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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20년 한을 풀고 물러난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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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출신의 김가진은 첩의 자식으로, 어린 시절 갖은 천대를 받으며 자라났다. 더욱이 그의 이름 앞에는 으레 ‘서자’라는 듣기도 불쾌한 명칭이 붙여졌기에, 그는 서자로 태어난 것을 못 마땅히 여기며 출세만을 꿈꾸어왔다. 20세가 되던 해 장원급제한 그는 고종 황제로부터 나라의 높은 벼슬자리를 맡으라는 제안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한사코 안동의 부사 자리를 달라고 졸라, 장원급제한 사람으로서는 너무도 보잘 것 없는 안동 부사로 임명되었다.
고향 마을 안동에 부임한 김가진은 그야말로 금의환향한 것이었다. 이틀째 되던 날, 그는 아침 일찍이 향교의 좌수를 불렀다. 그리고는 무턱대고 그에게 곤장을 치게 하는 것이 아닌가! 본인은 물론 주위 사람들도 깜짝 놀랐다. 더구나 좌수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었으니 말이다. 실컷 매를 친 다음 김가진은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좌수를 그 자리에 앉혀 놓고 일장 훈시를 했다. “오늘 맞은 까닭은 이러하니 마을 사람의 교육을 잘못 시킨 탓이다. 하늘 아래 사람의 낮고 천함이 어디 있다고 마을 사람들로 하여금 나를 ‘서자’라고 놀리며 조롱하도록 가르쳤는가! 그대의 죄 값이 가볍다 할 수 없으나 이쯤 해 두겠네. 다시는 그런 일 없도록 각별히 주의하게.”20여년의 쌓인 한을 풀어버린 김가진은 속이 시원했다. 좌수의 곤장을 친 것은 이제까지 자신을 조롱하던 자들의 곤장을 친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행실이 널리 퍼져 몇 달 안돼 부사 자리를 물러나고 말았다. 복수는 그 동기가 아무리 타당성이 있어도 바람직하지 못하여 자신을 망치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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