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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볼펜 장수와 버스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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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죄송합니다. 손님 여러분, 음.. 그러니까 제가..” 술에 추한 듯이 보이는 아저씨는 커다란 가방을 들고 버스 한 가운데서 위태위태한 몸을 가누면서 큰소리로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세히 보니 무엇을 팔려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사람들은 창문으로 내리쬐는 아직 따가운 가을 햇살에 저마다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아저씨가 말을 할 때마다 쏟아지는 술 냄새에 아저씨 주위의 사람들은 더욱 곤혹스러워 보였습니다. 나는 속으로 “도대체 이 버스는 서비스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투덜거렸습니다. 아저씨는 이런 장사엔 초보인 모양이었습니다. 더듬거리는 말하며, 점점 작아지는 목소리를 들어보니 아마 술기운까지 없었다면 한 마디도 하지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저씨의 손엔 볼펜과 색색들이 사인펜이 각각 열 개씩 포장되어 있었습니다. 얼핏 들어보니 천 원이란다. 세상에 펜 스무 개에 천원이라니.. 너무 쌌습니다. 어설픈 제품 설명이 끝나고 아저씨는 볼펜을 사람들 무릎위에 하나씩 올려놓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러자 아저씨는 무척 당황해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 운전기사 아저씨가 천 원짜리를 높이 쳐들고 “아저씨, 여기 하나요.”를 외쳤습니다. 순간, 얼굴에 웃음이 번지는 볼펜장수 아저씨를 보며 나는 목에 메어 왔습니다. ‘내 하루 용돈에 반에 반도 안 되는데.. 나는 왜 그리 망설였을까’ 기사 아저씨가 버스 안의 어색한 분위기를 없애준 뒤 사람들의 하나둘 볼펜을 사기 시작했습니다. 볼펜 장수 아저씨는 연신 기사 아저씨에게 고맙다고 하면서 윗주머니에 꽂혀 있는 펜 하나를 ‘서비스’라며 전해 주고 내렸습니다. 물론 나 또한 색색의 펜 스무 개를 가슴 가득 껴안고 내렸습니다.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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