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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조롱(鳥籠)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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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고향 떠나 사는 한 상인이 닭장만한 조롱을 지어 놓고 많은 고향 새를 기르 고 있었다. 그집 장성한 아들이 새 밥을 줄 때마다 놀고 먹는 이 새들을 부러워하고 밤낮 일만하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던 것같다. 이에 아버지는 아들놈이 밥주러 들어간 틈을 타서 조롱문을 밖에서 걸어잠그고 끼니 때마다 진수성찬을 들여주면서 편히 쉬라고 했다. 하루가 지나니 아무것도 하지않는다는 것이 죽는 것보다 못하다는 것을 절감 하고, 사흘이 가니 발광을 하더니, 이레가 가니 죽을 수 있게 칼 한 자루 넣어 달라고 간청을 하더라는 것 이다. 임어당(林語當)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가공할 상황이 아무것도 할 일이 없다는 상황임을 이 `조롱인간 (鳥籠人間)'으로 비유하고 있다. 하루종일 먹이를 찾아나르는 개미를 일할 수 없는 일정 공간 안에 넣어두 고 생존에 필요한 먹이만 적시에 주었더니 닷새만에 스스로의 발을 자르는 자학(自虐) 행위가, 1 주일만에 상대방의 몸을 해치는 타학(他虐)행위가 시작되었다는 관찰보고도 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플라스티에는 그의 저서 `4만시간'에서 20세기 말이 되면 인생 60만 시간 중 노동 시 간은 4만 시간에 불과하게 될 것이며 나머지 56만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문명의 가장 큰 숙제가 될 것이 라고 경고하고 있다. 또한 1950년에 프랑스 사람들이 총수입에서 여가에 지출하는 비율이 10%인데, 1989년 곧 금년에는 25%로 상승하고 20세기가 끝날 때는 활동 시간의 10%만 일하고 90%는 여가로 남을 것이라고 예 측하기도 했다. 만약 이 여가를 슬기롭게 쓸 수 있는 노력없이는 `조롱인간'이나 일을 빼앗긴 개미꼴인 `여 가(餘暇) 아노미 현상(現象)'이 필연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한데 이 플라스티에의 예측보다 그 여가 위기가 한결 앞당겨 다가오고 있다. 가사 노동에 집약시켜 보아 보자. 가전 제품의 발달로 가사의 대종인 취사-세 탁-청소로부터 대폭적 여가를 얻어 냈다. 한데 컴퓨터의 도입으로 외출중에도 버튼만 눌러서 가전 제품을 원격 조종하고, 모든 가사를 점검할 수 있게 된 오토 홈(自動家事) 장치가 우리 나라에 갑자기 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여가의 홍수 시대가 도 래한 것이다. 옛날 우리 어머니들은 여가의 공포를 예방하고자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일부러 만들어 하는 습 속이 꽤 발달돼 있었다. 이를테면 쌀뒤주에 탈곡되지 않은 뉘를 한말당 한줌씩 섞어 뉘가리는 시간을 여가 로부터 구제해 준다든지 . 여가를 벌어주는 생활 문화의 발전은 그 여가를 현명하게 활용하는 여가 문화의 발전이 수반되지 않고는 `조롱인간'을 양산하는 위기를 자초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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