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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은종아 울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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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지났습니다.
아직 마루에는 크리스마스 나무가 서 있습니다.
'우린 곧 창고로 들어가게 될 거야. 어둡고 답답한 곳에 가서 잠자기 전에 마음껏 반짝거리자.' 빨간 색 반짝전구가 말하니까'그래 눈부시도록 반작거리자.'다른 반짝전구들이 좋아하며 불빛을 뿜어내기 시작합니다. 빨간 불빛, 노란 불빛, 파란 불빛, 초록 불빛이 번갈아 가며 반짝댑니다. 넓은 마루에 오색 꽃이 가득 피어나는 것 같습니다.
'우리도 마음껏 노래하자.'
나뭇가지에 조롱조롱 매달린 전자종들도 목소리를 가다듬기 시작합니다.
'쟁그랑 쟁그랑 쟁그랑...'
전자종마다 아름다운 소리가 흘러 나옵니다. 낮은 목소리와 높은 목소리가 어울려서 합창이 됩니다.
'나도 저 전자종들처럼 아름답게 노래해 보았으면 좋겠다. 마음껏 목소리를 내어 보았으면 좋겠다.'
나뭇가지 끝에 달랑달랑 매달린 은종이 부러워 합니다.
은종은 목소리를 내어 보려고 애를 씁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습니다.
크리스마스 때도 아름답게 노래를 해보려고 했지만, 되지 않았습니다.
'난 벙어리인가 봐.'
은종이 슬퍼하고 있을 때, 뚱보 가정부 아줌마가 청소기를 들고 쿵쿵걸어오셨습니다.
발자국 소리에 깜짝 놀란 은종은 바르르 떨다가, 그만 마룻바닥에 굴러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아이쿠! 아이고, 아파!'
은종이 아파서 얼굴을 찡그렸습니다.
'이 은종은 소리도 내지 못하니 버려야 되겠다.'
뚱보 아줌마는 은종을 주워서 쓰레기통에 던져 넣으셨습니다.
'아이쿠쿠! 아이고, 아파!'
은종은 아까보다 얼굴을 더 찡그렸습니다. 얼마 뒤에, 청소를 끝낸 뚱보 아줌마가 쓰레기통을 들고 대문 밖으로 나가셨습니다.
뚱보 아줌마는 쓰레기통에 담긴 쓰레기를 비닐자루에 쏟아 부으셨습니다.
'쏴르르...'
다른 쓰레기들과 함깨 쓰레기통 속에서 미끄러져 내리던 은종은 몸을 날려서 비닐 자루 밖으로 튀어 나왔습니다. '앗, 차가와!'은종은 하얗게 쌓은 눈 위에 떨어졌습니다. 눈이 차가와서 눈물이 날것 같았지만, 쓰레기 자루 속에 들어가지 않아서 기뻤습니다.
은종은 눈 속에 파묻힌 채 하루를 지냈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눈을 뜨니 , 골목이 시끌시끌 하였습니다. 하늘에서 눈송이가 나풀나풀 춤을 추며 뛰어내리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눈송이를 잡으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닙니다. 소리를 지르기도 합니다. 은종은 걱정이 되었습니다.
'이대로 있으면 눈 속에 파묻혀 버리고 말겠어.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그때입니다. 강아지 복실이가 달여왔습니다. 복실이는 여기저기 코로 냄새를 킁킁 맡더니, 은종을 찾아 입에 물었습니다.
'아얏!'
복실이의 날카로운 이 사이에 물린 은종은, 아프기도 하고 겁도 나서 바들바들 떨었습니다.
'복실아, 그게 뭐야? 아무거나 씹어 먹으면 안돼. 이리 내놓아.'
샘이가 뽀득뽀득 발자국 소라를 내면서 달려와, 복실이가 입에 문 것을 빼앗았습니다.
'어머나! 은종이구나.'
샘이는 기뻐서 어쩔 줄 몰랐습니다.
'집에 가져 가서 꽃나무 가지에 매달아 두어야겠다.'
샘이는 은종을 들고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샘이가 사는 집에는 대문이 없어서, 눈이 마당에 가득 밀려 들어가 있습니다. 눈이 골목보다 마당에 더 많이 쌓였습니다.
방문을 여니, 구석에 꽃나무 화분이 하나 있었습니다.
샘이는 은종을 꽃송이 사이에 매달았습니다.
'은종아, 예쁜 종소리를 울려 줘. 꽃향기가 나는 종소리를 자꾸자꾸 울려 줘.' 샘이는 은종을 쓰다듬으며 말했습니다.
'이를 어쩌나? 나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데, 어떻게 하지?'
샘이의 말을 들은 은종이 걱정을 하고 있는데, 꽃향기가 모락모락 풍겨 와 코를 찔러서 재채기가 났습니다.
'에에취.' 참으로 이상한 일입니다. 재채기 소리가 귀에 들렸습니다.
'인제 내 목소리가 열린 것일까?'
은종은 얼른 노래를 불러 보았습니다. '쟁그랑 쟁그랑 쟁그랑...'
노래 속에 꽃향기까지 향기롭게 풍겼습니다.
'은종이 울린다! 꽃향기도 난다!'
샘이는 좋아서 팔짝팔짝 뛰었습니다. 꽃송이들도 방긋방긋 웃었습니다.
은종은 자꾸 노래를 불렀습니다.
'쟁그랑 쟁그랑 쟁그랑...'
그러나, 그 종소리는 샘이와 꽃송이들만이 들을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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