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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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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만의 `부텐브로그가의 사람들'에 보면 임신 중의 독일 여인이 뱃속의 아이를 위해 바로크 음악을 듣는 대목이 나온다. 음악을 듣고 자란 태아는 태어나서 심성이 곱고 믿음이 깊어진다고 알았다.
지금도 구미(歐美)의 임신부들은 음악 태교(音樂 胎敎)를 많이 지키고 있다 한다. 이를테면 하이든이나 모차르트의 음악을 계속 들으면 낙천적인 아이가 되고, 베토벤이나 브람스의 음악을 계속 들으면 신중한 아이가 된다던가.
임신부가 지켜야 할 태교(胎敎)와 하지 말아야 할 금기(禁忌)는 그것이 심하고 덜 심하고의 차이는 있을망정 세상에 공통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임신부는 파장 무늬가 나 있는 쿠풀이라는 열매를 먹어서는 안 된다. 태아의 심성이 곧지 않고 비뚤어진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임신부의 남편이 임신 중 살생(殺生)을 하면 태아에게 그만한 상처를 낸다고도 알았다.
아랍의 임신부들은 낙타 젖을 먹는 관습이 있는데, 태어날 아이가 후에 대상(隊商)이 되어 몇 만 리 사막길을 여행하게 됐을 때 그로서 인내심을 길러준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웃 일본에서는 임부(妊婦)로 하여금 개 밥을 주게 하는 관습이 있다던데 개처럼 다산(多産)하라는 염원이라기도 하고, 개처럼 충직하라는 태교로 해석되고 있기도 하다.
사내아이를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히 여겼던 우리 나라였던지라, 임신 금기와 태교가 이 세상에서 가장 발달한 나라가 우리나라가 아닌가 싶다. 바꿔 말하면 이 세상에서 한국의 어머니처럼 철저하게 태아(胎兒)의 노예가 됐던 어떤 어머니도 없었을 것이다. 옛 아이 밴 어머니들이 지켜야 했던 `칠태도(七胎道)'만 보아도 그 점을 알 수 있다. 높은 마루나 걸상 위에 올라서도 안 되고, 험한 길이나 냇물을 건너서도 안 되고, 담을 넘거나 개구멍을 나다니지 말아야 한다(제1도). 임부가 말이 많거나 웃거나 놀라거나 겁을 먹거나 울어서도 안된다(제2도). 잠잘 때 가로 눕지 말고 서 있을 때 갸우뚱하지 말며, 부정한 것을 보지 말고, 음탕한 소리를 듣지 말아야 한다(제3도).
닭살이 생기는 닭고기, 팔자걸음 걷는 오리의 고기, 뼈가 물러지는 오징어 등 태아의 체질에 주술적으로 영향을 주는 음식은 먹어서는 안 된다(제4도). 성현의 글을 읽고 아름다운 시를 읊는다(제5도). 기품이 높은 거북이, 봉황, 주옥(珠玉), 명향(名香) 같은 노리개를 몸에 지니고 가까이 한다(제6도). 음욕을 비롯, 모든 욕심이나 투정이나 원한을 품어서는 안 된다(제7도).
이 가운데는 미신도 있고 또 과학적인 것도 없지 않으나 이 옛 우리 전통 사회의 임신 금기(禁忌)나 태교가 오늘날에도 부분적으로나마 거의 지켜지고 있다는 표본 조사 결과가 보도되고 있다. 현대화(現代化)의 바로 표면(表面)에 끈적끈적 붙어 내린 전통(傳統)의 집요함이 새삼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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