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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동전 한 잎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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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백리상을 받았던 어느 가난한 공무원을 취재한 일이 있었다.
그때는 온갖 불의를 다 저지르던 사람들이 `정의사회 구현'이라고 외치던 시절이라 그들이 강조하는 `청백리'라는 단어조차 식상하던 때였다. 처음엔 취재의 목적이었으나 그 청백리의 따스한 가슴이 내게 통하여 가깝게 지내는 동안 귀중한 교훈을 하나 얻게 되었다.
주로 나환자와, 구두를 닦는 청소년들에게 봉급의 상당부분을 털어 넣었던 탓으로 그의 가족들은 극심한 궁핍에 시달렸다. 청백리도 좋지만 가정부터 제대로 꾸려야지 않겠느냐는 나의 물음에 그가 오히려 되물었다.
'내게 꼭 필요한 것을 남에게 주어보지 않은 사람이 어찌 그 기쁨을 알겠습니까? 지하도를 지나갈 때 계단에 엎드려 있는 아이들에게 동전 한 닢을 쥐어줘 보세요. 그러면 알겁니다.' 처자식을 굶기지는 않는다며 말하는 투가 너무나 담담한 음성이었다.

그 후 나는 지하도를 내려가다가 불현듯 그의 말이 떠올라 엎드려 있는 아이에게 동전 한닢을 어물쩍 내밀어 보았다. 행인들의 눈길이 그렇고, 겨우 동전 한닢이라는 염치도 그러하여 스스로 얼굴이 달아 올랐던 게 사실이다.
가난이란 게으름 탓만 아니라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돈이란 가지고 있을 때 편리한 물건일 뿐이지 이상이나 가치는 아니기 때문이다.
처음에 내가 동전 한닢을 내밀며 낯이 간지럽던 그 기분은 솔직히 말해 내 행동에 자신이 없고 턱없는 위선이었음을 스스로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위선이든 아니든 횟수가 거듭되자 내게 은근히 젖어오던 그 기쁨, 그것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즐거움이었다.

지폐가 아니면 아이들도 시답잖게 여기는 요즘 세상에 동전 한닢으로 어디서 무엇을 하여 그렇게 즐거울 수 있으랴.
등산이나 낚시의 즐거움은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동전 한닢의 기쁨도 경험없는 이들은 아마 모를 것이다.
식당에서 점심을 먹다가 '청백리가 무슨 돈으로 외식이냐'는 이죽거림에 괴롭다던 그의 곤혹스런 표정이 그래서 더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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