이라면 아침에 학교에 다녀오겠습니다 라며 씩씩하게 집을 나선다. 학교에서 공부도하고 놀기도 한 뒤 오후가 되면 다녀왔습니다 라며 귀가하는 것이 초등학생의 하루다.

나의 경우엔 달랐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부터 보호자가 함께 있어야 하고 수업중이나 쉬는 시간에도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집에 돌아갈 때도 보호자가 동행해야만 했다. 그것이 조건이었다. 보호자, 즉 부모님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큰 부담이었겠지만 네가 보통의 교육을 받을 수만 있다면 뭐가 문제겠니? 라며 그 조건 붙은 입학허가를 진심으로 기뻐해 주셨다.

이렇게 교장 선생님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의 배려 덕분에 나의 길은 열렸다. 내가 그 은혜를 갚을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 학교 생활을 즐기는 것이었다.
<오토다케 히로타다, 오체불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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