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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부엌과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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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군(燕山君)의 선비 탄압이 바로 갑자사화(甲子士禍)다. 홍언충(洪彦忠)을 잡으러 포졸들이 들이닥치자 식구들은 빨리 부엌에라도 몸을 피하시라고 권했다. 잡혀가 사지를 찢기면 찢겼지 장부가 어찌 부엌에 들어가느냐고 호통을 치며 제 발로 걸어나가 포승에 묶였던 홍언충이었다. 비단 선비 집안이 아니더라도 전통 사회에서 사나이가 부엌에 드나든다는 것은 노소를 불문하고 흉이었다.
선비들로 하여금 그렇게 하게 한 가르침의 원점은 이렇다. '군자는 포주를 멀리할지어다.'
바로 <맹자(孟子)>에 나오는 말이다. 여기서 포주란 부엌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부엌이란 아녀자만이 드나드는 곳으로, 대장부가 출입하는 것은 천한 일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졌었다. 하지만 그건 너무 오랫동안 잘못 알려져 내려온 위대한 오해였다.
제(齊)나라의 선왕(宣王)이 맹자에게 물었다. 내가 백성을 편히 다스릴 만한 자질이 있는가고 .... 언젠가 임금이 제사에 희생되기 위해 끌려가는 소를 가엾게 여겨 양과 대체시킨 일을 상기하고, 그만한 연민의 정이 있으면 임금될 자질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군자는 살아 있는 짐승이 죽어가는 것을 차마 보지 못하고 죽어가는 애절한 소리를 듣고 그 고기를 먹지 못하는 것이니 군자는 모름지기 부엌을 멀리해야 함이오.'
군자로 하여금 부엌을 멀리하라는 이 가르침의 원뜻은, 부엌이란 인간 본래의 자비심을 참을 수 없게 하는 현장이기에 멀리하라는 뜻이지 남존여비에서 나온 부엌 기피는 아닌 것이다.
고대 희랍에 있어 사나이가 상류 계급으로 공인받으려면 각자 남들이 흉내내지 못하는 요리 솜씨 하나씩을 피로할 수 있어야 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로마의 가정에 초대받아 가면 요리 한 가지를 극구 칭찬하고, 그것을 요리한 것이 바깥주인일 때 새삼 놀라는 표정을 짓는 것이 예의라고 가르치고 있다. 지금 올림픽으로 왁자지껄한 바르셀로나를 한때 지배했던 부르봉 왕가에서는 가문 전래의 12 가지 육류 요리법을 왕자 왕손에게 터득시켜 법통으로 삼았다고도 한다.
어느 역사 시기에 대국으로서 영화를 누렸던 나라일수록 요리 문화는 다 남자 손으로 유지, 발전되었다고 말한 것은 프랑스의 사상가 볼테르다. 이 세상 어느 나라에 가건 명요리사 하면 남자인 건 그 때문일 것이다.
근간 일본에 '주부(主夫)'라는 신어가 유행하고 있다던데, 바로 남편이 주부(主婦) 대신 부엌일을 한다 하여 생긴 말이라 한다. 40 대(代)는 주부(主婦)대주부(主夫) 비율이 70 대 30인데, 30 대는 50 대 50으로 똑같고, 20 대는 30 대 70으로 역전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우리 나라도 20 대 전후의 남자들이 요리학원의 과반수를 차지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시집갈 신부 수업생이나 다니는 것으로 알려져 있던 요리학원의 예상 못했던 변신이다. 개중에는 요리사로서 직업을 가지려는 지망생도 없지 않으나, 다가오는 세상에 불가피한 주부업(主夫業)의 수업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한다. 무상(無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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