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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값진 3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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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수산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박재형 선생님은 며칠 전부터 승철이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 차 있는 것을 보았다. 기다리던 수학여행을 떠난다는 기쁨으로 아이들은 들떠 있었지만, 승철이는 어머니의 품삯으로 하루하루를 지내는 형편이라 수학여행비를 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수학여행을 떠나는 날 아침 승철이가 보이지 않았다.
박선생님은 승철이의 집으로 달려가 미적거리는 승철이와 미안해 하는 어머니를 설득해 함께 여행 길에 올랐다. 승철이는 여행비를 내지 않았다는 부끄러움 때문인지 처음에는 서먹해 했으나 차츰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얼굴이 밝아졌다. 아이들은 버스에서 내릴 때마다 구경보다는 군것질과 기념품에 더 정신을 팔았다. 아이스크림을 먹는 아이도 있었고 할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드린다며 효자손과 산호 목걸이를 사는 아이도 있었다.
승철이는 장난감이 하나도 없는 동생에게 선물을 사 주고 싶었지만 주머니 속에는 오늘 아침 어머니가 쥐어주신 삼백원만 달랑거릴 뿐이었다. 아이들 뒤편에서 눈치만 보던 승철이는 백원이라는 딱지를 가슴에 붙인 돌하르방을 발견하고 그것을 하나 샀다. 저녁이 되어 제주시의 여관에 도착한 아이들은 밤늦도록 자지 않고 떠들어 박선생님의 애를 태웠다. 승철이는 애쓰시는 선생님께 사이다를 사 드리고 싶었지만 백원짜리 동전으로 살 수 있는 것은 오직 요구르트 뿐이었다.
'선생님 이거..'
승철이는 작은 요구르트 하나를 불쑥 내밀었다.
'너나 먹지.'
박선생님은 고사리손이 안쓰러워 승철이의 어깨를 토닥이며 물었다.
'너 돈 얼마 가지고 왔니?'
'……삼백원요.'
승철이는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어려운 말문을 열었다.
'그래, 네가 쓰기에도 모자랄텐데 요구르트를 샀구나. 그래, 나머지 돈으로는 뭘 샀니?'
'백원은 목이 말라 쭈쭈바 사 먹었고 나머지 백원은 동생 주려고 돌하르방을 샀어요.'
'적은 돈으로 참 값있게 썼구나.'
박선생님은 점점 희미해져가는 요구르트를 바라보며 어린 승철이를 품에 꼬옥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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